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연저점 기록 코스피, "2050까지 열려있다"…하락폭 미·중분쟁 넘어서
입력 2022-07-04 16:32 

경기침체 우려에 코스피가 또다시 연저점을 기록한 가운데 2050선까지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재 전고점 대비 코스피 낙폭은 31%에 달해 2018년 미·중 무역분쟁 당시 하락률을 넘어 섰으며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하락률에 근접하고 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날 0.22% 하락한 2300.34에 마감했다. 장중 2276.63까지 떨어지며 전 거래일에 이어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장 후반 기관 매수세에 간신히 2300선을 지켜냈지만 시종일관 무기력한 모습이었다. 투자자별로 외국인, 개인투자자가 각각 1386억, 1841억원어치를 순매도한 가운데 기관투자자는 3119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기술주 위주의 코스닥은 0.93% 하락한 722.73에 마쳤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세계 경기 침체 우려가 지속되고 있고, 반도체 업황 우려가 확대됐다"며 "달러 강세에 따른 원화 약세 기조가 지속되며 외국인 투자자 수급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날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각각 1.6%, 1.83% 반등했다. 2분기 실적 기대감과 더불어 그동안 반도체 주식을 대거 팔아치운 외국인 투자자들의 반발 매수세가 유입됐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이후 코스피 하락 속도가 빨라지는 가운데 단기 바닥에 가까워지고 있단 분석도 나온다. 올 초 2900선에서 출발한 코스피는 1월 한 달 동안 2600선까지 급락했다가 단기 반등에 성공하며 박스권을 오갔다. 하지만 지난 5월 10일 2600선이 붕괴된 이후 또다시 급락세를 보이며 두 달만에 2300선마저 위협받고 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5월 10일 2600선이 무너진 후 2500이 깨질 때(6월 14일)까지 한달여가 걸렸으나 단 6일만인 6월 20일 2400이 붕괴되는 등 최근 지수 하락에 속도가 붙고 있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코스피는 경기 침체일 경우 10% 내외 추가 하락 여력을 두고 있으나 침체를 피할 경우 기대할 수 있는 회복 여력이 더 크다"며 "3분기 코스피 예상 밴드는 2200~2550으로 리밸런싱 위주 대응 전략이 매도나 비중 축소보다 효과적"이라고 했다.
한편 대신증권은 내년 1분기까지 코스피 하락 추세가 이어지며 2050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올해 하반기 경기 턴어라운드를 기대했지만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중국 제로코로나 정책 장기화의 나비효과가 글로벌 물가, 통화정책, 경기 전반에 불확실성, 하방압력 확대로 이어졌다"며 "단기 급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은 가능하지만, 내년 1분기까지 하락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코스피 하락추세의 하단은 12개월 선행 EPS(주당순이익) 하향에 따라 2050선 전후로 추정한다"고 했다.
현재 코스피는 지난해 6월 3316.08로 고점을 찍은 후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약 31% 떨어진 상태다. 이는 지난 2018년 미·중 무역분쟁 당시 코스피 하락폭(27%)보다도 크다. 코스피는 2020년 코로나19 사태 당시 단기간에 36% 하락했다.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와 1997년 IMF 외환위기 땐 각각 직전 1년 내 고점 대비 57%, 75% 급락하기도 했다.
현재로서는 매크로(거시경제) 환경 불확실성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글로벌 기업이나 금융기관들이 파산하는 등 펀더멘털 측면에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증권업계에서는 단순 경기침체 우려만으로는 코스피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상 과거 IMF, 리먼 브러더스 사태 때만큼 지수가 하락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경기침체가 본격화된 후 국내 기업들의 이익 전망이 얼마만큼 하향되느냐에 따라 추가적인 하락폭이 결정될 전망이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최근의 주가 급락으로 현재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8.5배까지 하락했다. 이는 과거 5년(10.5배), 10년(10.1배) 평균을 하회하는 것이다. 다만 증권가에선 현재 코스피가 저평가 영역에 속해 있더라도 단기간에 '올인'을 하는 식의 투자방법은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낙폭이 과대한 실적 성장주를 최대한 분할해 매수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최재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향후 경기침체가 현실화 되더라도 상당한 시차를 두고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 단기간에 실적 전망 급락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이익 전망의 하향 조정 가능성이 높아진 점을 감안하면 밸류에이션 하락에 따른 맹목적 진입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약세장이 지속되자 지난 2년 동안 국내 증시의 상승장을 이끌었던 동학개미들은 시장을 떠나는 모습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코스피에서 개인투자자들의 총 거래대금(매수·매도거래대금의 평균)은 855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거래대금 1631조원 대비 48% 급감했다. 지난달 개미들의 일평균 거래대금도 4조3009억원으로 지난 2020년 2월(3조7020억원)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스피가 3000포인트를 돌파한 지난해 초엔 일평균 거래대금이 17조3994억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증시가 상승장을 이어갈 때엔 개미들의 주식을 사기 위한 매수세가 몰리고 차익실현을 위한 매도세가 더해지면서 거래대금이 늘게 된다. 하지만 최근 매수평균단가보다 주가가 떨어진 경우가 다수 발생하면서 개미들의 매동 횟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증시대기자금 성격인 투자자예탁금도 감소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57조3649억원으로 측정됐다. 이는 지난해 6월 말 기준인 66조1328억원보다 13% 감소한 것이다. 빚을 내 주식을 사는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줄어들고 있다. 신용잔고는 개미들이 신용거래를 통해 주식에 투자한 뒤 아직 갚지 않은 금액인데 과도한 빚투를 유발하기도 하지만 상승장 땐 개미들의 시장 참여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주가가 지속 하락할 경우 차입 상환으로 인해 잔고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차창희 기자 / 김금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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