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하락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가운데 수도권에서는 인천의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작년 집값 기저현상으로 전국 상승률 1위를 기록했던 인천 아파트 가격이 최근 12주 연속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집값 고점 인식에 금리 인상, 입주물량 증가 등 여러 원인이 겹친 결과로 풀이된다. 최근에는 정부가 규제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해제에서 인천을 배재시키면서 일각에서는 인천지역의 부동산 규제가 장기화할 경우 과거 IMF 외환위기 시절과 유사한 혼란이 찾아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7일 부동산 및 주택업계에 따르면, 인천의 지난해 아파트 가격은 22.6% 상승하며 전국 17개 시·도 중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중순에는 14주 연속(4월 셋째 주~7월 셋째 주) 0.4%를 웃도는 상승률을 보이기도 했다. 이는 다른 지역에 비해 저렴한 인천 아파트 가격으로 인해 시장 진입이 수월했던 데다 뒤늦은 도심정비사업과 교통여건 개선 등이 호재로 작용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전국적으로 아파트 시장이 조정장에 들어서며 상승 폭이 꺾이기 시작했고 올해 1월 말부터는 하락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실제 인천 아파트 가격(한국부동산원 자료)은 올해 4월 둘째 주부터 지난달 마지막 주까지 12주 연속 하락했다. 지난주 변동률은 -0.08%로 한 주 전(-0.06%)보다 낙폭이 커졌다. 0.004%의 변동률을 기록한 4월 첫째 주를 제외하면 최근 인천 아파트 가격은 21주 연속으로 하락했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추가 금리 인상 우려와 매물 적체 영향 등으로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거래심리는 위축되고 있고, 인천 전체 내림세도 지속했다"고 진단했다. 일례로 인천 서구 청라동 '청라 제일풍경채' 전용 101㎡는 7개월 사이 1억4000만원(작년 11월 8억7000만원·4층→올해 6월 7억3000만원·6층) 하락한 가격에 거래됐다. 인천 연수구 송도동 '송도 더샵 퍼스트파크' 68.96㎡도 올해 3월 10억2000만 원(36층)에서 6월 8억9500만원(35층)으로 1억2500만원 떨어졌다. 3개월 사이 12.3%나 하락한 셈이다.
문제는 올해 입주물량도 적지 않아 이같은 시장 침체가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호갱노노 자료를 보면, 2022~2024년 인천 입주 물량은 총 12만1414가구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8만4871가구가 입주하는 서울보다도 많은 물량이다. 통계청 자료 기준 인천과 서울에는 각각 294만5454명, 958만6195명이 거주하고 있다. 인구는 서울의 약 30% 수준인데 입주 물량은 3만여 가구 더 많다.
부동산 업계는 최근 인천 부동산 시장의 흐름이 대폭 하락한 가격으로 매물이 올라오지 않는 이상 매수자가 나서지 않고 있는 '매수우위시장'으로 전환됐다고 보고 있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 은행의 대출 금리 인상과 아파트값 하락 등 현재 인천 부동산 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했을 때, 외환위기 당시 대출 받은 금액보다 낮은 가격에 매물이 올라왔던 상황과 매우 흡사하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대출금을 갚지 못해 발생하는 경매 매물이 쏟아질 것이라는 우려섞인 전망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인천의 경우 수도권으로 묶여 서울·경기와 같은 규제를 받고 있는 경향이 있는데, 인천의 상승폭이 컸던 것은 맞지만 가격으로만 놓고 봤을 때 서울에 비하면 세발의 피 수준"이라며 "인천에 지정된 규제가 완화되지 않으면 금리 인상과 아파트값 인하로 가뜩이나 거래량이 줄어 인천의 주택거래가격은 계속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2020년 6·17 대책으로 인천 연수구·남동구·서구 3곳을 투기과열지구로, 중구·동구·미추홀구·부평구·계양구 5곳을 조정대상지역으로 각각 지정했다. 조정대상지역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9억원 이하 구간은 50%, 9억원 초과분은 30%로 제한된다. 총부채상환비율(DTI)도 50%가 적용되는 등 대출 규제가 가해진다. 아울러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세금 부담도 커진다. 투기과열지구에서는 LTV가 9억원 이하면 40%, 9억원 초과는 20%가 적용된다. 재건축 등 정비사업 규제 수위도 높아진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