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 외국인이 돌아왔다. 코스피는 27일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2400선을 회복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은 2600억원 이상을 순매수했다. 개인과 기관이 내놓은 주식을 사들인 것이다. 외국인의 귀환은 이달 16일 이후 7거래일 만이다. 지난 주말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시기상조"라고 언급한 영향이 컸다고 한다. 불러드 총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내에서 대표적인 매파(긴축 주의자)로 알려졌다. 그런 그가 경기 침체를 걱정하는 것이 과도한 반응이라고 했으니 위험 자산에 속하는 한국 주식에 글로벌 큰손들이 다시 눈을 돌린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의 12개월 기대 인플레이션이 종전 예비치 5.4%보다 조금 낮아진 5.3%로 발표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원화 가치가 다소 회복된 것이 외국인 매수세를 이끌었던 직접적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원화 가치가 단기간에 급락하지 않도록 환율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이유다.
현재로서는 외국인의 순매수가 지속될 것으로 보기 어렵다. 너무 많은 요인들이 증시의 흐름을 좌우하고 있어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외국인의 깜짝 귀환을 '베어마켓 랠리'로 본다. 약세장을 뜻하는 '베어마켓'과 주가 상승세를 뜻하는 '랠리'가 합쳐져 만들어진 '베어마켓 랠리'는 약세장에서 반짝 주가가 오르는 것을 뜻한다. 약세장이 오랫동안 이어지면 투자자들이 바닥이라고 판단해 주식을 사들일 수 있다. 연준 인사의 발언처럼 금융당국의 정책이 일시적 반등을 촉발할 수 있다. 주가가 20~30% 뛰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다시 하락하며 약세장을 이어간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밟은 다음 날 미국 증시에서 일어났던 일이 대표적인 베어마켓 랠리다. 금리인상 직후 상승세를 탔던 미국 증시는 하루 만에 급락했다. 급격한 금리인상에 따른 경기침체 공포가 다시 살아나며 약세장을 이어갔던 것이다.
코스피를 포함해 글로벌 증시는 당분간 이런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유 없는 급등과 급락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가가 진정되고 있다는 신호가 나와야 바닥을 말할 수 있다. 지금은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들이 인플레이션과 전쟁을 벌이는 중이다. 인플레이션을 잡는 방법은 물가에 영향을 주는 원자재와 식량 공급망을 안정화하고 금리인상을 통해 코로나19 사태 때 풀린 돈을 빨리 회수하는 것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단기간에 공급망 불안 해소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과격한 금리인상은 경기를 벼랑 끝으로 몰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인플레이션을 잡은 두 가지 방법 모두 만만치 않은 일이다. 정치력과 경제적인 식견을 모두 동원해야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다.
베어마켓 랠리 기간 중에 수익을 내는 방법은 가격 변동을 활용한 모멘텀 투자 밖에 없다. DB금융투자에 따르면 2000년 이후 5번의 약세장에서 총 28번의 베어마켓 랠리가 있었고 베어마켓 랠리 기간은 평균 15.8영업일이었다고 한다. 이 데이터는 참고는 될 수 있지만 큰 의미는 없다. 지금은 관망해야 하는 시기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확실한 변화가 없으면 외국인의 귀환은 베어마켓 랠리일 뿐 추세적 상승으로 볼 수 없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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