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아시아 농구를 뜨겁게 한 노장들이 이번에도 아시아 최고 무대에 나선다.
하메드 하다디(37), 자이드 아바스(39)가 한때 양동근, 김주성과 함께 아시아 정상을 다투던 괴물들이 이번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2022에 참가한다.
하다디는 아시아 최고의 선수로서 호주와 뉴질랜드가 편입되기 전 패권을 쥐고 있던 중국을 세차게 몰아붙였던 유일한 존재다. 아주 짧지만 NBA 리거이기도 했고 3번의 아시아컵 우승을 이끈 이란의 영웅이다.
218cm의 거한이지만 40분 출전이 가능한 체력, 그리고 내외곽 모두 공략이 가능할 정도로 공격 범위가 상당하다. 현재는 전성기 기량이 아니고 체력 역시 예전 같지 않아 괴물 같았던 그의 모습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그가 있는 이란과 없는 이란은 큰 차이가 있다(이 부분은 10년 가까이 아시아 정상을 지킨 이란 농구의 세대교체 실패를 뜻하기도 한다).
한국은 홈 이점 없이 하다디가 있는 이란을 이겨본 적이 없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결승에서 기적과도 같은 승리를 쟁취, 금메달을 목에 걸었으나 이후 5차례 만나 모두 패했다. 절정의 기량을 과시했던 라건아, 아시아 최고의 돌파력을 자랑하는 김선형조차 하다디가 있는 골밑에는 제대로 들어가지 못했다. 2000년대 하다디가 전성기 기량이었을 때는 양동근, 김주성 등 한국 최고의 선수들도 감당할 수 없었다.
중국도 2010년대 중반 들어 저우치-왕저린이 성장한 다음에야 간신히 하다디를 잡았을 정도로 오랜 굴욕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특히 야오밍 이후 아시아 최고의 원투 펀치였던 왕즈즈-이지엔리엔이 2대1로 승부, 압도적으로 무너진 2009년 대회는 치욕의 역사다(당시 한국도 하승진을 내세웠지만 하다디에게 21점 16리바운드 6블록슛을 허용, 대패했다).
하다디는 이번 이란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과거 이란의 Big3였던 메흐디 캄라니, 사마드 니카 바라미는 발탁되지 않았지만 하다디만큼은 제외되지 않았다.
한국과 하다디의 이란이 만나려면 여러 경우의 수가 필요하다. C조 1위가 유력한 이란이기에 한국이 B조 3위가 되어야만 확률이 높아진다. 8강 결정전에서 A조 2위를 잡으면 8강 매치가 성사된다. 물론 한국이 B조 3위가 될 가능성은 낮다. 대만과 바레인의 전력이 베일에 싸여 있는 만큼 안심할 수는 없으나 ‘참사가 아니라면 굳이 걱정할 이유가 없는 부분이다.
과거 2000년대 후반, 2010년대 초반 요르단은 아시아의 신흥 농구 강국으로 올라섰다. 그들의 성장 요인은 돈이었다. 막대한 자금으로 미국 출신 귀화선수를 영입했다. 라심 라이트, 오사마 더글라스 등 기량 면에서 아시아 선수들과 비교하기 힘들었던 선수들이 요르단에 합류했고 그들과 함께 Big3로 중국과 이란을 위협한 것이 바로 아바스다.
아바스는 2019 FIBA 중국농구월드컵 출전 이후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 이후 지난 농구월드컵 2월 예선부터 복귀, 요르단의 핵심으로 다시 섰다.
한국도 아바스가 있었던 요르단과 좋고 나쁜 추억이 존재한다. 2009, 2011 윌리엄존스컵에서 내리 패한 한국은 이후 중국농구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만나 모두 승리했다. 조금 더 과거로 넘어가면 2007 아시아농구선수권대회(현 아시아컵)에서 접전 끝에 승리한 바 있다.
이란과 마찬가지 한국과 요르단이 이번 대회에서 만나려면 엄청난 변수가 존재해야 한다. 요르단은 A조에 속해 있고 호주에 이어 2위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한국이 B조 3위가 됐을 때 8강 결정전에서 붙게 된다. 앞서 언급한 경우의 수와 같다. 한국으로서는 최악의 상황이다. 요르단 다음이 이란인 셈이다. 역시 가능성은 낮다.
세계 농구가 그렇듯 아시아 농구 역시 세대교체가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도 세월의 흐름을 거스르는 남자들이 있어 흥미가 생긴다. 하다디, 아바스 등 노장들이 과연 젊음에 쓰러질까. 아니면 노익장을 과시, 아직 죽지 않았음을 증명할까. 사실상 마지막 아시아컵이다. 그들의 영광이 영원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하메드 하다디(37), 자이드 아바스(39)가 한때 양동근, 김주성과 함께 아시아 정상을 다투던 괴물들이 이번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2022에 참가한다.
