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청주 여주 광양 '깡통전세' 경고등…1.49억 아파트 전세가 1.55억
입력 2022-07-06 11:50 
정부 정책에 따라 집값 상승세가 꺾였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집값 하락에 따른 '깡통전세' 우려가 늘어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비수도권 지역의 전세가율이 80%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마다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사고건수와 금액이 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아파트 값이 하락하면서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특히 공시가격 1억원 안팎의 지방 중소 도시 저가 아파트에서 시작된 이러한 현상이 최근에는 수도권 소형 주택과 빌라까지 번지고 있다.
6일 KB부동산 월간 시계열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과 광역시를 제외한 지방지역의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전세가율)은 75.4%로 집계됐다. 작년 7월(75.5%) 이후 1년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주택이 경매로 넘어가 유찰될 경우 통상 가격이 낮아지는 점 등을 고려해 전세가율이 80% 가량 되면 '깡통 전세' 위험이 크다고 본다. 집값이나 전셋값이 떨어져 세입자가 전세 계약이 끝난 시점에서 전세보증금을 떼이거나 제때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어서다.

지난 몇년 동안 집값 급등과 함께 소액으로 갭투자가 가능해 수요가 몰렸던 지방의 전세가율은 최근 1월 74.6에서 2월 74.8%, 3월 75.1%, 4월 75.2%, 5월 75.3%, 6월 75.4%로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달 서울(54.7%)과 수도권(62.0%)의 전세가율보다 현저히 높은 수준이다. 충남은 78.9%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어 경북(78.6%)과 충북(77.0%), 강원(76.8%), 전남(75.5%), 경남(75.4%), 전북(74.9%) 순으로 집계됐다.
갭투자는 전세를 끼고 매입해 시세차익을 노리는 부동산 투기방식으로, 집주인은 전세보증금을 통해 무이자로 자금을 빌리는 효과를 낼 수 있다. 갭투자는 전세가율이 높을수록 자기 돈이 적게 들기 때문에 유리하다. 일례로 지난 4월 전북 군산시에선 A아파트 전용 74㎡는 9800만원에 실거래됐다. 그런데 한달 뒤인 5월 같은 단지·면적의 주택이 보증금 1억2500만원에 전세계약을 체결했다.
갭투자는 주택가격이 상승하고 거래량이 많은 상황에서는 문제될 것이 없다. 주택을 처분해 은행 채무와 전세보증금을 갚고 차익을 누리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금리가 오르면 상황이 달라진다. 대출을 활용해 이익률을 높이는 지렛대 효과가 역으로 작용해 손실이 커져서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전세가율이 70%을 웃돌면 위험하다고 본다. 최악의 경우 경매로 넘어갈 수 있는데 경매가 집행되면 시세보다 현저하게 낮은 가격에 낙찰될 가능성이 크고 임차인은 은행 등 선순위 채권자보다 권리에서 뒷순위로 밀린다. 임차인은 전세보증금보다 낮은 보상을 받거나 전세보증금을 모두 날릴 수도 있다.
전세가율이 80%를 넘어서면 '깡통 전세' 위험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전셋값이 매매가격을 추월하는 역전세 거래는 주로 지방 중소 도시에서 빈번히 나타나고 있다. 강원 원주시 단계동 B아파트 전용 59㎡는 지난달 1억2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는데 이는 한 달 전 매매 실거래가 9500만원보다 2500만원 높은 금액이다. 경남 김해시 부곡동 C아파트 전용 80㎡ 역시 매매 실거래가(1억4900만원)보다 1300만원 비싼 1억6200만원에 전세 세입자를 들였다.
수도권에선 상대적으로 집값이 싼 도시형 생활주택에서 자주 나타났다. 도시형생활주택은 소형 평형으로 구성한 300가구 미만의 단지형 빌라를 가리킨다.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초저가 주택에 특히 많다.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주택은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 양도세 중과가 적용되지 않아 투자 목적으로 사들이는 경우가 많다.
지난 4월 7000만원에 팔린 경기 평택시 E빌라(전용 25㎡) 매물이 지난달엔 9500만원의 전세 보증금으로 세입자를 맞았다. 경기 의정부시 D빌라(전용 17㎡) 매물 역시 지난 5월 매매가격(7500만원)보다 1000만원이 더 많은 전세 8500만원에 계약됐다.
외지인들의 투기성 주택 매입도 '깡통전세'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 4월 경남 김해에선 전체 아파트 거래(810건) 중 44%(353건)가 외지인이 사들인 것이었다. 강원 원주 역시 전체 거래 671건 중 40%(266건)의 매수자가 다른 지역 사람이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출 금리가 더 오르고,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으면 지방 소형 주택은 수도권보다 가격 하락세가 훨씬 두드러질 수 있다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전셋집을 찾을 때 지나치게 전세가율이 높은 집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세 사기 피해액 급증…신종 '이자 지원 전세' 수법도 주의


전세보증금을 받지 못하는 전세보증사고는 해마다 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사고 금액은 총 3407억원으로, 이는 상반기 사고 금액 기준 역대 최고치다.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은 집주인이 계약 만료 후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을 때 HUG가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지급한 뒤 추후 구상권을 행사해 집주인에게 청구하는 제도를 말한다. 2013년 9월 처음으로 출시됐다.
전세보증금 사고 금액은 매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2019년 3442억원에서 2020년 4682억원, 작년 5790억원을 나타냈다. 올 상반기도 지난해 전체 사고 규모의 58.8% 수준인 만큼 또다시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상품에 가입하면 사고가 발생할 시 HUG가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준다. 통상 보증사고가 접수되면 보증이행심사 등을 거쳐 대위변제가 이뤄지는 만큼 사고 금액과 대위변제액은 다소 차이가 있다.
올해 상반기 대위변제 규모는 2946억원으로 집계됐다. 사고 발생이 늘어남에 따라 대위변제액 역시 2019년 2836억원, 2020년 4415억원, 지난해 5040억원 등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자 지원 전세'를 악용한 신종 전세 사기 수법도 시장의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 이는 시세보다 높은 전세금을 받는 전형적인 '깡통전세'라는 사실을 가리기 위해 세입자에게 대신 전세 대출 이자를 지원하고 퇴거 시 발생하는 전세금 미지급 위험은 보증보험을 통해 회피하려는 의도다. 애초부터 부실한 전세 계약임에도 임대인도 세입자도 모두 피해를 보지 않고 HUG나 한국주택금융공사, 서울보증보험 등 전세보증보험 기관에 그 피해를 전가하는 구조다.
정성진 어반에셋매니지먼트 대표는 "이자 지원 행태는 아파트보다 신축 빌라와 오피스텔 등과 같이 시세가 불분명해 전세금을 높게 받아도 보증보험 가입이 되는 주택 유형에서 주로 발생하기에 전셋집을 구하는 세입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당부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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