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가 고인이 된 회원의 사진과 동영상을 유족에게 제공하겠다고 밝히면서 '디지털 유산 상속'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싸이월드 운영사인 싸이월드제트는 최근 이용약관에 '회원의 사망 시 회원이 서비스 내에 게시한 게시글의 저작권은 별도의 절차 없이 그 상속인에게 상속된다'는 조항을 포함시켰다.
싸이월드 회원이 사망하면 생전에 올렸던 사진과 동영상, 다이어리 데이터 중 공개 설정된 것들에 한해 유족에게 제공한다는 뜻이다. 이전에는 유족이어도 고인의 싸이월드 데이터에 접근할 수 없었고, 다만 유족이 탈퇴를 요청하면 이를 받아들였다.
현재 국내에는 디지털 유산을 다른 유형의 유산과 구별해 별도로 규제하는 법률이 없다. 그래서 개인 데이터를 취급하는 기업들은 각자의 정책을 만들어 놓는데 이때 '프라이버시'와 '상속권' 사이에서 저울질을 해야 한다.
예컨대 네이버는 프라이버시센터 내 '디지털 유산관련 정책'에 관련 법령을 명시해 뒀는데 싸이월드와 대체로 비슷하다.
고인이 된 회원이 블로그, 이메일 등에 남긴 데이터는 유족이더라도 제공하지 않는다. 다만 유족이 요청하면 회원탈퇴가 가능하며 계정에 로그인하지 않아도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만 백업해 제공한다.
카카오는 관련 법령을 따로 공개하지 않았지만, 고객센터 내 계정탈퇴에 관한 질의응답식 안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여기서 카카오는 "고객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고인의 카카오계정과 데이터를 유족에게 제공하지 않고 있다"라면서 "다만 가족이 사망자의 카카오계정 정보를 알고 있는 경우에 한해 사망자 계정의 삭제 처리는 가능하다"라고 밝히고 있다.
[사진 출처 = 네이버]
세부 정책은 조금씩 다르지만, 기업들은 '프라이버시'를 이유로 보수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해외를 중심으로 싸이월드처럼 정책을 바꾸거나 개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애플은 지난해 11월 독자 소프트웨어인 iOS에 '디지털 유산 관리자' 기능을 추가했다. 이는 고인이 생전에 지정한 유산관리자가 고인의 애플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다.
애플 역시 이전에는 유족에게 아이폰 개인 계정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았고, 계정삭제만 들어줬다.
구글의 경우 일정 기간 동안 계정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계정의 휴면 사실을 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게 알리고, 그 사람이 계정 데이터를 다운받을 수 있도록 하는 '휴면 계정 관리자' 정책을 운영한다.
만약 생전에 휴면 계정 관리자 정책을 설정해 두지 않은 채 휴면 계정 상태에 들어가면 일정 기간 이후 계정이 삭제되며 계정이 삭제되면 구글드라이브, 유튜브 등 계정과 연계된 모든 데이터가 삭제된다.
디지털 유산 정책이 화두에 오르면서 국내에서도 디지털 유산의 처리를 규율할 수 있는 입법에 관한 논의가 다시 시작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싸이월드제트 관계자는 디지털 유산 상속 정책을 수정하면서 "디지털 상속권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게 된 셈"이라며 "대형 로펌과 함께 적극적으로 디지털유산 상속권에 대한 법제화를 입법기관에 요청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김우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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