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제은행(BIS)이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는 경기침체를 감수하더라도 정책금리를 과감하게 인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BIS는 26일(현지시간) 공개한 '2022 연례보고서'에서 각국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인상하지 않으면 1970년대식 인플레이션 악순환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BIS가 지난 1985년부터 2018년 사이 35개국을 분석한 결과, 물가오름세가 높고 실질 금리가 낮을 경우 기준금리 인상 기간에 경제가 경기침체에 빠질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달 기준 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에 나섰으며 호주와 캐나다, 뉴질랜드, 스위스, 노르웨이 등도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았다. 이처럼 명목 기준금리를 급속하게 올렸음에도 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실질금리는 여전히 0%를 밑돌고 있다는 게 BIS의 분석이다. 실질 금리가 마이너스인 상황에서는 소비나 투자가 늘어나 인플레이션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없다. 1970년대에도 실질 정책금리가 제로(0)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BIS는 "물가상승률에 못 미치는 속도로 정책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한다는 것은 실질금리의 하락을 의미한다"며 "지난 1년 동안 부풀려진 인플레이션 압력을 고려하면 수요를 누그러뜨리기 위해선 실질 정책금리를 상당히 인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난 1970년대와 달리 고평가된 자산과 대규모 부채는 성장률 둔화세를 더 심화시킬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BIS가 이처럼 인플레이션 안정화를 강조하는 이유는 치솟는 물가를 방치하다가는 경기에 오랫동안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고(高)인플레이션 환경이 고착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높은 물가가 장기화되면 구매력을 상실한 근로자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게 되고 이는 물가 상승 압력을 더욱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BIS는 작금의 상황을 "인플레이션 심리가 확산하고 뿌리내리게 되는 전환점에 도달하는 중"이라며 "이는 중대한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BIS 국장은 "인플레이션이 완전히 자리잡기 전에 중앙은행들이 빠르고 단호하게 행동하는 것이 핵심이다"고 말했다.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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