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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야구 선수는 스타가 아닌 학생, 현장 지도자들의 절규
입력 2022-07-15 10:58 
사진=MK스포츠 DB
"혹시 한국에서 고교 야구의 인기가 뜨거운가? 나만 느끼지 못하는 것인지 궁금해서 그렇다."
얼마 전 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로 부터 들은 질문이다. 바로 답을 하지 못한 채 머뭇거리자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한국 고교 야구 수준이 그리 높지 않다. 그런데 자신이 스타라고 생각하는 선수가 너무 많다. 야구 좀 한다 싶으면 대부분 스타 의식을 갖고 있다. 몇몇 엘리트들에 의존하기 때문은 아닌지 걱정이다. 그러다 보니 자꾸 기본기가 약해진다."
비단 외국인의 눈에만 그렇게 비친 것이 아니다. 고교 야구 현장에선 이미 선수들의 스타 의식이 큰 문제로 자리잡고 있었다.
레전드 코치 출신으로 현재 고향 고교 팀들의 인스트럭터로 활동하고 있는 A씨는 이런 말을 했다.
"요즘 애들은 야구를 코치가 아닌 유튜브를 통해 배운다. 유튜부에서 본대로 따라하는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아직 몸도 영글지 않았고 기본기도 없는 상태에서 마이크 트라웃이나 오타니 같은 폼을 한다고 그게 될 일인가. 추상 화가인 피카소도 그림의 기본인 정물화를 기가 막히게 그릴 줄 알았다고 한다. 기본이 돼 있어야 거기서 창작도 나오고 새로운 시도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 선수들은 그런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 감독 코치들도 별반 힘을 못 쓴다. 선수들의 목소리는 점차 커지고 지도자들은 자리 보전 탓에 움츠러 들어 있다.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야구 명문고 A팀 감독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A 감독은 "선수들이 수업을 듣고 훈련을 해야 하다보니 전체적으로 훈련량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나이트 시설이 돼 있는 학교는 좀 낫지만 그렇지 않은 학교는 전체 훈련량이 크게 부족하다. 그러다보니 학생들이 사설 야구 교실에 많이 의존하게 된다. 그 곳에서 가르치는 것이 틀렸다는 것이 아니다. 학교의 지도자들과 방향이 다르면 골치가 아파질 수 밖에 없다. 선수는 비싼 돈 내고 배워 온 것을 활용할 수 밖에 없다. 감독 코치도 이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인데 마치 감독 코치가 틀렸다는 듯한 반응이 나올 때는 답답하기 이를데 없다. 점차 선수들을 다루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복종하라는 것이 아니라 팀 워크를 만들어가는데 방해가 돼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고교 야구 선수는 선수이기 이전에 학생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스트럭터 A는 "야구 좀 한다 싶으면 코칭 스태프도 그저 지켜볼 수 밖에 없다. 여기 저기 매스컴을 많이 타니 벌써 스타가 된 줄 아는 선수들이 적지 않다. 마음 같아선 고교 야구 기사를 쓰지 말아달라고 부탁하고 싶을 정도다.. 선수들의 인식 자체가 잘못 된 경우가 많다. 일단 기본부터 배우고 그 위에 새 집을 지어야 한다. 하지만 기본을 익힌다는 건 대단히 고단한 일이다. 요즘 선수들은 그 시간을 버텨보려 하지 않는다. 눈 앞에 쉽고 편한 방법만 찾고 실천한다. 뾰족한 대안이 없어 그저 애만 태우고 있다"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정작 메이저리그 스카우트와 국내 스카우트 모두 "점차 고교 야구 수준이 떨어지고 있다"고 걱정하고 있는 상황. 그러나 선수들은 체감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들만의 리그에서 스타가 나오고 그 스타에 의해 야구가 좌지우지 되고 있다. 한국 아마추어 야구는 지금 바른 길을 가고 있는가.
현장 지도자들의 뼈아픈 고백이 이어지고 있지만 환경은 더욱 열악해 지고 있다. 외적인 성장이 내실을 기할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할 때다. 더 늦어지면 그땐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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