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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우가 언제부터 '고개 숙인 남자'가 됐나. 자존심 걸고 야구 하자
입력 2022-07-15 10:26 
자신감의 화신이었던 최형우가 최근 약한 소리를 자주 하고 있다. 고개 숙인 최형우는 우리가 알던 최형우가 아니다. 사진=김재현 기자
불과 2년 전 이야기다. KIA 최형우(39)는 2020시즌 타격왕에 올랐다.
당시 최형우는 거침이 없었다. "나이 들어 야구 잘하는 비결이 뭔가?"라는 질문에 "나이 많이 먹고도 잘하는게 아니라 실제 나이가 얼마 되지 않는다. 형들도 아직 한창 뛰고 있는데 내가 나이 얘기를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에이징 커브를 막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아직 에이징 커브가 오지 않은 것"이라고 했었다.
보통 자신감이 아니었다. 야구는 최형우의 자부심이었다.
그러나 그런 최형우가 조금씩 약한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극심한 부진을 겪으면서 부터다.
최형우는 눈에 이상이 생기는 부상을 당한 뒤 급전직하 했다. 야구를 계속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다.
다행히 부상에서 회복되며 다시 타석에 들어섰지만 예전의 당당했던 최형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 흐름은 올 시즌에도 이어지고 있다.

나성범이 150억 원이라는 대형 계약을 맺었을 때도 "이젠 내가 4번이 아닌 6번 정도를 쳐야 할 때가 된 것 같다"고 했었다. 농담이 섞인 멘트였지만 '최형우'라는 자부심은 느껴지지 않는 말이었다.
이후에도 최형우는 "야구가 쉽지 않다"던가, "요즘은 좀 맞는데 언제까지 이 티각감이 갈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떨구곤 했다. 모두 최형우 답지 않은 행동이었다.
실제 최형우는 올 시즌 대단히 부진하다.
타율이 0.227에 불과하다. 장기인 장타율도 0.369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최형우의 눈 야구까지 꺾인 것은 아니다. 최형우는 전반기서 무려 50개의 볼넷을 얻어 냈다. 54개의 추신수에 이어 최다 볼넷 2위에 올라 있다.
어떻게든 출루를 해 팀의 득점 찬스를 만들?募募� 최형우의 의지가 읽혀지는 대목이다. 최형우가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대목이다. 최형우는 여전히 팀에 꼭 필요로 한 선수다. 고개 숙이고 자신감 떨어진 모습을 보이는 것은 최형우 답지 못하다.
그는 언제나 당당하고 자신감에 넘쳤다. 그 자신감에 성적이 따라오며 최고의 시즌을 만들어내곤 했다.
그러나 지금의 최형우에겐 그런 자신감을 찾아보기 어렵다. 자신감을 가질만한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바꿔 말하면 심리적으로 먼저 무너진 탓에 기술이 따라오지 않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최형우는 최형우 다운 야구를 해야 한다. 더 당당하게 고개 들고 어깨엔 자신감을 장착하고 타석에 들어서야 한다. 어떤 공도 칠 수 있다는 확신에 찬 야구를 했던 최형우다. 그가 정신적으로 먼저 무너지면 기술도 함께 무너질 수 있다.
이제라도 최형우 다운 야구를 해야 한다. KIA는 여전히 최형우를 바라보고 있다. 그가 터지면 타선은 또 한 번 업그레이드 될 수 있다. 지금까지 보여준 것이 없었으니 이제라도 잘하면 외부 FA 영입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아직 눈 야구가 살아 있는 최형우다. 좀 더 자부심을 갖고 야구해도 좋을 일이다. 다행히 팀은 여러 어려움 속에서 5위로 전반기를 마쳤다. 한 번쯤 재도약을 꿈꿀 수 있는 기반은 마련이 돼 있다.
자존심 빼면 시체였던 당당했던 최형우가 보고 싶다. 최형우가 그 자신감으로 다시 무장하고 나설 때, KIA는 비로서 제대로 된 타선 시너지 효과를 보며 타 팀의 최고 경계 대상이 될 것이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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