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재건축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이 둔촌주공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에 다음 달 만기를 앞둔 사업비 대출을 상환하지 않을 경우 대위변제 후 법적 조처를 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26일 시공단은 '사업비 대출금 만기 도래에 따른 대출금 상환 계획 요청 공문'을 조합에 보냈다. 오는 8월 23일로 예정된 대출 연장 마감일까지 사업비 7000억원을 갚지 못하면 사업단이 대주단에 대신 변제하고 구상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이다.
사업단은 조합에 구체적인 대출금 상환 계획과 세부 일정을 오는 8월 5일까지 회신해 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24개 금융사로 구성된 대주단이 둔촌주공 사업비 대출 연장 불가를 결정함에 따라 조합의 공식적인 입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사업비 대출 연장이 이뤄지지 않으면 조합원 1명당 1억여원을 상환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조합원들이 단기간 억단위 목돈을 마련하기는 불가능하다. 건설사가 조합을 상대로 7000억원에 대한 구상권을 청구해 둔촌주공아파트 전체가 경매로 넘어가면 조합원들은 강제로 현금청산을 받고 사업 소유권을 뺏길 수 있다.
시공단은 "대주단의 사업비 상환 요구에 조합이 응하지 않으면 시공단은 연대보증인으로서 대위변제 후 법적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공문을 조합에 발송했다"며 "시공단의 판단으로는 대행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조합의 행태도 그간의 모습과 똑같아 협의 의사가 없다"고 전했다.
둔촌주공재건축사업 시공단이 조합에 발송한 공문.
둔촌주공 재건축은 지상 최고 35층, 85개동, 1만2032가구 규모의 아파트와 부대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일반분양 물량만 4786가구에 달해 단군 이래 최대의 정비사업지로 불린다. 하지만 조합과 시공단 간 공사비 증액 계약을 두고 갈등이 발생하면서 지난 4월 15일 0시부터 공사가 중단됐다. 공정률 52%에 공사현장이 멈춰 선 초유의 사태다. 강동구청은 물론 서울시까지 중재에 나섰지만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이에 김현철 조합장이 지난 14일 새로운 대주단을 꾸려 사업비 8000억원을 대출 실행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자세한 대출 조건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이자율이 너무 높거나 협상을 위한 카드가 아니냐는 우려를 샀다. 이후 김 조합장이 사퇴하면서 사업비 신규 대출은 없던 일이 됐다. 현재는 박석규 재무이사가 조합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비대위 관계자는 "조만간 조합 집행부 해임총회 일정을 발표하겠다"며 "수년간 조합원들을 기망해 막대한 피해를 입힌 조합에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합 임원진은 "정상화위원회에 사업을 맡길 계획이 없다"며 "우선 이 사태를 마무리 짓고 조합원들에게 재신임을 묻거나 사퇴를 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라고 강조했다.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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