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인하대 사건' 가해자 신상 공개 일파만파…'사실적시 명예훼손' 역고소 우려도
입력 2022-07-16 15:46  | 수정 2022-07-16 16:15
'인하대 사망사건'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의 신상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타고 퍼지고 있다.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적용 땐 역고소 당할 수도
사실 입증해도 사실적시로 처벌 받을 수도

인하대 캠퍼스 내에서 여대생을 성폭행한 뒤 건물에서 추락해 숨지게 한 같은 학교 남학생 A씨가 가해자로 지목된 가운데, A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신상이 인터넷 커뮤니티 상에서 일파만파 퍼지고 있어 이를 두고 찬반 논쟁이 일고 있습니다.

앞서 인하대에 재학중인 여대생 B씨는 이날 오전 3시 49분쯤 인천시 미추홀구 인하대 캠퍼스 안에서 쓰러져 있다가 행인에 의해 발견됐습니다. 당시 그는 머리 출혈과 함께 심정지 상태였으며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습니다.

이들은 온라인으로 계절학기를 수강하고 있었으나, 사건 당일에는 시험을 치르기 위해 학교를 찾은 것으로 파악됩니다. 경찰은 성폭행을 당한 B씨가 3층에서 지상으로 추락해 숨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경찰은 B씨가 성폭행을 피하려다 3층에서 스스로 떨어진 것인지, A씨가 밀어 떨어졌는지 여부에 대해선 현재 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사실 입증해도 사실 적시로 처벌 가능

오늘(16일)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는 A씨로 예상되는 남성의 신상이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전화번호와 나이, SNS 프로필, 주거지 등, 세세한 부분까지 적어 놓은 게시글에는 모자이크하지 않은 얼굴 사진까지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인하대 사망사건'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의 신상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타고 퍼지고 있다.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문제는 해당 사진이 실제 A씨의 신상이 아니었을 때의 파장과, A씨의 신상이 맞다고 하더라도 현행법 상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에 의해 신상정보를 업로드한 게시자들이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A씨가 자신의 신상을 함부로 웹사이트에 게재했다는 점을 들어 해당 글을 작성한 글쓴이를 역으로 고소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원칙적 금지, 예외적 허용의 형태를 취합니다. 일단 사실을 적시했다면 그것이 실제 어떤 피해를 가져왔는지와는 무관하게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으며, 그 내용에는 내밀한 사생활뿐만 아니라 고소인의 가해 사실 등도 포함됩니다.

형법 제30조 1항, 정보통신망법 제70조 1항에 따르면, 공연히 사실을 적시할 경우 타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처벌받을 수 있으며,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비방의 목적이 없어야)만 처벌을 피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하는 경우 사실임을 입증해도 사실적시로 처벌받을 수 있는 사례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명예훼손은 반의사불벌죄(고소인의 의사에 반해 처벌할 수 없는 죄)이기 때문에 고소인의 처벌 불원 의사가 수사와 재판 결과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칩니다. 다만, 사실적시의 경우 처벌받는다고 해도 벌금형 정도가 일반적이기 때문에 대개 수사 단계에서 '형사조정'을 권하는 일이 많고, 피고소인 상당수는 조정에 응하거나 고소인의 요구에 맞추는 방식으로 사건이 마무리됩니다.


이 때문에 명예훼손은 가해자나 권력자 쪽이 악용할 소지가 많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다수를 대상으로 무분별한 명예훼손 고소를 남발하는 기획고소의 등장과 합의금 장사를 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피해 당사자가 직접 고소해야 하는 친고죄가 아니기 때문에 제3자 고발이 남용돼 '전략적 봉쇄소송'(공적 인물과 공적 사안에 대한 감시와 비판적 보도 봉쇄 목적)까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카더라'식 신상공개…사실 아닐 경우 심각한 상처 우려

유튜브 등 뉴미디어 플랫폼이 커지며 근거 없는 '카더라'식 신상공개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상처를 남기고 있습니다. 특히 실제 가해자가 아님에도 가해자로 지목되어 억울하게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명예훼손죄가 존재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 유튜버 '송대익'은 한 피자·치킨 프랜차이즈점에서 배달원이 주문한 음식을 빼돌렸다는 내용의 영상을 조작해 논란이 됐습니다. 해당 업체는 조작 방송을 한 송대익에 대해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민형사 고소를 진행해 승소했습니다.

유튜버 '하얀트리'는 자신이 방문한 무한리필 간장게장 집에서 밥알이 나왔다며 게장 재사용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폐쇄회로 (CC)TV 등 확인 결과, 하얀트리 본인의 식사 중 들어간 밥알이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결국 폐업을 결정한 식당 주인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유튜버의 허위사실 방송으로 자영업자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만들어달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이런 현실을 고려해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0년 6월, '허위조작정보방지법'을 대표 발의하고 영향력이 큰 유튜버 등도 온라인상에서 타인을 모욕하고 명예훼손하는 행위에 대해 제재를 하겠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이 법안은 정보통신망법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정보통신망에 올라온 허위조작정보에 대해 사업자에게 삭제 의무를 부여하는 게 핵심입니다.

정 의원은 지난달 열린 더불어민주당 미디어언론상생TF 간담회에서 "허위조작정보에 대해 아무런 법적 규제 없이 방치하면 사실상 허위조작 콘텐츠가 겉잡을 수 없이 늘어날 수 밖에 없고 이것을 경제적·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는 범죄에 사용할 수 있다"며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고기정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kogije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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