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野가 때려 키우는 '한동훈', 與가 때려 키우는 '이준석' 아이러니
입력 2022-08-02 10:14 
국민의힘 이준석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제20대 대통령선거 D-90일인 9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여권 내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 조사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두드러진 상승세를 나타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사청문회와 대정부질문에서 야권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은 한 장관은 야권이 때려 키웠고 당내 갈등의 중심에 선 이 대표는 여권이 때릴수록 존재감이 점점 더 커지는 아이러니 상황인 셈이다.
여론조사업체 리서치뷰가 지난달 30일과 31일 양일간 전국의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범보수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한 장관이 13%의 지지율을 보여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홍준표 대구시장(12%), 오세훈 서울시장(11%),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10%), 이준석 당 대표(9%)가 이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40회 교정대상 시상식에 참석하기 전 취재진과 만나 검찰 조직 개편 및 보복 수사 등에 대한 입장을 말하며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 장관은 이날 야권에서 검찰 수사를 `정치 보복`이라고 반발하는 것에 대해 "중대한 범죄 수사를 보복이라고 한다면 ...
한 장관이 범보수 진영 차기 대선 주자 중에 가장 큰 기대감을 모으는 것은 최근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업무보고 등에서 전투력을 입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그는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의 신경전에서 '판정승'을 거뒀단 평가를 받았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의 '내부 총질' 메시지 공개 이후 국민의힘이 지도체제를 둘러싸고 극심한 혼란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이 대표의 영향력이 크게 증가한 것이 주목된다. 여권 인사 중에서는 가장 큰 폭으로 지지율이 상승한 것이다.
보수층 응답자로만 대상을 한정했을 때도 이 대표의 상승세는 두드러졌다. 이 대표는 지난달 조사에선 7%에 불과했지만 이번 조사에선 12%를 나타내 5%p나 올랐다. 여권 주자 중 지난달 조사 대비 적합도가 오른 주자는 이 대표가 유일하다.
이 대표는 지난달 8일 당 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중징계를 받아 정치적인 위기에 몰렸으나, 이 과정에서 당내 혼란이 가속화되면서 이 대표에 대한 존재감이 오히려 부각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 대표와 계속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안철수 의원과의 경쟁구도도 흥미를 모은다. 리서치뷰 관계자는 "이 대표가 조사 대상 전체, 국민의힘 지지층, 보수층 등 세 그룹 모두 안 의원을 오차범위 내 수준인 2∼4%p 앞섰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내 한 중진인사는 "한 장관은 야권이 때려 키우고 이 대표는 우리 당내 친윤그룹이 공격해 더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게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범진보 진영의 차기 대권주자 적합도는 41%를 얻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단연 선두를 달렸다. 그 뒤를 이낙연 전 국무총리(15%), 김동연 경기지사(10%), 박용진 민주당 의원(6%) 등이 이었다.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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