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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오를때 길목 지킨다…자산가들은 채권 '쇼핑중' [WEALTH]
입력 2022-07-01 17:18  | 수정 2022-07-01 20:22
매크로(거시경제) 불확실성 대두로 주요국 증시가 약세로 돌아서자 안정적 이자수익과 함께 매매차익까지 노려볼 수 있는 채권 투자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개인투자자들은 장외 채권 시장에서 총 5조398억원을 순매수했다. 이는 전년 동기 순매수액(2조7013억원) 대비 86.6% 증가한 수치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 현재 전망대로 연말까지 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른다고 가정하면, 지금 매수한 채권 가격은 금리 상승과 더불어 지속적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런데도 전문가들이 채권 투자를 지금부터 시작하기를 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주식 시장에서 주가 고점이 언제인지 파악하는 것이 어렵듯 채권 시장 역시 언제 금리가 제일 높을지 타이밍을 재기가 어려워서다. 박주한 삼성증권 채권상품팀장은 "금리가 가장 높은 시점까지 채권 투자를 미루는 개인들은 금리 상승기에 예금 등 이율이 낮은 상품으로 자금을 굴리게 되는데, 이 경우 지금 채권을 담지 않아서 수익을 놓치는 '기회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2년간 자금을 운용해야 하는 투자자 A씨에게 유통수익률 1%의 만기 1년 상품과 2% 수익률의 만기 2년 상품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금리가 계속 오를 것이라고 보고 현재 1년짜리 1%의 저리 채권을 매수한 투자자 A씨는 1년 뒤 롤오버(금융투자상품의 만기를 연장)할 시점에는 금리가 3% 이상인 채권을 매수해야 연평균 수익률 2%를 맞출 수 있다. 금리 상승이 그에 미치지 못한다면 궁극적으로는 처음 이율 2%·만기 2년 상품을 선택한 투자자보다 수익률이 좋지 않게 된다.

박 팀장은 "채권에 꾸준히 투자해온 자산가들은 이 리스크에 대한 노출을 최대한 방어하기 위해 저축처럼 꾸준히 채권 포트폴리오를 쌓아가면서 예금 금리보다 항상 높은 수익률을 유지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시장 채권 금리가 높은 구간에 들어와 있는 현재는 이자 수익과 매각 차익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시기라는 점도 채권 투자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인이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국내 채권 시장은 기준금리 3.25% 수준을 반영한다고 분석될 정도로 금리가 높은 상황이다. 현재 기준금리는 1.75%다. 이 경우 이자수익 역시 높을 뿐 아니라 향후 금리가 하락했을 때 높은 가격에 채권을 매각할 수 있는 선택권 역시 가질 수 있다.
최근 증권가에서는 특성에 따라 다양한 채권 상품들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가장 두드러지는 트렌드는 국고채와 한국전력·한국수력원자력 등 공기업이 발행하는 공사채다. 국고채는 매도·매수가 수월해 유동성 측면에서 투자자들이 가장 접근하기 쉬운 채권이다. 저금리 구간에서는 금리가 너무 낮아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았지만 금리 인상 이후 높은 신용도 대비 높은 금리 매력이 부각되면서 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김성현 KB증권 채권상품부 이사는 "올해 상반기 국채 1094억원을 거래했는데 이 중 6월 한 달에만 550억원어치가 팔려나갔을 정도로 최근 들어 국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전과 같은 기관은 아무리 적자가 커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기준 신용등급 AA급의 우량 채권인데 올해 4월부터 3%대의 채권을 발행하니 투자자들로부터 인기가 높았다"고 덧붙였다.
과거 저금리 시기에 발행돼 만기가 얼마 남지 않은 국고채는 절세 효과 때문에 자산가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채권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 중 이자소득은 15.4%의 이자·배당소득세율이 적용되고 동시에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지만 매매차익은 과세 대상이 아니다. 시중금리가 낮았던 2000년대 초반 장기채나 2020~2021년 발행된 저쿠폰 채권은 그간 금리가 올랐으므로 현재 상당수가 발행 당시보다 낮은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이런 채권을 지금 매수하면 만기 시 매매차익을 노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과세 대상인 이자소득은 줄이고, 비과세인 매매차익은 늘리면서 절세 효과를 누리고 실질 수익률을 높이는 전략이 될 수도 있다.
신용등급이 우량한 기업들이 발행하는 회사채의 인기 역시 꾸준히 높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등급 AA인 이마트가 지난달 22일 발행한 2년물 금리는 4.7%로, 지난해 같은 달 발행한 3.82%에 비해 1%포인트가량 높다. 이자수익이 23%가량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다만 회사채 중에서는 대형 증권사들이 투자 권유 가이드라인으로 삼는 신용등급 AA급 이상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는 조언이다. 삼성증권의 경우 올 상반기 국공채와 회사채만 2조6000억원어치를 판매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2.9% 늘어났다.
은행이나 금융지주사에서 자기자본비율(BIS) 규제를 총족시키기 위해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 역시 금리 인상 시기 들어 꾸준히 투자자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는 상품이다. 신종자본증권은 발행사인 금융지주사들의 신용등급이 AAA급으로 최고 등급이더라도 AA-로 세 단계 낮게 발행된다. 후순위 채권보다 변제 순위가 더 낮기 때문이다. 금리는 상대적으로 높지만 디폴트(부도) 리스크(위험)는 낮은 구조의 상품이라는 설명이다.
국채에서는 단기물에서 장기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보통 시장 금리와 동행하는 단기물과 달리 장기물 금리는 시장에 선행해 오르내리기 때문이다. 박 팀장은 "경기 침체 우려 때문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4분기, 또는 내년 초에 금리 인상을 마무리할 것이라는 컨센서스가 시장에 형성돼 있는 상태"라며 "장기 금리는 경기 침체가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시장의 우려가 생기는 동시에 하락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반영하듯 시장에서는 장기 국채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김 이사는 "기관투자자들만 관심을 갖던 국채 30년물에 관심을 갖는 개인투자자들이 6월부터 늘고 있다"면서 "금리가 떨어지면 장기채로 양도 차익을 낼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채권에 처음 투자하는 투자자들은 상품별 유동성과 개인의 자금 사용 계획에 대해 분석하고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채권 상품 중 유동성은 '국고채-단기사채-공사채·회사채·특수채-신종자본증권' 순서로 높다.
단기 사채는 유동성은 높은 편에 속하지만 1억원 이상, 1000만원 단위로만 거래가 가능하다는 특성이 있다. 신종자본증권은 금리 메리트가 있지만 5년물 이상으로 주로 발행돼 5년 내 주택 구입 등 대규모 자금 지출이 있을 수 있는 투자자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유동성 차이 때문에 발생하는 '유동성 프리미엄'도 고려해야 한다. 유동성 프리미엄은 증권사가 유동성이 낮은 채권 상품을 매각할 때 투자자에게 요구하는 일종의 수수료다. 국채처럼 유동성이 높은 상품의 프리미엄은 5bp 수준이지만 AA급 회사채는 30bp 수준의 프리미엄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강인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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