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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5일 기준, 8위 두산은 31년 전에도 있었다
입력 2022-07-06 05:50  | 수정 2022-07-06 05:56
왕조의 몰락인가. 2010년대를 지배한 두산이 현재 8위에 머물러 있다. 7월 5일 기준 31년 전과 같다. 사진(서울 잠실)=천정환 기자
7월 5일 기준, 두산 베어스는 31년 만에 8위에 있다.
두산은 KBO리그 역사에 있어 약팀보다는 강팀 이미지가 짙다. 이들 역시 하위권에 있을 때도 많았지만 대부분 상위권, 못해도 중위권에는 항상 이름을 올려왔다.
2010년대 들어선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삼성 라이온즈에 이어 왕조를 건설했다. KBO 역사상 최초로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고 3차례 정상에 섰다. 통합우승은 2016, 2019시즌으로 2번이나 달성했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작년에는 모두가 어려울 것이라 했지만 결국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전부 통과한 결과다. 그들은 강했고 그 힘은 올해에도 이어질 것이라 여겨졌다.
그러나 올 시즌 두산은 굉장히 어색한 위치에 서 있다. 32승 42패 1무를 기록하며 8위에 있다. 6, 7위에 있는 삼성, 롯데 자이언츠와 1게임차로 크게 뒤처져 있지 않지만 9위 NC 다이노스에 1.5게임차로 쫓기고 있다.
두산이 전반기 막바지인 7월 초에 8위까지 추락한 건 쉽게 볼 수 없는 일이다. 영원한 승자가 없는 프로 스포츠라고 하지만 너무 빠른 속도로 무너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2014년 이후 8년 만에 가을야구를 맛보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7월 5일을 기준으로 두산이 8위에 있었던 적은 올해를 제외, 대체 언제일까. 무려 31년 전인 1991시즌이다. 당시 두산은 전신 OB였고 23승 46패로 8위, 당시 8개 구단 체제였으니 꼴찌였다. 당연히 포스트시즌은 구경조차 하지 못했다.

두산은 1991시즌 이후 7위만 5차례 경험했다(7월 5일 기준). 세월이 흐름에 따라 9개 구단, 10개 구단 체제 등 다양한 변화가 있었지만 8위는 없었다. 그만큼 두산과 8위란 자리는 낯선 관계다.
현재의 두산은 과거 그들이 강점으로 둔 모든 것들을 잃은 모습이다. ‘명장 김태형 감독의 용병술이 통하지 않고 있다. 화수분 야구를 통해 새로운 자원을 야구팬들 앞에 소개했지만 올해는 몇몇 선수를 제외하면 찾아보기 힘들다. 또 ‘허슬두로 불릴 정도로 파이팅 넘치는 주루 플레이와 탄탄한 수비를 자랑했는데 지금은 조금씩 금이 가고 있다. 투타 밸런스도 깨진 상황이라 정답을 찾으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두산 토종 에이스 이영하(25)의 고군분투도 팀 연패를 끊지는 못했다. 사진(서울 잠실)=천정환 기자
그럼에도 한 가지 희망을 잃지 않아도 되는 건 1년 전 오늘도 두산은 저평가받았다는 것이다. 같은 날 8위는 아니었지만 7위에 있었고 9, 10월 대반격을 통해 포스트시즌에 진출, 한국시리즈까지 달렸다.
다만 작년에는 코로나19 이슈가 7, 8월을 강타했고 이후 2020 도쿄올림픽까지 있었으니 재정비 시간이 충분했다. 올해와 작년의 가장 큰 차이라면 바로 시간일 것이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마저 연기된 상황에서 쉬어갈 틈이 없다는 건 악재다.
무엇이 반전 카드가 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선발, 구원, 타선, 심지어 더그아웃까지 어떤 부분에서도 현재 흐름을 180도 바꿀 힘은 느껴지지 않는다. 심지어 지난 5일 안방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전에선 수비 실책으로 역전 패배를 당했다. 최악의 상황이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왕조는 건설 초기를 거쳐 전성기를 지나면 쇠퇴기가 찾아왔다. 그리고 다시 일어서지 못할 경우 멸망하곤 했다. 두산 역시 쇠퇴기에 접어든 것일까. 현재로서는 그렇게 바라보는 시선이 정확해 보인다.
▲ 7월 5일 기준 두산 베어스 성적(1991~2022)
1991시즌 8위/23승 46패
1992시즌 5위/33승 34패 2무
1993시즌 5위/29승 34패 5무
1994시즌 7위/30승 38패 1무
1995시즌 2위/38승 25패 3무
1996시즌 7위/30승 35패 2무
1997시즌 4위/36승 28패 3무
1998시즌 7위/28승 35패 1무(OB 베어스 끝)
1999시즌 2위/43승 33패 4무(두산 베어스 시작)
2000시즌 2위/47승 28패
2001시즌 3위/39승 32패 4무
2002시즌 2위/40승 27패 2무
2003시즌 7위/22승 49패
2004시즌 1위/41승 31패 1무
2005시즌 2위/43승 30패 2무
2006시즌 4위/32승 28패 2무
2007시즌 3위/37승 33패 2무
2008시즌 2위/42승 33패
2009시즌 2위/41승 33패 2무
2010시즌 2위/44승 32패 1무
2011시즌 5위/31승 36패 2무
2012시즌 3위/36승 33패 1무
2013시즌 6위/34승 31패 2무(9개 구단 체제)
2014시즌 5위/35승 37패
2015시즌 2위/42승 33패(10개 구단 체제)
2016시즌 1위/52승 22패 1무
2017시즌 5위/39승 37패 1무
2018시즌 1위/55승 26패
2019시즌 2위/52승 35패
2020시즌 3위/31승 22패
2021시즌 7위/35승 38패
2022시즌 8위/32승 42패 2무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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