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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금리, 주담대 '찔끔' 신용대출 '팍팍' 올려…예대마진 더 커져
입력 2022-07-10 18:10  | 수정 2022-07-10 20:20
10일 서울의 한 시중은행 지점에 대출금리를 안내하는 현수막이 게시돼 있다. [김호영 기자]
◆ 왜곡되는 대출금리 ◆
최근 금융당국이 '이자 장사'를 경고하자 주요 시중은행들은 앞다퉈 대출금리를 낮추고 있지만 고객들은 금리 인하를 실감하기 어렵다. 은행들이 주택담보 대출금리를 내리면서도 신용대출 금리는 크게 올려 대출 상품 간 금리 정책이 차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대출금리 인하가 신규 대출자 위주로 이뤄져 77%가 변동금리 대출을 이용한 기존 대출자들이 부담하는 대출금리가 실세금리 상승과 함께 여전히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의 대출금리 인하가 생색내기에 그치고 소비자들의 부담을 줄이는 데는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10일 매일경제신문이 올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대출상품 금리 인하 조치를 집계한 결과 주택담보대출은 총 17차례 금리인하 조치(우대금리 인상 포함)가 이뤄졌다. 반면 신용대출은 연소득 4500만원 이하 계층만 이용할 수 있는 새희망홀씨 대출까지 포함해 인하 횟수가 3차례에 그쳤다. 특히 지난 5월 현 정부 출범 이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6월 취임하며 시중은행들은 집중적으로 신규 주담대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했다.
우리은행은 극히 일부 계층(신용 9~10등급)에게만 적용되던 고정금리 상품의 주담대 금리 상한선을 지난달 20일 7.16%에서 같은 달 25일 6.19%로 일주일 만에 0.97%포인트나 내렸다. 신한·NH농협은행 역시 최근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금리를 일괄 인하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은행들이 사상 최고 실적을 거두자 '이자 장사' 비판이 나왔고 은행 입장에선 비용인 예·적금 금리를 선제적으로 올렸지만 당국의 예대마진 축소 압박이 계속되자 급기야 대출 이자도 깎아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주요 은행들은 주담대 잔액이 감소할 정도로 신규 취급 실적이 저조하다. 지난 6월 말 기준 4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413조5490억원으로 2021년 말 414조5162억원에 비해 9672억원(0.23%) 감소했다. 이처럼 주담대 대출액이 감소한 가운데 주담대 금리 상한선만 낮아질 경우 소수의 차주에게만 혜택이 돌아간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용점수가 높은 고신용자는 대부분 금리 평균값 이하로 받기 때문에 금리 인하를 체감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은행들은 주담대는 금리 인하에 나서면서도 신용대출 금리는 빠르게 올리고 있다. 시중은행 등 예금은행의 일반신용대출 신규 취급액 금리는 5월 말 기준 연 5.78%로 지난해 5월 3.69%에 비해 2.09%포인트 늘었다. 같은 기간 2금융권인 상호금융이 신규 신용대출 금리를 1.02%포인트 올린 것에 비해 인상폭이 두 배에 달한다. 또 다른 2금융권인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15.39%에서 14.7%로 오히려 0.69%포인트 감소했다.
시중은행 신용대출 금리가 급속도로 올라가면서 예대마진 차이는 오히려 벌어지고 있어 금융소비자의 대출이자 부담은 상대적으로 커지고 있다. 1금융권인 예금은행의 예대마진차는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별 예대마진을 공개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던 지난 1월 2.24%포인트에서 지난 5월 2.37%포인트로 벌어졌다. 다만 신규 취급 대출액만을 기준으로 한 예대마진차는 같은 기간 1.8%포인트에서 1.66%포인트로 축소됐다. 작년까지 시중은행들은 대출총량규제(가계대출 전년 대비 증가율 상한선 5% 이내)를 맞추느라 대출금리를 올려왔는데 올해는 당국의 '이자 장사' 압박에 일부 대출 금리를 급하게 조정해 금융권 혼선의 중심에 서고 있다.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대출금리 인하는 물론 수신금리 인상도 체감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신규 취급액 대상 수신금리 인상도 대부분 일반가정이 이용하기 힘든 양도성예금증서(CD), 환매조건부채권(RP) 등 시장형 금융상품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시장형 금융상품 가중평균금리는 5월 연 2.3%로 지난 1월(1.68%)에 비해 0.62%포인트나 올랐지만 순수저축성예금상품의 가중평균금리는 같은 기간 0.31%포인트 인상되는 데 그쳤다. 명지예·문재용 기자
최근 대출금리가 급격히 상승하며 금융당국의 대출금리 인하 압력이 계속되는 가운데 일부 은행이 고신용자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더 많이 인상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0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하나은행이 신용등급 1~2등급 대출자에게 올해 5월 신규 취급한 주담대 평균 금리는 연 4%였다. 이는 1년 전(연 2.96%)과 비교하면 1.04%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반면 신용등급 3~4등급 차주에 대한 동일 기간 주담대 평균 금리 상승폭은 0.99%포인트로 고신용자보다 오히려 0.05%포인트 낮았다. 이 은행 신용대출의 경우 신용등급 1~2등급 차주의 연간 대출금리 평균 오름폭은 1.05%포인트로 신용등급 3~4등급(1.58%포인트)보다 낮았다. 신용대출은 저신용자 대출금리를 상대적으로 더 올리면서도 주담대는 고신용자의 대출금리를 더 많이 올리는 금리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KB국민은행도 신용등급 5~6등급 차주의 지난 1년간 주담대 평균 금리 상승폭(1.22%포인트)이 신용등급 1~2등급 고신용자의 연간 오름폭(1.23%포인트)보다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대출금리 오름폭이 신용등급에 비례하지 않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주담대의 경우 신용등급에 따른 가산금리 격차를 작게 두는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이런 탓에 개별 차주의 은행 실적에 따른 우대금리 폭 때문에 대출금리가 달라질 수 있다. 이외에도 주담대는 담보물 종류(아파트, 빌라 등)에 따라 대출금리가 다르게 산정될 수 있어 저신용자가 고신용자보다 대출금리가 낮게 산정될 수 있다는 것이 은행 측 설명이다. 그럼에도 금융권에서는 은행들이 '이자 장사' 비판을 피하기 위해 대출금리 인상폭 조절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 정책의 주요 대상이 어려운 서민의 부담을 줄여주는 데 있다고 판단한 은행들이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떨어지는 고객의 금리를 더 깎아주는 정책을 취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지난 5월 신용등급 3~4등급 대출자에 대한 우대금리를 신용등급 1~2등급 대출자보다 각각 0.02%포인트, 0.07%포인트 높게 부여하기도 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은행연합회 공시는 해당 월 신규 취급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우리나라 대출구조상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은행의 이익은 늘어나게 된다"며 "금융당국이 이를 '이자 장사'라고 칭하면 은행들은 대출금리 인하 압력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명지예 기자 / 문재용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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