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푸틴 화낼까봐 망설였는데"…내연녀 이름 제재 명단에 깜짝 올린 미국
입력 2022-08-03 08:12  | 수정 2022-08-03 08:46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오랜 연인이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인 알리나 카바예바를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 제재 명단에 올렸다.
미 재무부는 2일(현지시간) 카바예바의 비자를 동결하고 기타 자산에 대해 제재를 가한다고 밝혔다.
리듬체조 국가 대표 출신인 카바예바는 전직 러시아 하원 의원이기도 하다. 카바예바는 오랜 연인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푸틴 대통령은 이를 부인해 왔다.
카바예바가 제재 명단에 오른 결정적 이유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미화·홍보하는데 앞장서고 있는 국영 매체 내셔널 미디어 그룹 수장이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TV방송은 물론 라디오, 인쇄매체 등 다양한 분야의 매체를 소유하고 있으며 러시아 전역에 미디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바예바는 지난 5월과 6월 각각 영국과 유럽연합(EU)이 제재를 가한 바 있다.
앞서 미국도 지난 4월 카바예바를 제재 명단에 올리려 했으나 막판에 보류했다.
당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재무부가 카바예바에 대한 제재 패키지를 준비해왔으나 발표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최종 승인 과정에서 이름을 뺐다고 보도했다.
NSC가 막판에 카바예바를 제재 명단에서 뺀 것은 푸틴에 대한 사적인 일격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판단때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제재 명단에 카바예바를 올릴 경우 푸틴을 자극해 오히려 상황을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재무부의 한 관리도 카바예바에 제재를 부과할 경우 "푸틴 대통령이 공격적인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말해 전문가들의 분석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푸틴의 비공식 연인으로 알려진 카바예바는 우즈베키스탄 출신으로 2004년 아테네올림픽 리듬체조 금메달리스트다. 세계선수권에서만 14개의 메달을 따기도 했다.
러시아 정부가 푸틴과 카바예바의 관계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적은 없지만 둘 사이에는 최소 3명 이상의 자녀가 있는 것으로 미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최근에는 임신설로 푸틴 대통령과 싸우기도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임신 사실을 알린 카바예바에 푸틴 대통령이 화를 냈다는 내용이다.
한편 재무부는 세계 최대 철강 생산업체인 MMK는 물론 이 회사 이사회 의장이자 대주주인 빅토르 필리포비치 라시니코프도 제재 대상에 추가했다. 러시아와 터키에 기반을 둔 MMK의 자회사 두 곳도 제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 밖에도 푸틴 대통령의 측근으로 러시아 비료업체 포스아그로 설립자이자 러시아 정부에서 일했던 적이 있는 안드레이 구리예프와 그의 아들도 제재했다.
[이상규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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