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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합병" 화이자 "주주환원" 모더나…다른 길 걷는 바이오株, 누가 웃을까 [월가월부]
입력 2022-08-11 17:26  | 수정 2022-08-11 19:34
◆ 서학개미 투자 길잡이 ◆
뉴욕 증시에서 바이오주가 부진을 털며 강하게 반등하고 있다. 특히 대표주인 화이자와 모더나는 코로나19 백신으로 쌓은 현금을 정반대 투자전략으로 활용하고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
10일(현지시간) S&P 바이오테크 지수는 예상치를 밑돌았던 미국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에 힘입어 전 거래일보다 3.41% 상승하며 7293.98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5월 12일 기록했던 저점(4812.7)보다 약 51.55% 반등하는 데 성공했다. 다만 연초(1월 4일) 기록했던 고점(8986.5)과 비교해서는 18.83% 하락한 상태다. 최근 바이오주 반등을 이끈 것은 산업 내에서 활발한 인수·합병(M&A) 활동과 자사주 매입 등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레트 홀즈 오펜하이머 연구원은 최근 투자 메모에서 "바이오주는 여전히 연초 대비 주가 수준이 낮지만 말이 안 되는 수준(unfathomably low)이었던 저점에서는 상당 부분 복구됐다"며 "역합병을 포함해 다양한 M&A 활동이나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활동이 힘이 됐다"고 밝혔다.
상반기 동안 부진했던 임상 결과나 비우호적인 거시경제 환경이 어느 정도 회복되며 바이오주 분위기도 반전됐다는 게 전문가들 조언이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경기 침체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시장이 리스크-온 분위기로 전환됐다"며 "하반기 금리 상단 기준이 정해진 만큼 바이오 기업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 평가) 할인 요인이었던 금리도 선반영됐다고 판단해 단기적으로 우호적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대표 바이오주인 화이자와 모더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화이자는 본래 대형 제약사지만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며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았다. 모더나는 mRNA(메신저 리보핵산) 플랫폼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바이오 기술주다.
현재 화이자와 모더나는 코로나19 백신 관련 매출이 수요 둔화로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이 높아 각자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배런스에 따르면 현재 월가 연구원들은 올해부터 내년까지 코로나19 백신 매출이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두 기업 모두 코로나19 백신으로 창출한 이익과 현금으로 성장동력을 마련하고 있다. 단 화이자와 모더나가 택한 전략에서는 큰 차이가 있다.
우선 화이자는 적극적인 M&A를 통해 백신 이후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 8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화이자는 54억달러를 투자해 적혈구 질환 치료제 업체 글로벌블러드테라퓨틱스(GBT)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5월 화이자는 116억달러를 투자해 바이오헤븐 인수에 나섰고 지난해 12월에는 아레나제약을 67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3건의 인수 규모만 합쳐도 약 237억달러에 달한다.
반면 모더나는 연구개발(R&D)과 주주환원 활동에 현금을 집중 투입하고 있다. 모더나는 지난 2분기 13억달러 규모 자사주 매입에 나선 바 있다. 또 최근 30억달러 규모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시작했는데, 기존 활동에서 남은 자금까지 더하면 여전히 40억달러어치 자사주 매입이 가능한 상황이다.
또 모더나는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올해 상반기에만 R&D에 13억달러를 투자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2020년 한 해 동안 기록한 R&D 비용(13억7000만달러)과 유사한 수준이다.
화이자와 모더나의 성장 전략이 갈리는 이유는 두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다르기 때문이다. 화이자는 2030년 이전에 보유 중인 여러 제품에 대한 특허가 만료된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특허 만료 이후 매출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화이자는 M&A를 답으로 제시하며 M&A를 통해 2030년 기준 매출 250억달러를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반대로 스테판 방셀 모더나 최고경영자(CEO)는 배런스와 인터뷰에서 "모더나 투자자들은 어떤 놀라운 일보다 가치 창출을 원하기 때문에 주주들에게 현금을 환원한 것"이라며 "빅딜을 만들기 위한 억지 투자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두 기업은 사업 구조 측면에서도 차이가 크다. 지난해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관련 매출은 367억8100만달러로 전체 매출 중 약 45.24%를 차지하고 있다. 높은 비중이지만 완전히 의존적이지는 않은 모습이다. 이와 달리 모더나는 매출 대부분이 코로나19 백신에서 나온다.
단 두 기업은 지난해 코로나19 백신으로 전례 없는 이익을 벌어들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화이자의 지난해 조정 순이익은 252억3600만달러로 전년 대비 약 98% 증가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도 전년 대비 126% 늘어난 325억8000만달러에 달했다. 특히 지난 4월 3일 기준 보유 중인 현금만 24억7000만달러인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금융자산(Short term investment)까지 포함하면 화이자의 현금성 자산은 238억9700만달러에 이른다.
모더나는 지난해 코로나19 백신 사업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020년 모더나는 순손실 7억4700만달러를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순이익 122억200만달러를 달성했다. 모더나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에는 5140억2100만달러, 2018년에는 3847억3400만달러 순손실을 보던 기업이었다. 모더나는 지난해 전년 대비 6배 이상 증가한 136억2000만달러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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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화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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