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흑해 최대 요충지 중 하나로 꼽히는 '즈미니섬'(뱀섬)을 우크라이나군에 내준 것이 뼈아픈 패배라는 분석이 나왔다.
러시아군은 뱀섬에서 병력을 철수한 이유로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배려한 '호의'라고 했지만 이는 국내용 해명에 불구하다고 영국 BBC방송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BBC는 러시아가 뱀섬을 호의로 내준 것이 아니라 방어하기가 극도로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해안선에서 35km 떨어진 뱀섬은 미사일, 곡사포, 드론 등 대다수의 무기가 사정거리에 들어올 수 있는 거리다.
뱀섬은 지난 2월 24일 러시아군이 흑해 함대 기함 '모스크바함'을 앞세워 점령했다. 이날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날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군은 이 섬의 중요성을 알기에 넉 달 넘게 탈환을 시도했다. 상대적으로 러시아군은 흑해 함대 기함이면서 러시아의 자랑인 '모스크바함'의 격침으로 방어망에 큰 구멍이 났다.
[EPA = 연합뉴스]
모스크바함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러시아군은 뱀섬에 대공 방어체계를 확보하기 위해 꾸준히 시도했지만 해군 본진과 멀리 떨어져 있어 우크라이나군을 피해 수송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여기에 설상가상 우크라이나군이 오데사에 프랑스제 차량화자주포를 배치해 공격력은 더욱 증강된 상태다.
결국 버티지 못한 러시아군이 뱀섬을 포기한 것으로 봐야 하는 것이 맞다고 BBC는 주장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남부 봉쇄를 시도하던 러시아가 뱀섬을 그냥 내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지난 2014년 크림반도를 손에 넣은 러시아가 흑해 연안 항구도시를 상당수 점령했고 아조우해는 통째로 장악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뱀섬까지 완전히 수중에 들어가면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의 '목숨줄'을 갖는 셈이다.
특히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루마니아도 위협할 수 있다. 또한 '동유럽의 젖줄' 다뉴브강 하구도 사정권 안에 넣을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뱀섬을 확보한 우크라이나가 곡물 수출 재개를 고려해볼 수 있게 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러시아가 돈바스 지역 점령 작전에서 우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뱀섬 탈환은 우크라이나군에겐 작지만 전략적 승리라고 평가했다.
앞서 로이터 통신은 러시아군이 흑해 전략적 요충지인 뱀섬(즈미니섬)에서 병력을 철수했다고 보도했다.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텔레그램을 통해 "포격과 미사일, 공습에 견디지 못한 침략자들은 뱀섬을 떠났다"고 밝혔다.
이어 "전략적으로 중요한 우리 영토를 해방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한 오데사 지역 방위군에게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러시아도 자국군이 뱀섬에서 병력을 철수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오늘, 호의의 표시로, 러시아 무장군은 뱀섬에서 임무를 마치고 그곳에 있는 그곳의 주둔군을 철수시켰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번 조치가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을 위해 인도주의적 통로를 마련하려는 유엔의 노력을 방해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이상규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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