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요리, 아름다운 여성, 저렴한 가스…몇천 개의 제재에도 버틸 수 있는 경제력"
러시아의 값싼 에너지와 풍부한 문화를 강조하면서 러시아로의 이주를 독려하는 홍보 영상이 텔레그램에 올라왔는데 전 세계인들에게 조롱섞인 댓글로 도배되고 있다. 러시아가 서방 제재에 맞서 유럽으로의 천연가스 공급을 차단하며 에너지 무기화에 나선 것과 맞물린 시점에 나와 반발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29일(현지시간) 텔레그램에 러시아의 값싼 에너지와 풍부한 문화를 강조하면서 러시아로의 이주를 독려하는 듯한 홍보 영상이 게시됐다.
'이것이 러시아다'라는 문구로 시작되는 이 영상 속의 남성은 영어로 음식, 문학, 건축, 발레 등 다채로운 문화와 값싼 가스, 전기, 수자원 등 러시아의 강점을 하나 하나 나열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받고 있는 각종 제재에도 버틸 수 있는 경제력 소개가 눈길을 끈다.
그는 "이제 러시아로 이주할 때가 왔다. 주저하지 말아라. 겨울이 온다"는 말로 끝을 맺는다.
[사진 = 러시아 이주 홍보 영상 캡처]
영국 매체 익스프레스는 '이거 실화? 이주 홍보로 조롱받는 러시아' 제목의 기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치하의 러시아 경제와 문화에 대한 주장을 담고 있는 이 영상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익스프레스는 미국 매체 미국의소리(VOA) 기자 파티마 틀리스의 말을 인용해 주제 주체는 알수 없지만, 이 영상이 러시아 당국의 규제를 받는 텔레그램 채널에 올라왔다고 비꼬았다.영상이 공개되자 온라인상에서는 다양한 조롱 댓글이 달렸다.
'맛있는 요리'라는 목소리엔 곰팡이 핀 빵, '저렴한 가스'에는 가스 폭발이 일어난 건물, '비옥한 토양'에는 전사자들의 묘비로 가득한 묘지, '발레'엔 술병을 들고 비틀거리는 젊은 남성, '환대'에는 시위를 거칠게 진압하는 경찰, '수천 개의 제재를 이겨낸 경제'엔 물품 없이 텅 빈 상점 등의 장면을 편집해 '이것이 러시아'라며 비꼬는 영상이 트위터에서 퍼졌다. '이것은 풍자인가, 진짜인가', '민망하다'라는 짤막한 반응을 남긴 트위터 이용자도 부지기수다.
[사진 = 러시아 이주 홍보 영상 캡처]
틀리스 기자는 트위터에 "러시아인들이 이 영상을 홍보하지 않았다면 나는 이것이 러시아를 비꼬는 풍자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어째서 이 영상을 보고 외국인이 러시아로 이주할 마음이 들 거라고 생각할 수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고 적었다.한편, 러시아는 11일부터 열흘간 노르트스트림-1을 통한 유럽행 천연가스 공급을 끊었다가 21일 평소 공급량의 40% 수준으로 재개했고, 27일 다시 그 절반 수준인 20%로 줄인 상태다. 이 때문에 유럽 각국에서는 에너지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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