하다디는 아시아 최고의 선수로서 호주와 뉴질랜드가 편입되기 전 패권을 쥐고 있던 중국을 세차게 몰아붙였던 유일한 존재다. 아주 짧지만 NBA 리거이기도 했고 3번의 아시아컵 우승을 이끈 이란의 영웅이다.
218cm의 거한이지만 40분 출전이 가능한 체력, 그리고 내외곽 모두 공략이 가능할 정도로 공격 범위가 상당하다. 현재는 전성기 기량이 아니고 체력 역시 예전 같지 않아 괴물 같았던 그의 모습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그가 있는 이란과 없는 이란은 큰 차이가 있다(이 부분은 10년 가까이 아시아 정상을 지킨 이란 농구의 세대교체 실패를 뜻하기도 한다).
한국은 홈 이점 없이 하다디가 있는 이란을 이겨본 적이 없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결승에서 기적과도 같은 승리를 쟁취, 금메달을 목에 걸었으나 이후 5차례 만나 모두 패했다. 절정의 기량을 과시했던 라건아, 아시아 최고의 돌파력을 자랑하는 김선형조차 하다디가 있는 골밑에는 제대로 들어가지 못했다. 2000년대 하다디가 전성기 기량이었을 때는 양동근, 김주성 등 한국 최고의 선수들도 감당할 수 없었다.
중국도 2010년대 중반 들어 저우치-왕저린이 성장한 다음에야 간신히 하다디를 잡았을 정도로 오랜 굴욕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특히 야오밍 이후 아시아 최고의 원투 펀치였던 왕즈즈-이지엔리엔이 2대1로 승부, 압도적으로 무너진 2009년 대회는 치욕의 역사다(당시 한국도 하승진을 내세웠지만 하다디에게 21점 16리바운드 6블록슛을 허용, 대패했다).
하다디는 이번 이란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과거 이란의 Big3였던 메흐디 캄라니, 사마드 니카 바라미는 발탁되지 않았지만 하다디만큼은 제외되지 않았다.
한국과 하다디의 이란이 만나려면 여러 경우의 수가 필요하다. C조 1위가 유력한 이란이기에 한국이 B조 3위가 되어야만 확률이 높아진다. 8강 결정전에서 A조 2위를 잡으면 8강 매치가 성사된다. 물론 한국이 B조 3위가 될 가능성은 낮다. 대만과 바레인의 전력이 베일에 싸여 있는 만큼 안심할 수는 없으나 ‘참사가 아니라면 굳이 걱정할 이유가 없는 부분이다.
요르단 농구의 상징 아바스 역시 아시아컵에서 유니폼을 입는다. 그들과 경쟁했던 아시아 라이벌들은 이제 유니폼이 아닌 정장을 입고 있다. 사진=FIBA 제공
하다디 외 또 한 명의 추억의 스타가 이번 아시아컵에 출전한다. 그 이름은 아바스로 한국나이로 40세가 되는 노장 중의 노장이다. 그러나 기량은 여전히 요르단 최고다.과거 2000년대 후반, 2010년대 초반 요르단은 아시아의 신흥 농구 강국으로 올라섰다. 그들의 성장 요인은 돈이었다. 막대한 자금으로 미국 출신 귀화선수를 영입했다. 라심 라이트, 오사마 더글라스 등 기량 면에서 아시아 선수들과 비교하기 힘들었던 선수들이 요르단에 합류했고 그들과 함께 Big3로 중국과 이란을 위협한 것이 바로 아바스다.
아바스는 2019 FIBA 중국농구월드컵 출전 이후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 이후 지난 농구월드컵 2월 예선부터 복귀, 요르단의 핵심으로 다시 섰다.
한국도 아바스가 있었던 요르단과 좋고 나쁜 추억이 존재한다. 2009, 2011 윌리엄존스컵에서 내리 패한 한국은 이후 중국농구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만나 모두 승리했다. 조금 더 과거로 넘어가면 2007 아시아농구선수권대회(현 아시아컵)에서 접전 끝에 승리한 바 있다.
이란과 마찬가지 한국과 요르단이 이번 대회에서 만나려면 엄청난 변수가 존재해야 한다. 요르단은 A조에 속해 있고 호주에 이어 2위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한국이 B조 3위가 됐을 때 8강 결정전에서 붙게 된다. 앞서 언급한 경우의 수와 같다. 한국으로서는 최악의 상황이다. 요르단 다음이 이란인 셈이다. 역시 가능성은 낮다.
세계 농구가 그렇듯 아시아 농구 역시 세대교체가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도 세월의 흐름을 거스르는 남자들이 있어 흥미가 생긴다. 하다디, 아바스 등 노장들이 과연 젊음에 쓰러질까. 아니면 노익장을 과시, 아직 죽지 않았음을 증명할까. 사실상 마지막 아시아컵이다. 그들의 영광이 영원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