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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뒤틀린 집' 서영희 "연기적 쾌감 有…모든 것에 감사한 마음"
입력 2022-07-20 07:02 
서영희가 '뒤틀린 집'에 출연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사진|스튜디오 디에이치엘

‘호러 퀸으로 불리는 배우 서영희(43)가 돌아왔다. 이번엔 집을 소재로 한 영화다.
서영희는 지난 13일 개봉한 영화 ‘뒤틀린 집(감독 강동헌)에서 신경쇠약에 걸린 엄마이자 아내 명혜를 연기했다.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이 작품은 원치 않게 외딴집으로 이사 온 가족이 열지 말아야 할 금단의 문을 열게 되면서 맞이한 섬뜩한 비극을 다룬 미스터리 하우스 호러. 지금껏 다뤄지지 않은 '오귀택 괴담'을 소재로 했다. 오귀택은 현관, 대문, 거실 등의 방향이 뒤섞여 생긴 틈 사이로 귀신이 모여드는 흉가를 뜻한다.
서영희는 출연 계기를 묻자 강동헌 감독님의 ‘기도하는 남자를 보면서 연출을 잘하는 분이라고 생각했고, 공포 영화도 잘 연출하지 않을까 싶었다. 뒤틀린 집이라는 소재도 흥미로웠다. 집이 편한 곳이지만 제일 불편한 곳이 될 수도 있다는 점도 끌렸다. 겉으로 완벽해 보여도 문제없는 집이 없다고 생각한다. 모녀 이야기에 집중한 영화라는 점도 좋았다. 제가 엄마라 더 쉽게 다가온 소재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자신이 맡은 명혜 캐릭터에 대해 완벽한 가정을 꿈꾸던 여자인데 남편이 표절 의혹에 휘말리고 경제적으로 어려워지자 어쩔 수 없이, 어떻게든 살아보고자 그 집에 들어간다. 가족과의 관계도 틀어지고 마음도 아프고 우울한 인물이다. 저는 그런 스타일이 아니라서 늘 곤두서있으려 하고, 동떨어져서 있으려고 했는데 외롭기도 했다. 늘 신경이 예민하다는 건 피곤하더라”고 털어놨다.
이어 연기적으로 변화도 많고, 중간에 명혜가 확 놔버리면서 하고 싶은 대로 하는데 그런 것도 좋았다. 저도 완벽하지 않지만, 어떻게 보면 강박적으로 올바르게 살기 위해 나를 다잡고 다독이면서 산다. 때로는 그게 스트레스가 되기도 하고 일탈을 꿈꾸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명혜가 확 놔버렸을 때 연기적인 쾌감이 있었다. 상황에 집중해서 연기했고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몰입이 됐다”고 말했다.
서영희가 '뒤틀린집'에서 호흡을 맞춘 김민재 김보민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사진|스튜디오 디에이치엘

무엇보다 이러한 몰입에는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들의 힘이 컸다.
서영희는 남편 역의 김민재에 대해 이번이 첫 작품인데, 첫 촬영 첫 신인 부부 싸움을 하는 신부터 너무 수월하게 촬영했다. 서로 부모이기도 하고 공감대가 많은 친구였다. 수다도 떨면서 편하게 촬영했다. 촬영 끝나고 제가 가족과 제주도 여행을 갔는데 도움을 많이 받았다. 김민재가 제주도에 사는데 아이와 함께 갈 곳을 많이 추천해줬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딸 희우 역의 김보민에 대해서는 아역이란 생각이 안 들었다. 항상 준비되어 있었다. 촬영이 일찍 끝나 감독님이 다음 날 걸 오늘 찍을 수 있을지 물으니까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더라. 멋지더라. 많이 놀랐다. 아역이 아니라 프로 대 프로였다. 대본 띄어쓰기까지 놓치지 않더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궁금한 게 있으면 감독님에게 물어보고 열심히 준비하더라. 보민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들도 너무 잘하더라. 정신 차려야겠다고 생각했고, 나만 잘하면 되는구나 싶었다. 혹시나 아이들이 현장과 분리가 덜 될까 싶어 촬영하지 않을 때는 실제 이름을 불러주려고 노력했다. 대기실에서는 웃고 떠들고 촬영할 때 그 순간에 집중했다”고 돌아봤다.

