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필요한 돈이 중요하기 때문에 금리를 따질 여유가 없어요. 잠깐 쓰고 갚는다는 생각으로 불법 사금융을 쓰기 시작해…"
서민금융진흥원이 운영하는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관계자의 말이다.
정규직에다가 신용점수가 높고 소득이 많은 경우 은행 등 금융권 대출 문턱이 그나마 낮지만 그렇지 않으면 대출 심사가 까다로워진다.
은행, 저축은행, 카드사, 캐피탈, 상호금융 등 제도권 금융사의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하면 불법 사채라는 점을 알면서도 급전을 쓴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29일 서민금융연구원의 '저신용자(대부업·불법 사채 이용자) 및 우수 대부업체 대상 설문조사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조사 대상 중 불법 사채업자임을 알고도 대출을 실행했다는 응답 비율이 57.6%로 파악됐다.
이는 대부업 및 불법 사채 이용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저신용자(신용등급 기준 6~10등급) 7158명(남성 4532명, 여성 2626명) 대상으로 분석한 것이다.
서민금융연구원은 "연령대가 높을수록, 직업별로 자영업, 대학(원)생 등에서 불법 사채인지 알고도 빌렸다는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대부업체에서 급전을 쓴 이유는 '여타 금융기관에서 필요할 만큼 빌릴 수 없어서'라는 응답이 48.0%로 가장 많았다.
이렇게 마련한 자금은 '주거관리비 등 기초생활비로 사용한다'는 응답이 43.6%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불법 사채업자로부터 급전을 빌린 후 대처에 대한 응답은 '높은 이자를 감당하고 있다(37.7%)'가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업자와의 연락 회피(18.8%)', '가족, 지인의 도움으로 해결(17.2%)', '정부의 정책금융을 통해 해결(12.3%)' 등의 순이었다.
대부업체나 불법 사채를 이용하는 저신용자들이 빚을 지는 순서는 저축은행→은행→카드사→대부업→할부금융, 캐피탈→가족, 친지→ 상호금융→불법 사채로 조사됐다.
지난해 7월부터 법정 최고금리가 연 24%에서 20%로 인하된 여파로 대부업 시장이 신용대출 중심에서 담보대출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담보가 없는 저신용·서민들은 대부업체에서 조차도 내몰리고 있다. 대부업계는 그동안 신용 위험이 높은 저신용자 대상으로 급전 대출을 취급하면서 높은 금리로 그 위험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었는데, 법정 최고금리가 낮아지면서 상황이 바뀐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른 결과로 지난해 6월말 기준 금융감독원의 대부업 관련 공식 통계 이래 대부업체의 담보대출 비중이 신용대출 비중을 처음 추월했다.
지난해 6월말 기준 대부업체 대출잔액(신용+담보)은 14조5141억원으로 이중 신용대출은 48.1% 수준인 6조9751억원, 담보대출은 7조5390원원으로 나머지 51.9%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6월말 현재 대부잔액이 있는 대부업체 법인 1386개, 개인 3116개 등 4502개 대상으로 금감원이 실태조사를 한 통계치다.
최근 3년 추이를 보면 대부업체의 담보대출 비중은 지난 2018년 12월말 32.2%, 2019년 12월말 44.0%, 2020년 12월말 49.3%, 이어 지난해 6월말에는 51.9%로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전종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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