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버린 커피잔·유전자 계보로 46년만에 붙잡힌 미국 성폭행 살인범
입력 2022-07-21 08:10  | 수정 2022-07-21 08:11
46년 만에 체포된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살인사건 용의자 데이비드 시노폴리. / 사진=랭카스터카운티 지방검찰청 홈페이지 캡처
용의자 정액 DNA 분석해 이탈리아계로 파악…집요한 추적 끝 검거

46년 전 발생한 미제사건을 포기하지 않고 추적하던 미국의 수사당국이 버려진 커피잔을 이용해 마침내 용의자를 체포했습니다.

어제 뉴욕타임스(NYT)와 펜실베이니아주 랭카스터카운티 지방검찰청에 따르면 1975년 12월5일 저녁 미 펜실베이니아주 매너타운십의 한 아파트에서 19세 여성 린디 수 비클러가 흉기에 19차례 찔려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사건 당일 비클러의 이모와 삼촌은 그의 집에 들렀다가 19개의 자상으로 뒤덮인 채 거실 바닥에 쓰러져있는 비클러를 발견했습니다. 비클러는 현장에서 사망 선고를 받았습니다.

작은 마을에서 벌어진 끔찍한 사건에 경찰 등 수사당국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300명이 넘는 사람들을 면접하는 등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습니다. 이 중 수십 명이 용의선상에 올랐으나, 혈액형이나 DNA 등 증거에 의해 모두 혐의를 벗었습니다.


사건 발생 22년이 지난 1997년 수사관들은 한 DNA 실험실에 비클러가 피살 당시 입었던 옷을 보내 용의자의 정액을 확인하고, 미 연방수사국(FBI)이 운영하는 국가 DNA 데이터베이스인 '코디스'에 업로드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200만 명의 자료만을 보유했던 코디스에서 일치하는 결과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을 해결한 것은 버려진 커피 컵과 유전자 계보였습니다. 유전자 계보란 부모로부터 50%씩 DNA를 물려받는 일반적인 유전법칙에 근거해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DNA를 공유하는지 분석해 계보학적으로 분석하는 방법입니다.

랭커스터 카운티 지방의 검사 헤더 애덤스는 "이번 사건은 DNA 계보가 아니었다면 해결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46년 전 살인사건 피해자 린디 수 비클러. /사진=랭카스터카운티 지방검찰청 홈페이지 캡처

버지니아주 소재 파라본 나노랩에서 일하던 유전자 계보학자 시시 무어는 2020년 12월 용의자의 DNA를 분석해 용의자의 조상이 이탈리아 가스페리나 출신이고, 가족 구성원 중 다수가 이탈리아에서 최근 이주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무어는 사건 당시 근처에 거주했던 이탈리아계 주민 2천300명 중 조상이 가스페리나에 살았던 사람들을 추린 뒤 각종 자료를 활용해 당시 피해자와 같은 아파트 건물에 거주했던 데이비드 시노폴리(68)를 용의자로 특정했습니다.

이후 시노폴리를 감시하던 수사당국은 지난 2월 필라델피아 국제공항에서 시노폴리가 마신 뒤 쓰레기통에 버린 커피잔을 수거해 DNA를 추출, 그가 범인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당국은 지난 18일 시노폴리를 체포하고 비클러의 남편에게 이 사실을 알린 뒤 시노폴리를 살인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헤더 검사는 기자회견에서 "린디 수 비클러를 위해 끝없이 정의를 추구한 것"이라면서 "법 집행 당국은 비클러를 잊은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디지털뉴스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