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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 피크아웃 우려에 고금리·원화 약세까지…트리플 악재에 대한항공 울상
입력 2022-07-11 15:54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수혜에 따른 호실적 기대에도 항공 대장주 대한항공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항공 화물 '피크 아웃(고점 통과 후 하락)'과 원화값 약세, 금리 상승 등 '트리플 악재'에 따른 수익성 악화 우려에 주가가 상승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이날 3.98% 하락한 2만41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약세장에서도 39% 상승했지만 올해 들어선 18% 하락했다. 경기 침체 우려가 본격화된 6월 이후 하락세가 본격화됐다. 6월 한달간 대한항공 주가는 13% 하락했다.
대한항공을 필두로 한 항공주들은 올해 초만에도 엔데믹(풍토병화) 기조 확산에 주가가 상승세를 탔다. 코로나19 확진자수가 줄고 해외 주요국들이 방역 빗장을 풀면서 실적이 빠르게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6월부터 경기 침체 우려가 불거지며 중·장기 여객 수요가 시장 기대치를 밑돌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외 악영향 속에서도 대한항공의 올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4%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이후가 문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 영업이익은 2023년에는 전년 대비 18%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주가는 미래 상황을 선반영하는 경향이 있기에 올해 호실적이 예상됨에도 주가가 지지부진한 것으로 풀이된다.

팬데믹 기간 동안 실적을 견인했던 항공화물 업황이 피크 아웃에 도달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6월 국내 출·도착 항공화물 수송량은 24만6418t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8% 감소했다. 박수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출·도착 항공화물 뿐만 아니라 글로벌 항공화물 수송량도 전년 동기 대비 8.3%, 2019년 동월 대비 2% 감소했다"며 "재화 소비가 하락 반전하는 구간에 진입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여객기 공급이 늘면서 항공화물 운임도 상승 추세가 꺾였다. 홍콩 TAC 인덱스에 따르면 6월 홍콩-북미 노선 운임은 kg당 8.7달러로 전월(9.7달러) 대비 10% 하락했다. 올해 1월(10.9달러)과 비교하면 반기 만에 20% 떨어진 셈이다. 6월 홍콩-유럽 노선 운임은 kg당 6.3달러로 올해 초(6.6달러)보다 떨어졌다.
최근 달러 강세와 고금리 환경이 지속되면서 환차손이 발생하고 자금 조달 비용이 늘고 있다는 점도 주가에 부담이다. 대한항공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대한항공의 순외화부채 규모는 약 41억달러(약 5조3350억원)에 달한다. 달러당 원화값이 10원 하락하면 약 410억원의 외화평가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원화값 약세는 현금흐름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연결기준 1분기 현금흐름표를 살펴보면 외화표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의 환율변동효과는 -120억원이었다.
대한항공은 "외화로 표시된 거래를 수행하고 있으므로 환율 변동으로 인한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주로 달러화에 노출돼 있고 환율 변동 위험은 정기적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항공기 장기 리스비, 항공유 구매 비용도 모두 달러로 결제가 이뤄지는만큼 달러당 원화값이 급락하는 점은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금리 영향도 크다. 대한항공의 4조5000억원에 달하는 변동금리차입금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평균 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마다 이자비용이 450억원 늘어난다. KB증권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차입금·자기자본 등을 종합한 올해 추정 가중평균자본비용(WACC)은 6.41%로 지난해 말(4.72%) 대비 대폭 상승했다. WACC는 재무구조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얼마나 저렴하게 투자재원을 조달해 사업을 진행하느냐를 확인해 볼 수 있다. WACC가 올랐다는 건 금리 인상으로 인한 비용 증가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국제유가가 여전히 배럴당 100달러를 상회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상황이 더욱 열악하다. 올해까지 적자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기업들이 많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진에어와 제주항공은 올해 각각 740억원, 1428억원의 적자를 볼 것으로 추정됐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재무구조가 열악한 항공사는 부채 롤오버(만기 연장)의 어려움 및 자본잠식 가능성 등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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