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키오스크' 주문에 난감한 시각장애인…"음성·점자 없는 유리장벽"
입력 2022-07-12 08:46  | 수정 2022-07-12 09:06
서울 중구의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무인주문기로 주문하는 캠페인에 나선 시각장애인들 / 사진=연합뉴스
음성·점자 안내 기능 있는 기기는 전체의 10%도 못 미쳐
시각장애인권리보장연대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안 단계적 허용 언제 기다리나"


시각장애인들이 서울 시내의 한 패스트푸드점을 찾아 직접 무인주문기(키오스크)로 주문을 해보는 '내돈내산 권리찾기 캠페인'을 벌이며 키오스크가 얼마나 시각장애인들에게 불편함을 주는지 고발했습니다.

11일 시각장애인권리보장연대는 시각장애인 수십 명이 서울 중구의 한 패스트푸드점을 찾아 직접 무인주문기(키오스크)로 주문해보는 캠페인을 벌였다고 전했습니다.

이들은 주문을 받는 직원 없이 무인주문기 앞에서 주문을 시도했으나 화면이 보이지 않아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음성 안내나 점자 안내가 전무한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습니다. 주문을 시도하던 대부분의 이들은 낙담한 채 발길을 돌렸고, 그 중 일부만이 옆에서 음식을 주문하던 행인의 도움을 받아 주문에 성공했습니다.

편리하고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점차 설치가 확대된 무인주문기는 한국지능정보사회지능원에 따르면 2019년 기준 8500대에서 지난해 기준 2만6500대로 2년 만에 3배 넘게 늘었습니다. 그러나 무인주문기 중 점자 블록이나 음성서비스 등 지원 기능을 갖춘 기기는 전체의 10%에도 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처럼 패스트푸드점과 프랜차이즈 카페들을 중심으로 음성과 점자 기능이 없는 무인주문기로만 주문을 받는 방식이 확대되며, 시각장애인들은 자신의 돈을 지불하고도 음식을 구입할 수 조차 없는 난감한 상황에 처했습니다.


이날 캠페인을 조직한 시각장애인권리보장연대는 최근 보건복지부가 공청회에서 공개한 무인주문기 접근성 강화를 위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안이 '3년 내 단계적 허용' 방침을 담고 있다고 반발했습니다. 지난해 6월 법이 개정됐음에도 내년 1월에야 법이 시행되는데, 여기에 3년이라는 유예기간을 설정하면 2026년까지 3년 반을 더 기다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시각장애인권리보장연대는 "키오스크는 시각장애인에게는 유리 장벽과 같은 무용지물에 불과하다"며 "메뉴 고르기와 결제, 포인트 적립 등 복잡한 과정을 확인할 수 없고 신용카드 투입구도 찾지 못해 총제적으로 접근이 어렵다"며 시각장애인들의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더불어 "시행령안은 정당한 편의 제공의 내용을 지나치게 구체적으로 서술한다. 시각장애인이 키오스크에 더 접근하기 좋은 새로운 기술이 나오더라도 시행령의 좁은 해석으로 인해 이용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한편, 이날 캠페인이 끝난 뒤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분 한분의 소중한 의견이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 개정안에 적용될 수 있도록 복지부와 함께 논의해 꼼꼼히 챙겨보겠다"고 전했습니다.

[권지율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wldbf992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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