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전무죄' 태국 레드불 3세, 뺑소니 사망사고 이어 마약복용도 처벌 면해
입력 2022-08-03 11:54  | 수정 2022-08-03 13:12
해외 도피 중 2017년 런던에서 포착된 레드불 창업주 손자 오라윳 / 사진=연합뉴스
10년 전 마약 복용 후 페라리 몰다 경찰관 치고 뺑소니
음주 운전 혐의 적용 안 받고 처벌 없이 해외로 도주
국민적 반발 속 검찰수사도 '요식행위'…최종 불기소

뺑소니 사망사건을 일으키고도 재판에 넘겨지지 않아 자국민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던 태국의 재벌 3세가 이번에는 마약 복용을 한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처벌을 받지 않아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3일 방콕포스트는 전날인 2일 검찰총장실 대변인이 세계적 스포츠음료 '레드불'의 공동 창업주 손자인 오라윳 유위티야(37)의 코카인 불법 복용 혐의에 대한 공소시효가 마약법 개정으로 만료됐음을 발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오라윳은 총 617억바트(약 23조4천억원)의 재산을 보유해 태국 내 두 번째 부호로 꼽히는 유위티야 일가의 일원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음에도 제대로 처벌받지 않아 태국 내에서 문제아로 꼽히는 인물입니다.

그에게 적용된 코카인 불법 복용 혐의는 지난 2012년 그가 뺑소니 사망 사고를 냈을 때 함께 제기된 혐의입니다. 오라윳은 뺑소니 사고 당시 체내에서 코카인 성분이 검출됐던 것 때문에 마약 복용 혐의를 받아 왔는데, 당초 그의 공소시효는 '코카인 불법 복용자는 6개월~3년의 징역에 처하며, 공소시효는 10년'이라고 규정된 1979년 제정 태국 마약법에 따라 다음 달 3일에 만료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갑작스럽게 기존 마약법이 개정되며 코카인 복용에 대한 처벌이 징역 1년에 공소시효 5년으로 줄어들었고, 이에 따라 오라윳의 코카인 불법 복용 혐의는 자동 기각됐다는 것이 검찰 측의 설명입니다.


2012년 오라윳이 뺑소니 사고를 낸 페라리 차량과 사망한 경찰관이 타고 있던 오토바이 / 사진=연합뉴스


한편, 오라윳 유위티야는 27세였던 지난 2012년 9월 방콕 시내에서 술과 마약에 취한 채로 자신의 고급 외제차 페라리를 몰다 뺑소니 사망 사고를 낸 바 있습니다. 당시 그는 페라리를 과속으로 몰다 오토바이를 타고 근무 중이던 경찰관을 친 후 달아났고, 제 때 응급조치를 받지 못한 경찰관은 그대로 길에서 숨졌습니다.

성실하게 공무를 수행하던 경찰관이 술과 마약에 취한 방탕한 재벌 손자에 의해 사망한 안타까운 사건에 태국인들은 공분했으나, 경찰은 '스트레스 때문에 술을 마셨다'는 오라윳의 주장을 인정해 그에게 음주 운전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고, 오라윳은 제대로 된 처벌 없이 해외로 도주했습니다.

경찰 당국의 '봐주기 수사' 속에 해외로 도피한 오라윳을 두고 국민적 반발이 거세지자, 검찰은 사건 발생 8년만인 지난 2020년 7월 오라윳을 대상으로 재판을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 역시 '보여주기' 식인 것은 마찬가지였습니다. 검찰은 오라윳에게 유리한 증언들만을 채택했고, 혐의점들을 적극적으로 파고들지 않으며 최종적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습니다.

불기소 결정 이후 반정부 집회까지 이어질 정도로 반발 여론이 급물살을 타자, 결국 태국 정부는 민심을 가라앉히기 위해 총리 직속 진상조사위까지 꾸려 재조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 오라윳에 대한 검찰과 경찰의 조직적인 비호가 있었다는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그럼에도 오라윳에 대한 처벌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태국 경찰과 검찰은 여전히 오라윳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은 상태라며, 검찰은 경찰이 그를 체포해야 기소를 할 수 있다며, 경찰은 지난번 기소에 문제가 있었던 검찰이 지적을 할 입장은 아니라며 서로 책임을 미루기 급급한 상황입니다.

이처럼 검경이 서로 책임을 회피하며 오라윳에 대한 소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 속에 오라윳의 코카인 불법 복용 혐의가 자동 기각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태국 민심은 다시 한 번 들끓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권지율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wldbf992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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