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폭우 속 빗물 섞인 밥 먹는 노숙인 보고 일생 바치기로"
입력 2022-07-04 11:00 
제10회 `성천상` 수상자인 최영아(52) 서울시립서북병원 내과전문의. [사진 제공 = 중외학술복지재단]

제10회 '성천상' 수상자로 최영아(52) 서울시립서북병원 내과전문의가 선정됐다.
성천상은 JW중외제약 창업자인 고(故) 성천 이기석 선생의 '생명존중' 정신을 기려 음지에서 묵묵히 헌신하며 인류 복지 증진에 공헌한 참 의료인을 2012년부터 매년 1명씩 발굴하고 있다. 성천상은 올해 10회째로 JW그룹의 공익재단인 중외학술복지재단이 선정해 시상한다. 시상식은 오는 9월 21일 열릴 예정이다.
최 전문의는 '의사는 가장 병이 많은 곳에 가야한다'는 사명감을 바탕으로 대학병원의 교수직 제의도 사양하고 20년 넘게 노숙인들을 위한 희생과 봉사의 삶을 살았다.
그의 삶은 독일계의 프랑스 의사이자 사상가·신학자·음악가로 인류애를 실천한 알버트 슈바이처처럼 자신의 성공보다는 음지에서 희생과 봉사를 택했다.

1989년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에 입학한 그는 예과 2학년 무료급식 봉사활동에서 길가에 주저앉아 폭우 속 빗물 섞인 밥을 먹는 노숙인들을 목격하고는 일생을 이들을 위한 의료 봉사에 바치기로 결심했다.
이후 의료봉사를 꾸준히 이어가던 그는 2001년 내과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뒤 현재까지 20년 넘게 노숙인 치료에 헌신하고 있다. 2002년 청량리 뒷골목에 '밥퍼 목사'로 알려진 최일도 목사와 함께 '다일천사병원'을 세우고 의무원장을 맡은 것이 그 출발이었다.
당시 그는 이 병원의 유일한 의사로서 병원 인근 사택에서 생활하며 밤낮 없이 노숙인을 돌봤다. 진료 환자는 하루 100명이 넘었는데 월급은 100만원이 고작이었다.
그는 다일천사병원 이후에도 일반병원 개원과 같은 안정적인 의사의 삶을 누리는 대신 노숙인, 독거노인 등 의료취약 계층을 위한 의료봉사를 이어갔다. 자선병원, 비영리법인 설립에도 앞장섰다.
2004년부터는 서울 영등포 쪽방촌에 있는 '요셉의원'에서 풀타임 자원봉사 의사로 근무했다. 당시 노숙인의 자립을 돕는 일이 건강을 지키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것을 깨닫고 2009년 서울역 앞에서 노숙인 지원 사업을 하는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내에 '다시서기의원'을 설립하고 여성 노숙인 쉼터인 '마더하우스'를 만들었다. 노숙인의 전인적 치료를 위해 연세대 대학원에서 인문사회의학 석사 학위도 취득했다.
2015년 그는 당시까지 14년 동안 진료한 노숙인들의 주요 질병을 분석한 사회의학 전문서 '질병과 가난한 삶'을 출간해 노숙인들을 위한 진료와 사회 복귀를 위한 지원 정책을 제시했다. 2016년에는 재활과 회복을 돕는 '회복나눔네트워크'도 만들었다.
그는 2014년 자선병원 도티기념병원 내과 과장을 거쳐 2017년부터는 공공의료기관인 서울시립서북병원에서 노숙인 진료를 이어가고 있다.
[전종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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