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당국 '이자장사'경고에 대출금리 0.6%P '뚝'…고신용자 금리는 올라
입력 2022-06-26 16:54  | 수정 2022-06-26 23:08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일주일 새 0.6%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상품의 대출금리가 이례적으로 하락한 것은 최근 정치권과 당국이 잇달아 '대출금리 인하'를 거론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소위 '이자장사' 발언에 압박감을 느낀 금융사들이 당장 눈에 보이는 금리 상단을 조정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담대 혼합형(고정형) 금리는 24일 기준 연 4.750~6.515%다. 지난 17일(4.330~7.140%)과 비교하면 불과 일주일 새 상단이 0.625%포인트나 떨어졌다.
같은 주담대 상품이라도 신용도와 다른 조건에 따라 개인별로 다른 금리를 적용받는다. 금리 상단은 신용도가 낮은 서민 가계들이 주를 이루고, 금리 하단은 신용도가 높은 직장인 등이 적용받는 금리다. 대부분의 차주가 하단에 몰려 있다.
그런데 같은 기간 우대금리가 적용된 금리 하단은 0.420%포인트 올랐다. 주담대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연동)는 현재 연 3.690~5.781%인데 일주일 전(3.690~5.681%)과 비교해 하단은 그대로이고, 상단만 0.100%포인트 높아졌다.

신용대출은 3.871~5.860%의 금리(1등급 기준·1년)가 적용된다. 17일 3.771~5.510%에서 하단이 0.100%포인트, 상단이 0.350%포인트 올랐다.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주담대 고정금리의 상단만 내려간 셈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금리 인하가 '착시 효과'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은행에서 인위적으로 금리 상단을 낮춘 정황도 있다. 주담대 고정금리의 지표로 주로 사용되는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는 같은 기간 4.147%에서 3.948%로 0.199%포인트 낮아지긴 했다. 그러나 4대 은행 금리 상단 하락 폭(0.625%포인트)이 거의 3배에 이르기 때문에 지표 금리 하락보다는 개별 은행의 가산금리 인하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우리은행은 24일부터 은행채 5년물 기준 고정금리 대출에 적용하던 1.3%포인트의 우대금리(은행 자체 신용등급 7등급 이내)를 모든 등급(8~10등급 추가)에 일괄적으로 주기로 했다. 우대금리를 적용하면 전체 대출금리가 떨어져 차주의 이자 부담이 낮아진다. 이에 따라 17일 7.140%에 이르던 상단이 6%대(6.515%)로 내려오면서 6%대 주담대 금리로 복귀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번 금리 조정에 대해 "금리 인상기 실수요자들의 이자 부담을 줄이고 대출 수요를 늘리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인하에도 금융 소비자가 체감하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고정금리 중에서도 우대금리를 전혀 받지 못한 상단만 하락했을 뿐, 나머지 신용대출 상·하단과 주담대 변동금리 상단은 0.100~0.350%포인트 올랐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는 금리 상단을 그대로 적용받는 대출자보다 주거래 은행에서 통장·카드 사용 여부 등과 연계된 우대금리 혜택을 통해 하단에 가까운 금리로 대출받는 사례가 훨씬 더 많다는 것이 은행권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시중은행들이 앞으로도 한동안 당국의 눈치를 보며 금리 인하 등 대출 문턱을 낮출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 인상으로 대출이 줄어들고 있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23일 현재 701조286억원으로 5월 말(701조615억원)보다 329억원 줄었다. 지난 1월 이후 6개월 연속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는데, 대출은 곧 은행 매출이기 때문에 은행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한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0일 은행장 간담회에서 "금리 상승기에는 예대금리 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어 은행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고, 이어 24일 5대 금융지주 회장 조찬 회동을 하기도 했다. 시중은행 한 임원은 "당국의 지속적인 공개 발언과 당국자·금융사 최고경영자(CEO) 모임 분위기 등을 보면, 겉으로는 금융시장 변동성에 대응하자고 하지만 예대마진 축소, 즉 대출금리 인하 압박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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