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기고] 진화하는 고관절 의술…1만명의 걸음을 찾아주며
입력 2022-07-25 14:36 
조윤제 경희대병원 정형외과 교수

고관절 질환은 매우 다양합니다. 그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이고, 최근 부쩍 증가한 질환이 '대퇴비구 충돌증후군'이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란 이름 그대로 대퇴골두로 통하는 혈관이 막히며 뼈가 점점 괴사하는 질환이다. 서서히 괴사가 진행되며 시간이 지나면 뼈가 약해지고 무너지면서 통증을 수반하게 된다. '대퇴비구 충돌증후군'은 최근 영상기법이 좋아지고 관절경 수술이 발전하면서 진단받는 환자의 수가 늘어났다. 이는 대퇴골 경부와 비구의 가장자리 사이에서 충돌이 발생하면서 관절 연골이 마모되어 발생하는 질환으로, 이 증후군을 잘 일으키는 특정 고관절 모양이 있다. 비구가 너무 깊거나 대퇴경부 뼈가 돌출한 경우가 그것이다. 고관절이 접힐 때마다 충돌이 일어나게 된다. 이 밖에도 '비구이형성증' 환자 역시 많이 찾아온다. 허벅지 뼈의 머리 부분을 덮는 뼈가 '비구'인데, 이것이 잘 발육되지 않아 대퇴골두가 비구 가장자리의 비구순을 압박하게 되어 비구순이 파열되고, 방치할 경우 관절염으로 진행하는 질환이다. 이 외에 '혈우병성 관절염'도 있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대퇴골두가 함몰되기 전에는 증상이 없기 때문에 환자들이 통증으로 병원에 내원할 때는 이미 상태가 많이 나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 뼈가 괴사해 금이 가고 통증이 나타나기 전까지 아무 증상이 없기 때문에 조기 발견이 어렵다. 한 번 통증이 발현되면 서혜부 부근이 아파온다. 경우에 따라서는 둔부나 요추부에 통증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무릎이나 허벅지에 통증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갑자기 서혜부 부근에 통증이 오는 분들은 고관절 질환을 의심하는 게 좋다. 이 질환은 비수술적 치료보다 수술적 치료를 권한다. 이미 혈관이 막혀있으므로 비수술적 치료로 약을 사용한다 해도 괴사 부위에 약물이 도달하지 않아 효과를 보기 어렵다. 수술은 골두 함몰이 심하지 않은 경우 환자의 뼈를 최대한 보존하는 방법으로 진행되고, 대퇴골두의 함몰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에는 인공관절 수술을 시행한다.
어떤 수술인가에 따라 주의해야 할 점이 모두 다르지만, 현재 가장 많이 이뤄지는 인공 고관절 수술, 그중에서도 가장 일반적인 '인공 고관절 치환술'의 경우 수술 후 탈구가 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특히 수술 후 초반에 탈구가 잘 발생하므로 의료진의 지침대로 위험한 자세를 피해야 한다. 세라믹 인공 고관절의 또 다른 문제는 세라믹 부품이 깨지는 것인데, 이를 방지하기 위 해서는 과격한 운동을 피하고 세라믹으로 만들어진 인공 고관절이 손상되지 않도록 일상생활에서 무리한 활동은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 수술 후 통증이 없어졌다고 해서 방치해서도 안된다. 반드시 정기적으로 병원에 가서 방사선 사진을 촬영하고 관리를 받아야 한다. 수술이 아무리 잘 됐다고 해도 주의를 하지 않으면 재수술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많은 환자분이 인공관절에 대해 오해를 갖고 있다. 한 번은 한 환자가 상태가 굉장히 안 좋아진 상태로 내원했길래 제가 "왜 이렇게 늦게 오셨냐"라고 물었더니 "인공관절 수명이 짧다고 들어서 수술을 최대한 늦추고 싶었다"고 하셨다. 아픈데도 꾹 참고 버티다가 고관절이 다 망가져서 내원했는데 너무 안타까웠다. 인공관절 수명이 짧다는 것은 큰 오해다. 최근에는 기술이 좋아져서 인공관절 수명이 매우 늘어났고 재료도 좋아졌다. 고관절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분이라면 수술을 두려워하지 마시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시면 좋겠다.
[조윤제 경희대병원 정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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