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여성의 낙태권리 보호를 위한 입법을 강행하기 위해 상원에서 공화당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를 무력화하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이날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낙태권을 인정한)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성문화해서 대법원 판결을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 방법은 의회의 표결"이라며 "만약 필리버스터가 가로막는다면 여기에 예외를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낙태권뿐만 아니라 사생활에 대한 권리를 위해서 필리버스터 규정을 바꾸는 것에 대해 열린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무제한 토론을 통해 합법적으로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권한인 필리버스터를 무마시키려면 상원에서 60명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민주당과 공화당이 50석씩 양분한 현재 상원 의석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각종 입법과제들은 공화당의 필리버스터에 막혀 번번이 상원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러한 필리버스터 규정에 예외 조항을 확대하면서 대법원과 맞서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주는 상황이다. 앞서 보수성향 연방대법원은 임신 6개월까지 여성의 낙태권리를 보장해왔던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반 세기만인 지난 24일 공식 폐기했고, 이를 둘러싼 미국내 찬반 여론이 들끓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이전보다 한층 더 세계를 이끄는 자리에 있다"면서 강력한 경제, 다른 나라보다 낮은 인플레이션을 거론하면서도 "한 가지 불안정한 것은 로 대 웨이드 판례를 뒤집고 사생활권리에 도전하려는 미국 대법원의 터무니없는 행위"이라고 비판했다. 또 "제가 볼때 대법원의 판단은 실수"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필리버스터 규정을 바꾸려면 소속 의원 50명 전원 동의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필리버스터 개정에 반대하는 조 맨친 상원 의원 등 민주당 집안단속이 선행되어야 한다.
필리버스터 개정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CNN은 필리버스터 개정 추진 시점이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민주당이 11월 중간선거에서 2석이상 상원의원을 확보해 다수당을 확보해야만 필리버스터 개정에 부정적인 공화당 및 일부 민주당 의원들을 제외하고도 입법을 강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책임을 짊어진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이 이번 중간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을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만일 대법원 판결이 격분하게 하고 중대한 실수라고 판단한다면, 11월 투표장에 나와서 투표해달라"면서 "이러한 투표가 대법원 판결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 = 강계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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