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정비창 개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문의 전화가 많이 온다. 부동산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은 만큼 매수세가 붙은 분위기는 아니지만, 대형 호재인 것은 확실해 지켜보는 중이다."
서울의 한복판 마지막 남은 '금싸라기땅'으로 불리는 용산정비창부지가 국제업무지구로 탈바꿈된다. 초대형 지역개발로 주택가격이 상승하고 인근의 정비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부동산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28일 매경닷컴이 찾은 용산구 소재 다수의 공인중개사무소에는 문의 전화가 밀려들었다. 전국적으로 거래절벽 현상이 심화하면서 하루에 한 건의 문의도 받지 못했던 상황과 비교하면, 수요자·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소유주들도 내놓은 매물을 거둬들이는 등 관망세로 돌아섰다.
원효로에서 영업 중인 한 공인중개사는 "국제업무지구 조성 소식에 급매물이 사라졌다"라며 "10여년 전부터 강남의 대항마로 용산이 거론되고 있었던 만큼 시세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용산은 용산공원 조성과 이촌동·보광동 일대 대규모 정비사업, 대통령 집무실 이전 외에도 용산정비창 국제업무지구 개발이 본격화되며 겹호재를 맞고 있다"라며 "강북 도심 내 자족 기능 역할과 다용도 복합개발을 통해 서울 도심의 앵커 역할이 기대된다"고 판단했다.
용산정비창부지 개발에 힘입어 사업성이 높아지면서 재건축·재개발 동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용산에서는 중산아파트, 북한강성원아파트, 대림아파트, 한강삼익아파트, 이촌시범아파트, 정비창전면1·2·3구역, 용산역전면1·3구역, 신용산역북측1·2구역, 청파1구역 등 40여개의 구역이 정비사업을 추진 중이다.
신용산역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주로 재개발 사업지의 빌라와 상가에 대한 투자 성격의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며 "정비창 내 토지 거래가 가능한지를 물어보는 자산가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6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구상을 발표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하지만 주민들은 부동산시장 불안을 우려하고 있다. 대선 전후로 상승세가 가팔랐던 용산 집값이 또다시 급등한다면 개발 계획이 무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년 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여의도·용산 개발 계획을 발표했을 때에도 집값이 크게 올라 개발안이 보류된 바 있다.이번에도 용산국제업무지구 건설이 공식화되자 원효로4가 산호아파트 전용면적 103㎡이 23억5000만원에 출회됐다. 조합원 승계 물건이다. 직전 매매가(15억원)보다 8억5000만원, 직전 최고가(22억5000만원)보다 1억원 뛰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례적인 사례로 보고 있다. 부동산시장 상황이 과거와 달라 주택가격이 크게 오르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되고 집값 고점 인식이 만연해지면서 매수심리에 불이 붙을 가능성은 작다고 설명했다.
이촌동 토박이라는 한 공인중개사는 "박원순 시장 시절처럼 집값이 폭등하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며 "용산정비창부지는 이미 개발 소식이 공공연하게 돌았던 곳이기에 선반영된 측면도 있다"고 전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호재인 것은 인정하지만 개발 이야기가 나온 지 오래됐고 글로벌 경기 침체로 부동산 하락장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이번 발표로 인해 용산 집값이 급등하거나 대세를 거스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26일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여의도공원의 2배와 서울광장의 40배에 달하는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 일대 용산정비창부지를 입지규제최소구역으로 지정해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입지규제최소구역은 주거·상업·업무 등 다양한 기능이 복합된 지역으로의 개발을 위해 건축물의 허용용도, 용적률, 건폐율 등을 별도로 규정하는 규제 특례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대 용적률과 층수 제한은 개발 계획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확정되겠지만, 법적 상한 용적률 1500%를 뛰어넘을 수 있기에 제2롯데월드(555m)보다 더 높은 초고층 건물이 들어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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