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새 아파트 입주하실분 찾아요"…잔금일 앞두고 잠못자는 집주인들
입력 2022-07-31 11:02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하는 가운데 사진은 지난 11일 한 주민이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 단지 내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은 매물장을 보고 있다. [사진 = 한주형 기자]

집값이 떨어지면서 치솟기만 하던 전세가도 하락세로 돌아선 가운데 다음 달 임대차법 시행 2년이 되면 '전세 대란'이 일어날 거란 예상과 달리 전세매물이 쌓이고 있다. 입주를 앞둔 새 아파트에선 입주대란 조짐까지 나오고 있다. 집주인들이 전세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역전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가격통계 자료에 따르면, 이달 서울지역 아파트의 평균 전셋값은 6억7788만원으로 지난달(6억7792만원)보다 하락했다. 서울 아파트의 월평균 전셋값이 떨어진 것은 2019년 4월(4억6210만원) 이후 39개월 만에 처음이다. 강북 14개 구의 평균 전셋값은 지난달 5억6066만원에서 이달 5억6059만원으로 하락했고, 강남 11개 구는 7억8820만원에서 7억8809만원으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경기도의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6월 3억9206만원에서 7월 3억9161만원으로, 인천의 아파트는 2억1570만원에서 2억1481만원으로 각각 하락했다. 이에 따라 수도권의 전셋값도 이달 평균 4억6846만원으로 2019년 6월(3억1408만원) 이후 3년1개월 만에 하락 전환됐다.
반면 금리 인상 여파로 월세 수요는 늘면서 서울 아파트 전월세 전환율은 3.20%로 지난달(3.19%)보다 소폭 상승했다. 지난해 6월(3.22%) 이후 1년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전월세 전환율은 전세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했을 때 적용하는 연 환산이율을 말한다.

경기도의 전월세 전환율도 6월 3.97%에서 이달 4.00%로 오르며 4%대에 진입했고, 인천은 4.53%에서 4.56%로 높아졌다. 이에 따라 수도권 전체도 6월 3.80%에서 3.82%로 전환율이 상승했다.
업계는 전셋값이 하락한 것은 최근 전세물건은 늘고 있는데 금리 인상,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등의 영향으로 재계약이 늘면서 신규로 전세를 얻으려는 수요가 줄었기 때문으로 진단한다. 실제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의 조사를 보면, 서울 아파트의 전월세 물건은 지난달 기준 4만9819건으로 한달 전(4만4625건)에 비해 11.6% 증가했다.
최근 시중은행의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월세 이자율보다 시중은행 금리가 더 높은 역전현상으로 인해 전세 대신 월세를 낀 반전세 수요가 늘어난 것도 전셋값 하락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일부 시중은행의 전세자금 대출 최고 금리는 연 6% 선을 넘어서면서 세입자의 이자 부담도 커지고 있다.
8월 '입주대란' 빨간불

상황이 이렇자 입주 예정자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새 집에 들어가려니 금리 인상 여파로 기존 주택이 팔리지 않아 잔금을 채울 방법이 없고 잔금이 있더라도 기존 집을 정리 못해 사실상 입주도 불가능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습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서울 및 수도권 입주물량까지 크게 늘면서 입주 예정지역에서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전세 매물의 적체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부동산R114 자료에 따르면, 다음달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총 3만5282가구로 작년 11월 4만7386가구 이후 가장 많다. 수도권은 전달 보다 8% 줄어든 1만6010가구, 지방광역시는 1만9272가구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
기존 집을 팔아 새집 잔금을 충당하려던 이들의 계획도 쉽지 않아 보인다. 역대급 거래 절벽에 집값을 내려도 관심을 갖는 수요자는 소수에 그치고 그 마저도 가격을 더 내려달라는 요청에 허탕치기 일쑤다. 일부지역에서는 불황 때나 보인다는 '마이너스피' 매물까지 나오고 있다.
일례로 오는 8월 입주를 시작하는 서울시 동대문구 A아파트의 경우 임대를 제외한 860가구 중 300가구가 전세매물로 나와 있다. 집주인들이 기존 집이 안 팔려 입주를 할 수 없게 되자 전세를 내놓았지만, 세입자도 많지 않아 매물이 쌓여가고 있다. 이 단지 내 상가 S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입주를 해야 되는데 기존 아파트가 안팔리다보니 새 아파트를 전세로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입주가 눈앞으로 다가온 집주인들이 호가를 낮추고 있지만, 시장은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란 전망에 기울어 있다. 지난달 입주를 시작한 인천 부평구의 C단지 전용 49㎡는 최근 약 3억2000만원에 실거래됐다. 이 아파트의 같은 주택형의 평균 호가는 4억원 안팎에 형성돼 있지만, 결국 전셋값과 비슷한 수준에 팔렸다.
전세도 비슷한 상황이다. 전세대출금리가 오르면서 월세를 찾는 임차인이 늘고 있고, 전세 물량이 많은 지역에서는 세입자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 수준이다. 인천 미추홀구 T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를 들어오려는 세입자가 없으니 집주인들이 신축임에도 전셋값을 5000만원 정도 낮추고 있다"며 "집주인들은 잔금을 내야 해서 전세를 원하지만, 요즘 금리가 올라 월세만 계약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시장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대구에서는 신축 아파트 매물이 분양가보다 저렴한 이른바 '마이너스피' 아파트까지 나왔다. 내달 입주를 앞둔 대구 남구의 D단지는 분양가인 4억8400만원보다 500만원 떨어진 4억7900만원에 매물이 출현했다. 해당 아파트 주변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잔금을 적어도 2억원은 내야 하니 급매물로 마이너스피가 한두 건씩 나온다"며 "인근에 시세보다 최대 5000만원까지 맞춰도 안 팔려 입주가 불가하다는 사람만 족히 20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한편,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7월 아파트 입주전망지수는 68.3으로 2020년 8월(67.5)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달과 비교하면 4.3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업계 전문가들 대다수는 8월뿐만 아니라 9월에도 새 아파트 입주가 집중되는 지역 일대를 중심으로 전세물량 해소가 더뎌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