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클럽을 다녀온 뒤 열이 나거나 피가 섞인 가래(객혈), 근육통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일명 '강남 역병' 환자가 늘고 있다는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속속 올라오고 있다. 증상도 몇 주 동안 기침이 이어지거나, 객혈(혈액이나 혈액이 섞인 가래를 기침과 함께 배출하는 증상), 폐 통증, 어지러움, 근육통 등 다양하다.
최근 '클럽365′를 포함한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른바 '강남 역병'에 걸려 고통스럽다는 내용의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한 글 작성인은 "클럽을 다녀온 뒤 독감에 걸린 것처럼 몸 상태가 나빠졌고 기침과 가래 증상이 이어졌다"고 자신의 증상에 대해 적었다. 또 다른 이는 "목에 혹이 난 것처럼 아프다. 피가 섞인 가래가 나와 숨 쉬는 게 어렵다"고 호소했다. 서울 강남의 한 클럽을 방문했다는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클럽 다녀온 뒤 급격하게 몸 상태가 안 좋아지더니 독감 걸린 것처럼 너무 아프다. 기침·가래 때문에 힘들다"고 적었다.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이는 신빙성이 낮은 것으로 보여진다. 해당 증상으로 병의원에서 검사를 받았지만 코로나19가 아닌 사례도 나타나고 있어서다.
감염 전문가들은 이 질환을 '레지오넬라증'으로 의심하고 있다. 레지오넬라균은 대형 건물의 냉각탑과 에어컨 등에 존재하며, 물 분자에 올라타 공기 중에 퍼져 사람들을 감염시킨다. 이 균에 감염되면 ~12일 잠복기를 거쳐 발열·몸살·기침·근육통·호흡 곤란·객혈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전문가들은 클럽 내 에어컨 등 냉방시설의 위생 관리가 되지 않아 레지오넬라균이 발생했을 확률이 높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감염병포털에 따르면 레지오넬라균에 의한 감염은 폐렴형과 독감형으로 나뉜다. 폐렴형은 통상 기저질환자와 면역저하환자 등에서 발생해 치사율이 40~80%에 달하지만, 독감형은 주로 기저질환이 없는 사람에게서 나타나며 현재까지 사망률은 0%다. 이로 인해 레지오넬라균을 증상이 유사한 냉방병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레지오넬라균은 냉방병과 달리 병원균에 의한 질병이다.
전문가들은 '강남 역병'을 정확히 레지오넬라병이라고 진단할 수는 없지만, 만일 감염됐다면 신고하고 역학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한다.
한편 레지오넬라는 3군 법정감염병으로, 만일 감염됐다면 관할 보건소에 24시간 이내로 신고해야 한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최근 레지오넬라병으로 보고된 환자는 한 명도 없다"면서도 "비슷한 증상의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만큼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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