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탈북 어민 북송, 강제 송환 금지 원칙에 위배"
입력 2022-06-29 12:29  | 수정 2022-06-29 13:38
킨타나 보고관이 오늘(29일) 서울 종로구 글로벌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
"북 피격 공무원 관련해선, 새 정부에 '정보 공개' 서한 고려"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지난 2019년 문재인 정부에서 탈북 어민 2명 북송을 결정한 사건과 관련해 "분명하게 말한다"며 "강제 송환 금지의 원칙에 해당하는 사안으로, 한국 정부가 원칙을 지켰어야 했다"고 밝혔습니다.


킨타나 보고관은 오늘(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글로벌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어민 2명 즉시 송환이 아니라, 국내에서(남한에서) 필요한 사법 절차를 밟았어야 했다"며 "한 번 북한으로 강제 송환하게 되면 되돌이킬 수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분명한 사실은 어떠한 근거에 의해서 정했든, 강제로 북송된 두 북한 어민들은 (북한에) 돌아가게 되면 심각한 인권 침해에 직면한다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북,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정보공개·가해자 처벌·피해 배상 책임 있어"


또, 지난 2020년 9월 발생한 북한의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북한 정부는 그의 권리를 침해하고 살해한 책임이 있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밝혔습니다.

킨타나 보고관은 피격 공무원의 친형 이래진 씨와 만난 자리에서도 강조했듯이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의 유가족의 '알 권리'"라고 밝혔고, "이들은 자신의 가족에게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설명을 들을 권리가 있다"고 힘줘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사안을 정치화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며 정치권을 향해 정치적인 이득을 위해 사안을 이용하지 말 것을 촉구했습니다.

그는 앞서 2020년에도 자신이 한국 정부에 이 사건에 대한 정보의 공개를 촉구하는 서한을 전달한 바가 있다는 사실을 거론한 뒤 "새 정부에도 서한을 보내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관련 자료가 대통령기록물법에 따라 열람이 제한되어, 국회에서 공개와 관련한 표결을 할지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국내 절차에 대한 말은 안 하고자 한다"며 자신이 언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언급했습니다.

"주중 한국영사관, 탈북민 보호 더 힘써야"


킨타나 보고관은 탈북민의 보호 문제와 납북 피해자와 국군포로 문제 등에 대한 의견도 이 자리에서 제시했습니다.

킨타나 보고관이 오늘(29일) 서울 종로구 글로벌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

북한이 '불법 이민자'로 취급하는 탈북민 다수가 해외에서 강제 송환이 되는 데 대해, 킨타나 보고관은 "북한에서 중국으로 국경을 넘어간 탈북민은 도움을 요청할 곳이 한국 영사관밖에 없다"며 "한국 공관들, 영사관의 권한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납북 피해자와 국군포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남북이 한 자리 모여 대화하는 것이 성과를 보여줄 유일한 방법"이라며, 과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납치 사실을 인정한 사례를 예로 들었습니다.

이어 그는 "최근 국무회의를 통과한 유엔강제실종방지협약 가입안의 국회 비준 동의가 이뤄지는 등 모든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밝혔고, 북한에 의한 강제 실종은 국제형사재판소에서 다뤄질 수 있는 사안이며 법정 시한도 없는 것이라는 점을 힘주어 말했습니다.

"북한 주민 40% 식량 부족 겪어"


아울러 북한 내 코로나19 상황과 관련해, 킨타나 보고관은 "유엔 기구들의 평가에 따르면 북한 주민의 약 40%가 식량 부족을 겪고 있다는 보고가 있다"며 "코로나19 검사 시설은 없고, 국경 폐쇄와 봉쇄 조치, 가뭄, 홍수 등과 겹쳐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기아의 위험도 심각하고, 시장이 폐쇄된 상황에서 현금도 떨어지고 상품이 부족하다보니 북한의 물가가 상승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에 따라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킨타나 보고관은 안보리 제재 결의에 따라, 북한으로의 의료 장비 및 농기계 수입, 비료 제공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북한 내 식수의 위생 문제도 불거져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때문에 "관련 당사국이 함께 결의해 북한이 '모라토리움(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발사 유예)'을 유지한다는 전제 하에 일부 제재 완화가 이뤄지면 좋겠다"고 제안하면서도, "제재 문제는 유엔 안보리가 결정할 사안"이라 정리해 말했습니다.

지난 2016년 8월 임기를 시작한 킨타나 특별보고관은 오는 8월 1일 퇴임을 앞두고, 그제(27일)부터 사흘간 임기 중 마지막 방한 일정을 서울에서 소화하고 있습니다.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2004년 유엔인권위원회 결의에 따라 설치된 직책으로, 북한 인권의 상황을 조사·연구해 유엔 총회 및 인권이사회에 보고하는 임무를 맡고 있습니다.

[ 김문영 기자 (nowmoon@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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