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국내 증시에서 매도 공세를 펼치던 외국인들이 이달 들어 순매수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수급 측면과 실적 등을 고려했을 때 반도체, 자동차, IT가전 중 2차 전지에 접근이 유효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외국인 수급 양상이 코스피가 속락 구간을 지나면서 변했다"며 "달러인덱스 대비 원/달러 환율 상승세도 주춤해지면서 외국인이 순환적 반등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은 올해 초부터 6월 말까지 코스피를 16조5000억원 순매도했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으로 침체 우려가 불거졌던 게 가장 큰 이유다. 여기에 미국의 긴축 강도가 높아지면서 강 달러 압력도 외국인 매도의 동인이 됐다. 이에 따라 외국인의 코스피 지분율은 2년 반이 넘는 순매도 기간을 지나면서 2009년 하반기 수준인 30% 초반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7월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외국인이 7월 누적으로 1조1000억원 넘게 순매수로 전환한 것이다.
코스피 하락세가 주춤해지면서 공매도 잔고 비율도 감소했고, 외국인의 매도대금 중 공매도대금의 비율도 감소세로 바뀌었다. 외국인 수급은 코스피가 장부가를 밑돈 가운데 주가순이익비율(PBR) 저점을 확인한 이후 순매수로 전환하는 경향이 있다. 2000년 이후 8번의 사례에서 PBR 저점을 확인하고 평균 4주 후에 순매수로 전환했다.
최 연구원은 "이는 공매도한 주식을 되갚는 숏커버링이 일어나고 일부 주체의 저가 매수가 유입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고 현재도 이와 유사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지난 5~6월 외국인 매도가 수반된 주가 하락이 이어졌다. 5월은 뮤추얼펀드와 기금 중심인 미국계 자금이 주도했다면 6월은 '핫 머니' 성격을 지닌 유럽계 자금이 주를 이뤘다.
최 연구원은 "두 자금의 공통점은 국부펀드가 중심이 된 장기 투자 성격의 자금"이라며 "지속된 주가 하락이 장기성 자금에 있어 국내 주식 비중확대 기회가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결국 코스피가 추세 전환의 동력을 얻기 위해서는 미국계 자금이 유입될 필요가 있다는 게 최 연구원의 설명이다. 미국계 자금은 외국인 자금 중 40%를 넘게 차지하는 큰 손이다.
최 연구원은 투자 전략과 관련해 "상반기 외국인 매도세가 강했던 업종 중 수급이 유입되는 업종은 반도체, 화장품·의류, 유통, IT가전, 자동차 등이 있다"며 "수급 공백을 메우는 측면과 최근 반등 탄력과 실적을 고려하면 반도체, 자동차, IT가전 중 2차전지에 대한 접근이 유효할 것으로 본다"고 조언했다.
이어 "방어주 컨셉으로는 상반기에 이어 7월에도 수급이 유입되는 통신 업종에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김현정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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