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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P 시즌’ 이정후 vs ‘라스트 댄스’ 이대호, 대한 최고 타격왕은?
입력 2022-06-28 08:16  | 수정 2022-06-28 08:38
MVP급 시즌을 치르는 중인 이정후(키움, 좌)와 라스트 댄스를 아름답게 장식 중인 이대호(롯데, 우)가 2022시즌 타격왕 경쟁을 펼친다. 타이틀의 최종 주인은 누가 될까. 사진=김영구 기자
‘MVP 시즌을 치르는 중인 이정후(23, 키움)와 ‘라스트 댄스를 추고 있는 이대호(40, 롯데) 가운데 대한 최고의 타격왕은 누가 될까.
시즌 초 호세 피렐라(삼성)가 4할 타율로 이끌던 타격왕 레이스가 반환점을 돈 현재 이정후와 이대호의 2파전으로 좁혀지고 있다.
개인 통산 타율 1위 이정후와 자이언츠의 리빙 레전드 이대호간의 격돌. 둘 중 누가 타격왕이 된다고 해도 어색하지 않은 공인 타격의 달인들이다.
이정후와 이대호는 28일 경기 전 기준 나란히 타율 0.351를 기록 중이다. 다만 이정후가 0.3514(276타수 97안타)로 1위, 이대호가 0.3509(265타수 93안타)로 2위에 올라 있다. 두 사람 간 타율 차이가 5모에 불과한 그야말로 종이 한 장 차이 수준의 경쟁.
타율이 이제 시대에 뒤처진 클래식 지표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그만큼 가장 오랫동안 타자들의 타격 정확성을 보여준 직관적인 지표이기도 했다. 동시에 이정후와 이대호가 올해 보여주는 퍼포먼스가 타율 1위 경쟁의 품격을 더 높여주고 있다.
지난해 개인 통산 한 시즌 최고 타율인 0.360을 기록하며 타격왕에 오른 이정후는 올해 한층 더 진화한 타자가 됐다.
최근 기세도 뜨겁다. 이정후는 최근 10경기 타율 0.477(44타수 21안타)/3홈런/12타점을 기록하며 연일 ‘미친 타격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이정후가 더 무서운 건 이 10경기 거의 타석 절반에서 안타(21안타)를 쳤는데 이 가운데 3분의 1이 장타였다는 점이다. 이정후는 10경기서 3개의 홈런-3개의 2루타-1개의 3루타를 기록하며 기간 1위인 0.795의 장타율을 기록했다.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한 OPS도 기간 1위인 1.316에 달한다.
이정후는 현재 타율-출루율-장타율-OPS에서 모두 1위를 기록하며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우리는 바람의 아들 이종범의 화려했던 전성기에 이은, 또 하나의 전설이 될 수 있는 시즌을 목격 중인 것일 수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요즘 이정후가 가장 정확한 타격을 하는 것과 동시에 가장 위협적인 타자란 걸 보여주는 지표다. 이정후는 이 10경기에서 삼진은 단 2개만 당하면서 4개의 볼넷을 골랐고, 2번의 고의4구로 베이스로 걸어나갔다. 최근 9개 구단 경계 대상 1호다.
이런 이정후의 우상향 곡선은 사실 최근 10경기 더 이전인 10~12일 광주에서 진행된 KIA와 3연전부터였다. 당시 이정후는 생애 첫 그랜드슬램 포함 3홈런 10타점으로 폭발했다.
그리고 많은 이가 이정후의 홈런 레이스에만 주목할 때, 그는 자신의 타격 밸런스를 언급했다. 활약 직후 만난 이정후는 홈런을 만들기 위한 타격을 따로 하지 않는다. 그것보단 내가 원하는 밸런스와 매커니즘으로 치고 싶었는데 올해는 (페이스를 찾는 게) 조금 늦었다”면서 광주 3연전부터 올해 처음으로 내가 만족스러운 밸런스와 타이밍, 폼으로 타격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지금 이정후의 활약은 단지 많은 안타, 많은 장타를 위한 단편적인 목적의 결과가 아니란 점이 중요하다. 동시에 이정후 개인이 보여줄 수 있는 현재 최고의 모습을 그라운드에서 보여주고 있기에 시즌 종료 성적에 대한 기대감을 키운다.

