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이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그동안 집값 급등 피로감과 이자에 대한 부담 증가 등으로 관망세를 유지했던 시장이 '빅스텝(기준금리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 수준의 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되면서 관심 밖으로 멀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이 즉각적으로 시장 하락에 영향을 주지는 않겠지만, 시장 침체가 장기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1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자료에 따르면 지난 달 서울 아파트 거래건수는 841건으로 전년 동월(3493건) 대비 약 76% 감소했다. 지난 5월 거래량도 전년 동월 대비 65% 줄었다. 다만 6월은 신고 접수 기한이 남아있어 최종 거래건수는 지금보다 더 늘어날 수 있다.
올 3월 새로운 정부 출범 기대감으로 서울 아파트 거래는 3월(1435건)과 4월(1752건) 소폭 늘었지만,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금리 부담 증가 등에 거래는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실제 서울에서 영업 중인 대다수 공인중개사들은 급매 일부를 제외하고 매수 문의조차 없다고 입을 모은다.
설사 거래가 이뤄지더라도 이자부담 등이 덜한 소형 주택에 쏠리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올해 1~5월 전용 41~60㎡는 전체 거래량의 36%를 차지했다. 국민평형이 포함된 전용 61~85㎡ 아파트 거래량은 28.7%로 나타나 30% 이하로 떨어졌다. 올해 상반기 청약시장 역시 전용 60㎡ 미만 아파트의 1순위 청약 경쟁률은 27.3대1(청약홈 자료)로 지난해 상반기(9.6대1)보다 3배가량 높았다.
아실 자료를 보면, 이날 기준 서울의 아파트 매물은 6만3243건으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유예 시행 일인 5월 10일(5만6568건)과 비교해 11.8% 증가했다. 매물은 늘고 있지만, 거래는 안되고 있는 셈이다.
거래회전율도 9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거래회전율은 매매활성화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를 활용된다. 법원 등기정보광장 자료를 보면, 지난달 전국 집합건물(아파트·다세대·연립주택·오피스텔 등) 거래회전율은 0.42%로, 2013년 1월 0.32% 이후 9년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달에는 집합건물 1만개 중 42개꼴로 거래됐다는 것으로, 거래회전율이 낮을수록 거래 가능한 부동산에 비해 소유권 이전등기가 완료(등기원인 매매)된 부동산이 적다는 의미다.
거래회전율은 지난해 3월 0.83%로 연중 고점을 찍은 뒤 소폭 하락하기 시작해 그해 6~11월 0.60%대를 나타냈고, 12월 0.59%로 내려앉았다. 올해는 1월 0.50%를 기록한 뒤 2~5월 0.46~0.47% 수준을 오가다 지난달 0.42%로 더 낮아졌다.
전국 17개 시도·광역시 중에서는 서울의 집합건물 거래회전율이 0.30%로, 가장 낮았다. 서울의 수치는 지난해 월별로 0.44~0.73%를 나타냈는데 올 들어서는 줄곧 0.30%대에 머물며 지난달에는 연중 최저치를 찍었다. 특히 지난해 '영끌' 수요가 대거 몰리며 집값이 상승했던 노원구(0.11%)의 침체 양상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거래회전율이 최고 1%대까지 치솟았던 경기·인천도 지난달에는 각각 0.40%, 0.51%를 나타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거래시장의 활력이 떨어진 데에는 금리인상과 고물가, 집값 하락 우려 속 매수심리가 위축된 영향이 크다는 업계의 분석이 나온다.
지난 달 마지막 주 수도권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9.8을 기록하며, 90 이하로 떨어졌다. 이 지수가 기준선(100)보다 낮으면 낮을수록 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인데 90 아래로 떨어진 건 2019년 8월 12일(89.6) 조사 이후 2년 10개월 만에 처음이다. 전국 수치는 92.6으로 6주 연속 하락했다.
이처럼 거래절벽 현상이 심화되자 시장의 매물은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다주택자들이 절세를 위해 꾸준히 시장에 집을 내놓는 만큼 고스란히 매물 증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아실 자료에 따르면 이달 11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 물건은 총 41만7648건으로, 전년도 같은 날짜(26만446건)와 비교해 15만여개 늘었다. 증가율은 60.3%에 달한다.
수도권 지역의 경우 경기가 6만6142건에서 12만844건으로 82.7%, 서울은 4만3179건에서 6만3243건으로 46.4% 늘어났다. 수도권 지역의 경우 최근 석 달 사이에 급격한 증가 추세가 돋보였다. 서울이 3개월 사이 5만2460건에서 6만3243건(20.5%)으로, 경기가 10만338건에서 12만844건(20.4%)으로, 인천이 2만2483건에서 2만7021건(20.1%)으로 증가했다.
서울안에서는 강남3구와 외곽지역의 매물 증가추세가 뚜렷한 차이점을 보였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로 세 부담이 줄어들면서 다주택자들이 핵심 입지를 제외한 외곽지역 물건들을 위주로 시장에 내놓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 1년 사이 가장 큰 증가세를 보이는 곳은 강북(79.1%), 도봉(74.3%), 동작(74.2%), 양천(69.9%), 구로(68%), 강서(66.3%)순이었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가장 작은 증가세를 보인 곳은 서초(15.5%), 광진(26.1%), 강동(26.7%), 송파(26.9%), 강남(28.8%) 순이었다.
주택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부동산을 생애 최초로 매수한 사람 수도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직방이 대법원등기정보광장 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전국 부동산 생애 최초 매수자는 월 평균 3만8749명으로, 2010년 관련 통계를 공개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적은 것으로 집계됐다. 월 평균 부동산 생애 최초 매수자가 4만명을 밑도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의 생애 최초 부동산 매수자는 올해 들어 월 평균 4389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역시 통계 집계 이후 역대 최저치다.
올해 들어 전체 부동산 매수자 중 생애 최초 부동산 매수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23.9%로, 2017년(23.6%)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다.
정성진 부땡톡 대표는 "국내 가계 자산의 특성상 부동산 비중이 높은데, 정부가 고강도 대출 규제를 시행하면서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진 것"이라며 "여기에 금리 인상과 물가상승 등 경제 환경이 악화하면서 부동산 거래 시장이 급격히 침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계속되는 금리인상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 등으로 구매력 있는 실수요자가 줄어들고 있다"면서 "여기에 경기불황으로 전반적인 매수세가 줄면서 매물 적체 현상과 평년보다 저조한 주택 거래, 가격 약보합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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