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평양돋보기] 어린 소녀 앞세워 '워터파크' 자랑도…암표 횡행
입력 2022-07-29 19:00  | 수정 2022-07-29 20:34
【 앵커멘트 】
북한은 최근 윤석열 정부가 위험한 시도를 한다면 정권과 군대가 전멸할 것이라 엄포를 놓았는데요.
한편에서는 미국 업체인 유튜브 방송을 통해 체제 선전에도 열을 올리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평양돋보기' 오늘은 외교안보팀 김문영 기자와 살펴보겠습니다.


【 질문 1 】
북한이 어린 소녀를 앞세운 유튜브 영상을 잇달아 올리고 있다고요?

【 기자 】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그제(27일) 이른바 '전승절 69주년' 기념행사에서 우리 정부와 미국을 향해 "전멸" 등을 언급하며 공세를 이어갔는데요.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북한 꼬마 유튜버가 자신의 일상을 소개하는 영상을 올려 눈길을 끌었습니다.

가장 최근 영상은 북한의 워터파크, 문수물놀이장을 다녀온 것인데 직접 한번 보시죠

▶ 인터뷰 : 송아 / 북한 유튜버
- "하지만 제가 실내 물놀이장에서 제일 좋아하는 곳은 파도 수조예요. 왜냐하면, 파도 수조는 바다에서만 볼 수 있는 파도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되어 있거든요."


【 질문 1-1 】
북한에서는 인터넷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가 없잖아요? 이 영상 찍는 소녀는 대체 누굽니까?

【 기자 】
네, 북한 것이 아닌 다른 인터넷으로의 접속이 엄격하게 통제되는 만큼, 영상 모두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가 제작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즉, 지도자인 김 위원장은 대내외적으로 강경한 메시지를 내놓고, 이와 별개로 외국에는 북한의 체제 선전을 위해 이런 유튜브 영상을 '정상국가'인 것처럼 보여주는 것입니다.


영국식 영어도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이 어린 11살 소녀는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런던에서 함께 일했던 북한 외교관의 딸로 전해졌습니다.

항일 운동을 한 빨치산 1세대 리을설의 외증손녀이기도 한데 요즘 말로 금수저인 셈입니다.

코로나19 격리 경험을 설명한 장면도 보시죠.

때마침 집으로 군의관이 약을 배달온 모습을 포착했다는 듯 보여주기도 하고요, 얼마나 나라가 잘 보살펴주는지 열변도 토합니다.


【 질문 2 】
문수물놀이장이라는 워터파크가 꽤 규모가 큰 것 같은데, 누가 주로 이용하나요? 이용 요금도 있나요?


【 기자 】
문수물놀이장은 평양의 기관, 군, 당의 간부라면 공짜나 다름없는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렇지 않은 사람은 이 국정 가격의 100배에 달하는 암표 가격, 북한 말로 '합의제 가격'으로 이용 티켓을 구해야 한다는 겁니다.

북한 전문가에 따르면, 전체 표의 10%만 평양 기관과 군부대 등에 제공되고, 나머지 90%는 암표로 시장에서 판매되는데 일반인 월급의 5배에서 최대 10배 수준으로 매우 비싼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인터뷰(☎) : 조충희 / 굿파머스 소장 (탈북민)
- "암표이다보니까 (이른바) '야매 가격'(암표 가격)으로 시기별로 보통 쌀 5~6kg 가격을 들여야 입장할 수 있거든요. 쌀 몇 kg 팔아서 문수물놀이장에서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정도의 재력이나 능력이 있어야 갈 수 있다."

장마당 등을 통해 소액의 돈을 더 번다고 해도 안에서 수영복 대여 비용 등도 추가로 들어가 부담이 상당합니다

애초에 북한에선 피서란 표현조차 낯선데요.

여름은 토목 공사와 농사일 등으로 바빠 1년에 휴가는 주로 겨울에 많이 쓰고, 여름에는 선풍기와 오이냉국으로 더위를 식힌다고 합니다.


【 질문 3 】
그런데 유튜브는 미국 회사 구글이 운영하잖아요. 미국을 '주적'이라 부르는 북한이 유튜브를 활용하는 이유는 뭘까요

【 기자 】
네, 북한은 유튜브에 '조선의 오늘'과 '우리민족끼리'같은 노골적인 영상을 올리다 잇따라 폐쇄된 후, 아이와 여성을 앞세우고 있습니다.

앞서 2020년 '은아'라는 계정이 완곡한 형태의 체제 선전을 했지만, 이마저 구글 서비스 위반으로 폐쇄되자 새 방법을 찾고 있는 건데요.

폐쇄되면 'NEW'자를 붙여 새 채널을 파는 방식으로 2년째 안정적으로 운영하기도 했고요.

최근 대외용 영상의 공통점은 김정은 또는 노동당 관련 언급을 생략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 인터뷰(☎) : 조한범 /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김정은 체제 들어서 선전매체도 과거의 전통적인 미디어에서 뉴미디어 쪽으로 옮겨가는 양상이고요. 과거에 비해서 상당히 융통성 있고 유연한, 어린이나 젊은 여성이나, 혹은 유창한 영어를 구현하거나 하는 부분을 강조하고 있고요. "

북한의 이러한 유연한 선전 정책은 지난 2012년 김정은이 곰돌이푸 등이 나오는 공연을 관람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부터 예견됐던 것입니다.

다만, 유튜브 정책에 의해 영상들은 언제든지 다시 삭제 조치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앵커멘트 】
네, 지금까지 잘 들었습니다. 김문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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