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부동산시장 침체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기 신도시 특별법 제정 기대감이 가장 크게 반영됐던 분당도 상승세가 꺾였다. 일산, 평촌, 산본, 군포에 이어 분당까지 1기 신도시 전반에 대한 매수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모습이다.
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넷째 주 경기도 성남시 아파트 매매가격은 0.03% 하락했다. 이 지역의 주택시장 상승세를 이끌었던 분당구 아파트값이 0.02% 내린 영향이다. 분당이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한 것은 지난 3월 셋째 주 이후 18주 만이다.
실제로 정자동 상록우성아파트 전용면적 69㎡는 지난달 1일 13억5000만원에 손바뀜됐다. 지난해 10월 최고가(15억4500만원)와 비교해 2억원 가까이 저렴해졌다. 이매동 이매한신아파트 전용 84㎡ 역시 지난달 1일 13억5000만원에 팔렸다. 지난 3월 신고가(14억6500만원)보다 1억원 넘게 하락했다.
정자동 한일아파트 전용 84㎡는 지난 3월 기준 14억원대에 거래되는 분위기였지만 이후 13억5000만원까지 내려앉았다. 비슷한 기간 서현동 시범한양아파트 59㎡도 12억5000만원에서 11억5000만원으로 조정됐다.
지난 6월 기준 분당 아파트 거래량은 126건으로 전달(226건) 대비 반 토막 난 수준이다. 지난달 아파트 거래량은 신고 기한이 이달 말까지라 집계가 완료되지 않았다. 분당보다 먼저 약세로 전환된 고양시(-0.02%), 안양시(-0.05%) 군포시(-0.04%)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주요 공약으로 1기 신도시 재건축 규제 완화를 내세웠다. 이에 재건축 가능 연한에 도달 중인 단지가 많고 교통이 발달된 분당이 수혜를 입게 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노후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붙었다. 올해 상반기 분당구의 누적 집값 상승률은 0.36%였다. 같은 기간 서울시와 경기도의 평균 아파트 가격이 각각 -0.19%와 -0.51%를 나타낸 것과 반대였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집값 고점 인식과 글로벌 경기 위기가 심화하는 등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결국 분당 아파트값도 하락 반전됐다. 여기에 1기 신도시 특별법 제정까지 예상보다 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투자 열기가 식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복수의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7%를 넘보는 상황에서 수요자들이 매수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며 "재건축 호재보다 불안한 시장 상황이 관망세를 지속적으로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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