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기간 아시아·태평양 지역 기업들은 정보기술(IT)에 대한 투자를 늘렸지만 디지털 전환 속도는 기대에 못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전환에 따른 민첩성이 고도화 단계에 들어선 아태 기업 비율은 절반에 못미쳤다.
클라우드 기반 인사·재무관리 솔루션 기업인 워크데이가 팬데믹 이후 아태지역 기업들의 디지털 민첩성을 조사한 결과다.
20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조선팰리스에서 열린 워크데이 기자 간담회에서 이상훈 워크데이코리아 지사장은 "워크데이가 시장조사업체 IDC와 아태 지역기업의 디지털 민첩성 향상 여부를 확인해 본 결과 과반수가 디지털 전환 기회를 놓친 상태"라며 "팬데믹 기간 IT 도입이 늘어났지만 조사 대상 기업 중 38% 기업만이 디지털 민첩성 고도화 단계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아태지역에서 코로나 사태가 한창인 작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이뤄졌다. 워크데이는 IDC와 함께 디지털 민첩성 지수(DAI)를 바탕으로 기업을 평가하고 점수·순위를 매겼다. 디지털 민첩성은 기업이 디지털 역량을 활용해 변화무쌍한 사업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팬데믹 이전부터 디지털 전환에 공을 들인 아태지역 기업들의 DAI 개선도가 높았다. DAI 순위에서 1위는 호주 기업들이었다. 이어 싱가포르와 뉴질랜드 기업들이 2·3위를 각각 차지했다. 한국 기업들은 4위를 기록했다.
이상훈 워크데이코리아 지사장은 "디지털 민첩성은 기술을 도입하는 것 이상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장은 "팬데믹 이전부터 디지털 전환을 추진한 커머스와 금융 산업에서는 40% 이상의 기업들이 시장 변화에 발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디지털 사업 모델을 갖웠다"며 "또 이들 분야의 절반 가량의 기업들은 디지털 이니셔티브를 이행할 수 있는 인력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전환에도 기업들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디지털 민첩성이 떨어지는 상당수 기업들은 팬데믹 기간에 원격근무 등 즉각적인 필요에 따른 기능 위주로 IT를 도입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이 지사장은 "디지털 민첩성에서 선도(리더) 기업이 되려면 전략과 로드맵에 따라 기술을 도입해야 한다"며 "기업은 인력 계획과 인재 개발을 위한 총체적인 관점을 확보해야 하며, 이는 재무 회계와 예산활동과 연관이 깊다"고 말했다.
디지털 민첩성이 뛰어난 기업들의 공통점은 클라우드 기반 통합 솔루션을 활용해 인사와 재무 조직의 변화를 잘 예측하고 발빠르게 대응하는 능력을 갖췄다는 점이다.
이 지사장은 "디지털 민첩성이 우수한 이른바 '리더 기업'의 66%는 전사적 인재 시스템과 정책을 갖추고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기업의 경우 이 수치가 14%에 그친다"고 소개했다. 리더 기업의 51%는 통합된 인사·재무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다.
아태 지역 기업의 IT 과제는 △올바른 기술 솔루션 선택△의사 결정에 영향을 주는 시스템의 일관성·통합성 결여△디지털 회복력 제공 등이다. 재무 부서의 주요 과제는 △매출 성장을 추구하면서 새 성장 기회 파악△장기적인 기업 회복력 확보△예측 가능한 현금 흐름을 위한 비용 억제 문화 조성 등이 꼽혔다. 인사 분야의 과제로는 △높은 인사 서비스 기준 제시△하이브리드 워크포스 지원을 위한 인사 전략 수립△변화하는 사업 환경에 맞는 스킬 파악 등이다.
IT, 재무, 인사 등의 분야에서 디지털 민첩성이 떨어지는 기업들은 클라우드 기반의 분석 솔루션을 활용해 사업 변화를 관리하고 업무를 자동화하는 역량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과거 데이터를 이용하다보니 공급망 차질, 인플레이션 심화 등 대외환경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상훈 워크데이코리아 지사장은 "팬데믹 이후 디지털 민첩성은 기업의 경쟁 우위를 결정하는 핵심 원천이 됐다"며 "기업이 디지털 민첩성의 수준을 끌어올리려면 IT와 인사, 재무 분야의 디지털 전환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각 분야의 리더 역할이 중요하다. 이 지사장은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디지털 이니셔티브를 조율하면서 비즈니스 전환을 리드해야 하며,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전사 의사 결정을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최고인사책임자(CHRO)는 민첩한 인력을 양성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디지털 전환을 위한 통합적 접근이 매우 시급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CIO, CFO, CHRO가 긴밀히 협력해서 여러 부문을 아우르도록 디지털 전환 노력을 정렬시키고 디지털 인재 관리뿐만 아니라 인사와 재무 프로세스를 통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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