이정후는 현재 타율, 출루율(0.425), 장타율(0.572) 등 주요 지표 3개 부문에서 모두 1위에 올라 MVP급 시즌을 치르는 중이다. 타격왕은 MVP와 함께 이정후가 동시에 가져갈 타이틀이 될 수 있다.
올 시즌 종료 후 은퇴를 선언한 이대호의 선수 생활 마지막 장도 아름답기만 하다. 이대호는 현재 한국 나이로 마흔 하나, 만으로 40세다. 그리고 마흔을 넘긴 선수 가운데 규정 타석을 소화한 사례는 KBO리그 역사상 단 4번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대호는 단지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대단하다라는 평가를 다른 방식으로 거절했다. 바로 은퇴 시즌 타격왕을 노릴만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며 역사에 남을 위대한 시즌을 만들어 가는 중이다.
이대호는 KBO리그 역사상 첫 40대 타격왕과 최고령 타격왕 기록을 40세 은퇴 시즌에 만들어낼 기세다. 이대호의 라스트 댄스가 롯데의 가을야구로 이어진다면 롯데팬들에게 2022년은 영원히 기억에 남을 해가 될 수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이대호는 이미 3차례의 타격왕(2006·2010·2011년)에 오른 전통의 강자다. 동시에 단순한 교타자가 아닌, 프로 통산 0.515의 장타율을 기록 중인 장타자이기도 하다. 이런 구분이 사실 무의미할 정도로 안타와 홈런 부문에서 모두 한 시즌 1위에 오른 적이 있는 최고의 타자다.
이대호 스스로도 커리어 내내 나는 홈런 타자가 아니다. 매번 가장 좋은 타격을 하려고 애쓴다”면서 홈런만을 노리는 타격을 한 적이 없다. 홈런은 가장 좋은 타격 끝에 자연스럽게 따라온 결과”라고 설명해왔다. 이대호를 ‘홈런왕이나 ‘타격왕이란 단어에만 가둘 수 없는 이유다.
보통, 타자들이 에이징 커브를 맞을 땐 정확성이 현저히 감소하거나 힘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커리어 내내 대단했던 타자들이 갑자기 폭락한 성적을 기록하며 은퇴하는 경우를 우린 너무나 많이 목격해왔다.
그러나 이대호는 올 시즌 롯데 타자 가운데 가장 정확한 타격을 하면서 리그 공동 1위인 30회의 멀티히트로 거의 매 경기 꾸준하다. 그러면서 9홈런 40타점을 기록 중이다.
4월(0.356)과 5월(0.355) 타율의 차이가 거의 없었고, 6월 타율도 0.341로 꾸준하다. 거기다 이대호는 6월에 팀 내에서 전준우(19타점) 다음으로 많은 17타점을 올리며 해결사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정후와 마찬가지로 이대호 역시 단지 안타만 많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 아니란 점에서 앞으로의 레이스에 대한 기대감을 키운다.
만약 이대호가 올 시즌을 타격왕으로 마무리한다면 양준혁(은퇴)과 함께 역대 최다 타격왕(4회)에 오르게 된다. 또한 최초의 40대 타격왕이자 최고령 타격왕에 오를 수 있다. 기존 최고령 기록은 이병규(은퇴)의 2013년 만 39세 나이의 타격왕(0.348)이었다.
이대호가 추고 있는 라스트 댄스가 만약 롯데의 가을야구를 이끈 타격왕이란 결과로 마무리 된다면 그에게도 롯데팬들에게도 2022년은 영원히 잊지 못할 해가 될 수 있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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