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자유의사로 넘어와"…北 어민, 당시 '자필' 보호신청서 2번씩 작성
입력 2022-07-22 14:50  | 수정 2022-07-22 15:02
통일부는 지난 2019년 11월 판문점에서 탈북어민 2명을 북한으로 송환하던 당시 촬영한 사진을 12일 공개했다. 사진은 탈북어민이 손이 묶인 채 의자에 앉아 북송을 대기 중인 모습. / 사진=통일부 제공
합동신문과정서 제출한 신청서에 "자유의사에 따라 한국 살기 원해"
'귀순 의사 진정성 여부', 북송조치 정당성 판단 기준
정의용 "진정성 없었다" VS 대통령실 "자필로 쓴 의향서는 왜 무시"

전·현 정부에서 공방 중인 '탈북어민 북송' 사건을 검찰이 조사하고 있는 가운데 당시 북한 어민들이 자필 서류에서 "배를 버리고 한국에 살겠다"는 등 귀순 의사를 여러 번 밝힌 것이 오늘(22일) 알려졌습니다. 이 사건의 진상 규명 과정에서 이들이 쓴 보호신청서와 자기소개서 전체 내용이 공개될지에 주목되는 바입니다.

지난 2019년 11월 2일 동해에서 어선을 탄 채 우리 군에 나포됐고, 닷새 만에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돌려보내진 이들 어민에게 진정한 귀순 의사가 있었는지는 이번 사건의 중요 쟁점 중 하나로 꼽힙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오늘 이들 어민 2명이 당시 관계 당국의 합동신문(합신) 과정에서 각각 제출한 자필 보호신청서에 '자유의사에 따라 넘어왔다', '자유의사에 따라 한국에 살기를 원한다'는 진술이 담겼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대한민국 정부에 보호를 신청한다'는 내용과 '선체를 버리고 한국에서 살기를 신청한다'는 언급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부는 이 또한 남측 귀순 의사가 있었음을 뒷받침하는 진술로 보고 있습니다. 이때 귀순 배경과 관련 '북조선에서 살기 힘들어 왔다'고 말한 부분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정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어민 2명이 보호신청서를 각각 2번씩 썼고 자유 기술 형식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 사진=연합뉴스

현재 귀순 의사의 진정성 여부는 이들이 16명을 죽인 흉악범이었는지와 함께 전임 정부인 문재인 정부 당시 북송 조치 정당성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전 정부와 현 정부가 지난 17일 공개 충돌한 대목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7일 발표한 '흉악범 추방 사건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당시) 정부는 귀순 의사 표명 시점이나 방식 등에 비춰 이들의 의사에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도저히 통상의 귀순 과정으로 볼 수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정 전 실장은 '(북한 항구에서) 공범이 잡히자 무조건 해상으로 도주', '나포 후 동해항까지 오는 과정에서 귀순 의사를 전혀 밝히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그러자 같은 날 최영범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 관련 브리핑에서 "귀순 의사가 없었다는 것도 궤변이다. 그렇다면 자필로 쓴 귀순 의향서는 왜 무시했다는 말이냐"며 "특히 이 사안 본질은 우리 법대로 처리해야 마땅할 탈북 어민을 북측이 원하는 대로 사지로 돌려보낸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일각에선 정확한 내용 파악을 위해 이들이 쓴 보호신청서와 자기소개서 전체 내용을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통일부는 지난 2019년 11월 판문점에서 탈북어민 2명을 북한으로 송환하던 당시 촬영한 사진을 12일 공개했다. 탈북어민이 몸부림치며 북송을 거부하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한편 통일부는 이 어민 2명의 진술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수사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당시 문재인 정부 인사들은 "어민 2명을 분리 심문했는데도 16명을 살해했다는 진술이 일치했다"며 '살인마 북송' 정당성을 주장해왔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고위 관계자로부터 최근 북한 어민 2명의 진술이 살해 인원 규모를 비롯, 상당 부분 불일치했다는 증언이 나와 진술의 일치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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