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세상돋보기] 이용자 사라진 지하보도 어쩌나…섣불리 활용했다 '예산 낭비'
입력 2022-06-27 19:00  | 수정 2022-06-27 20:23
【 앵커멘트 】
길을 건널 때 예전엔 지하보도를 많이 이용했죠.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지상으로 횡단보도가 생기면서 이용자 수가 뚝 떨어진 지하보도가 늘었습니다.
지자체들이 이 지하 공간 활용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데, 그대로 방치되는 곳도 많습니다.
더 큰 문제는 예산 낭비인데, 편의시설을 만들었다가 습기가 많아 폐쇄된 곳도 있다고 합니다.
세상돋보기, 강세현 기자입니다.


【 기자 】
계단을 따라 지하보도로 내려가니 강의실이 눈에 들어옵니다.

난타 수강생들이 신나게 악기를 두드립니다.


이곳은 문화 강좌를 열거나 동아리에 활동 공간을 빌려주는 주민편의시설.

통행이 적은 지하보도의 공간을 활용해 만들었는데, 장점이 많습니다.

▶ 인터뷰 : 채지연 / 길음아지트 대표
- "교통이 굉장히 편리해요.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게 좋고. 지하에 있다 보니까 소음에 대한 부분이 조금 걱정이 덜 되기 때문에."

▶ 스탠딩 : 강세현 / 기자
- "하지만 모든 지하보도가 재활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서울 하계동과 공릉동을 잇는 이 지하보도는 지상으로 보도가 생기며 폐쇄가 결정됐고 문이 굳게 닫힌 채 있습니다."

이용자가 적지만 공간을 활용하지 않는 지하보도도 있습니다.

이곳은 주변에 초등학교와 아파트 단지가 있어 유동인구가 많지만, 지하보도 양옆으로 횡단보도가 있어 지하보도를 통과하는 사람이 적습니다.

30분간 확인해보니 1분에 한 명꼴로 지나가는데, 넓은 공간이 사실상 버려지는 셈입니다.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예산을 써서 만든 공간이 사라지는 경우입니다.

의정부시의 한 지하보도는 2014년 4억여 원을 들여 수업 공간과 북카페를 만들었지만, 지금은 문이 굳게 닫혀 있습니다.

▶ 인터뷰 : 최선희 / 경기 의정부시
- "시설을 만들어 놓고 너무 방치돼 있고. 여기 지금 이 자리가 죽어 있어요. 이 밑은 살려서 보강을 해줘야지."

다른 지하보도보다 깊어 운영이 안 될 정도로 습도가 높았고 결국 문을 연 지 3년 만에 폐쇄됐습니다.

사전 조사를 충분히 하지 않은 채 섣불리 사업을 추진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 인터뷰(☎) : 의정부시 관계자
- "A4 용지를 갖다 놓으면은 1시간도 안 돼서 축축해진대요. 글씨가 안 쓰일 정도로 그러니까 사람한테는 건강이 얼마나…."

현재 지하보도의 재활용 방법은 지자체에 맡겨진 상황.

지하보도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구체적인 기준 마련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세상돋보기, 강세현입니다.

[accent@mbn.co.kr ]

영상취재 : 김영진·김진성·김현우 기자
영상편집 : 박찬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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