‘뒤틀린 집을 통해 음악감독으로 데뷔한 가수 겸 작곡가 윤상도 힘이 됐다. 윤상은 강동헌 감독의 전작 ‘기도하는 남자을 재미있게 본 뒤 감독과 친분을 쌓았고, 이번 작품에 참여하게 됐다. 또 서영희가 주연이란 말에 함께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서영희도 윤상의 팬을 자처하며 저도 윤상 감독의 ‘가려진 시간 사이로를 들으면서 컸다. 처음에 한다고 해서 놀랐다. 직접 만나는 날 팬이라고 말씀드렸다. 제가 출연하는 영화를 통해 음악감독으로 데뷔하는 게 너무 좋았다. 음악을 듣는데 감독님이 고민한 흔적이 느껴졌다. 명혜의 감정을 잘 표현해주신 것 같다”며 팬심을 드러냈다.
제작진이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세트장의 도움도 컸단다. 그는 창고 세트를 정말 무시무시하게 지어서 들어갈 때 무서웠다. 시체 모형과 촬영할 때는 약품 냄새랑 악취가 심해서 조금 힘들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서영희가 두 아이의 엄마가 되면서 연기에 도움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사진|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서영희에게 공포는 뭘까. 그는 평소 공포영화를 즐겨보는 편은 아닌데, 촬영하면서 여러 작품을 접하다보니 매력이 있더라. 저는 집에 대한 공포보다는 평소 숙소에 대한 공포가 있어서 몰입됐다. 촬영할 때 숙소를 혼자 쓰면 아무래도 무섭다. 그럴 때는 불 켜놓고 일찍 자려고 한다"면서 "사실 다른 공포보다는 바늘 공포증이 심하다. 저는 귀신보다 바늘이 더 무섭더라. 성인이 돼서도 소아과를 가서 주사를 맞을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1년 결혼한 서영희는 2016년 첫째 딸을 품에 안았고, 2020년 둘째를 득녀해 두 아이의 엄마가 됐다.
그는 엄마가 되고 연기에도 도움이 되더라. 감정적으로 도움이 된다. 일할 때 절실한 마음으로 일하게 되고, 날 불러주는 게 너무 감사하다. 예전에는 단순히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일할 때 집중해서 일하고 임하는 자세가 달라졌다. 육아와 병행하는 게 힘들지만, 가족이 많이 도와줘 일과 가정에서 균형을 잡으려고 한다. 일할 때는 저에게 집중한다. 배우 서영희로 살아가는 것, 엄마로 살아가는 것 모두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가족을 지켜야 하는 사람이 되니까 부담이 커지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그만큼 얻는 즐거움도 많다. 제가 가족이랑 쭉 살다가 결혼했다. 혼자 살아본 적이 없어서 집에서 벗어나고 싶기도 했는데, 이제는 오히려 벗어날까봐 두렵다. 운전할 때도 조심하게 되고 몸을 사리게 되더라. 제가 소중한 사람이 됐기 때문에, 지켜야 할 사람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결혼 후 달라진 점을 들려줬다.
1999년 연극 ‘모스키토로 데뷔, 23년 차 배우가 된 서영희는 앞으로도 꾸준히 자신의 길을 가고 싶다고 말했다.
연기는 죽을 때까지 하고 싶어요. 가끔은 착한 이미지나 호러 퀸이라는 이미지에 대해 많이들 물어보시긴 하는데, 장르가 같다고 해도 캐릭터나 이야기는 다르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지금 못하는 것에 대해 자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요. 기다리다 보면 또 여러 기회가 오지 않을까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일하는 시간이 너무 좋아요. 그냥 지금은 모든 게 감사한 마음입니다.”
[양소영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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