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주가 고점일 때 퇴사하고 우리사주 판 사람들이 최종 승자로 남았어.", "우리사주 봉인 해제 날짜 몇 월 며칠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 제발 알려줘 너무 힘들다."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내 올라온 카카오뱅크와 크래프톤 관련 게시글이다. 카카오뱅크와 크래프톤은 전혀 다른 업종임에도 불구하고 이같이 비슷한 내용의 한탄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 회사의 직원들은 우리사주조합 보호예수 해제일을 목전에 두고 있지만 주가가 처참한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탓이다.
◆ 물거품 된 '우리 사주 대박'의 꿈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8월 6일 국내 유가증권시장에 화려하게 등장했고, 그로부터 나흘 뒤 크래프톤이 상장했다. 이에 따라 약 2~3주 뒤면 이들 회사의 우리사주조합 보호예수 1년 기한이 풀린다. 이 두 종목의 주가가 약세를 거듭해 온 까닭에 직원들은 보호예수가 풀릴 날을 손 꼽아 기다려 왔지만 결단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매도를 선택할 경우 손절매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기업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기업 공개(IPO) 과정에서 우리사주조합에 총 1274만3642주를 배정했다. 당시 직원수(1014명, 기간제 제외)를 고려하면 1인당 4억9014만원어치를 매수한 셈이다. 보통 직장인들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했을 때 자사주를 매입하는 데 '영끌'을 했을 확률이 높다.
카카오뱅크는 상장 초기까지만 하더라도 직원들의 '우리사주 대박' 꿈에 한발 다가가는 듯 보였다. 지난해 8월 중순 장중 9만4400원까지 오르며 당시 직원들의 평균 주식 평가액은 11억8639억원까지 불어났다. 이 때 팔았으면 1인당 약 6억9625만원의 평가 차익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난 22일 종가 기준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3만900원으로 공모가(3만9000원)의 -21% 수준이다. 차익은 커녕 1억180만원 가량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 카뱅·크래프톤 전망도 '흐림'
[사진 출처 = 크래프톤]
크래프톤의 경우 청약 당시 높은 공모가 등의 이유로 우리사주조합 열기가 카카오뱅크보단 뜨겁지 않았다. 크래프톤은 IPO 당시 우리사주조합에 총 35만1525주를 배정했다. 투자설명서를 기준으로 직원이 1264명(기간제 제외)임을 고려하면 1인당 평균 278주를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공모가가 49만8000원이었으니 1인당 1억3850만원 정도를 투자한 것이다.크래프톤은 지난해 11월 17일 장중 58만원을 뚫은 바 있다. 만일 이 때 크래프톤 주식을 처분했다면 직원 1인당 평균 6675만원의 차익을 남길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22일 종가 기준 크래프톤의 주가는 25만8000원으로, 직원 1인당 평균 6675만원 정도를 손해봤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 절망적인 건 이들 회사의 전망도 밝지 않다는 점이다. 카카오뱅크와 크래프톤은 IPO 당시 성장주로서 저금리 상황 속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높은 밸류에이션을 측정받았다. 하지만 올초부터 이어진 지정학적 리스크에 더해 금리 인상에 이들 종목에 치명적인 환경이 조성됐다. 또 카카오뱅크와 크래프톤의 2분기 실적 역시 컨센서스(시장 전망 평균치)를 밑돌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KB증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올해 2분기 별도기준 순이익은 653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8%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컨센서스 대비 21% 낮은 수치다. 크래프톤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미래에셋증권에 의하면 크래프톤의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컨센서스 대비 2% 하회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3% 감소한 1690억원으로 예상된다.
[김정은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