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영 민주당, 책임져야 할 사람은 다 떠나버려”
선거 패배 책임, 전적으로 문 전 대통령에 있어”
윤석열 대통령 만든 사람도 문 대통령”
여권 내 갈등, 어린애 말싸움하는 거 같아”
정치권 여야 할 것 없이 기득권화, 4~5개 당 경쟁해야”
외교안보, 사정 분야에 한쪽으로 쏠린 분들이 너무 많아”
언론 제 역할 못하면 바깥세상이 깜깜해져”
정치? 탁류에 돌 하나 던지는 것 같아 말 아껴”
김지하, 10 중에 9 정도는 큰 공로”
말년에 일부 말실수, 전체로 다 봐서는 옳지 않아”
■ 프로그램: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 (시사스페셜)
■ 방송일 : 2022년 6월 26일 (일요일) 오전 10시
■ 진 행 : 정운갑 앵커 (논설실장)
■ 출연자 : 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기사 인용 시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시사스페셜) 출처를 반드시 밝혀주시길 바랍니다.
정운갑 > 25년 굴곡진 정치 여정을 마치고 은퇴 후 더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부영 전 의장과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의원님 안녕하십니까.
이부영 > 안녕하셨어요.
정운갑 > 오랜만에 이렇게 자리에 모셨습니다. 어제 김지하 시인 추모문화제가 열렸는데요, 추모문화제 상임 이사장 맡고 계시죠?
이부영 > 네, 추진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정운갑 > 평소 김지하는 공이 9고, 과가 1이다” 이 점을 강조해 오셨는데요. 어제 추모제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요.
이부영 > 사실 김지하 시인의 말년에 몇 가지 말에 따른 이렇게 오해 같은 것이 커서, 김지하 시인이 올바르게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고 봤어요. 지난 5월 8일 세상을 떠났을 때 원주 빈소에도 그렇게 많은 문상객이 오지 못하고 그랬습니다. 그래서 아직도 시인이 받고 있던 오해가 풀리지 않았구나... 그래서 49재 때 되는 어제 추모문화제를 열어서 그리워하거나 안타까움이 있거나 응어리를 진 그런 분들이 같이 모여서 시인을 추모하고 하늘나라로 잘 보내주는 그런 행사를 치른 것이죠.
정운갑 > 이사장님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실망감을 느끼는 진보 인사들이 여전히 적지 않은데요. 김지하를 위한 변명이랄까요. 한마디해 주신다면요.
이부영 > 특히 김지하 시인 같은 사람은 이렇게 상당히 우리 현대사회에서 큰 인물입니다. 그런 사람을 말년에 한두 가지 그런 일 때문에 평가를 그것에만 맞춰서 한다는 것은 전체를 못 보는 흠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김지하 시인에 대해서는 좀 우리가 새로 평가를 해야 한다고 보는데, 김 시인은 다 기억하시겠지만, <오적>이라든지 <비어>라든지 타는 <목마름으로> 같은, 그 시를 발표하면 뻔히 어떤 일을 겪을 줄은 예상할 수 있는 거예요. 그때도 재판에 넘겨져 사형 선고도 받고, 6년 이상을 그냥 엄청난 유폐 생활이나 다름없는 그런 감옥살이를 하면서 필연적이지만 정신적 장애가 생긴 거예요. 그런 것 때문에 말년에는 말실수나 이런 걸 해서 실망감을 주고 그랬는데, 그 생애를 전체적으로 본다면 10중에 9 정도는 큰 공로를 세웠고, 한두 가지 정도는 바람직하지 않은 그런 언행도 있었다고 보여집니다. 그걸 김지하 시인 전체로 다 봐서는 옳지 않은 것이다, 이렇게 보는 거죠.
정운갑 > 정계 은퇴 이후에도 정치 사회 발전을 위해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신데요. 현 정치 상황에 대한 평가가 궁금합니다. 먼저 지난 3월 9일 대선, 또 6·1 지방선거 어떻게 보셨습니까?
이부영 > 저는 정계 은퇴 후에는 될 수 있으면 현실 정치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안 했으면 하고 바랐어요. 저도 정 국장한테 김지하 추모문화제를 하니까 좀 도와달라고 그랬는데 공짜가 없는 것 같아요(웃음). 요새 현실 정치에 대해서 이러고저러고 얘기하는 게 싫어요. 우선 이해해 주십시오.
정운갑 > 네(웃음)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지 두 달째를 맞고 있는데요. 정치계 원로로서 윤 정부의 50여 일을 보면서 이런저런 느낌이 있으실 것 같아요.
이부영 > 위에 얘기하고도 연결되는 건데요, 정치라는 것은 그야말로 공짜가 없습니다. 씨 뿌리는 대로 거두는 거예요. 지난번 문재인 정부가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패배했잖아요. 씨 뿌린 대로 거둔 거예요. 저는 이 얘기를 윤석열 정부에게도 되돌려주고 싶어요. 요새 하루 종일 말이죠, 종편이나 주요 언론에서는 정치 얘기만 하고 있는데, 과연 그 정치 얘기를 그렇게 많이 하면서도 내실이 있는 얘기들이 있는가... 그래서 저는 좀 언급하고 싶지 않은 심경입니다.
정운갑 > 그런데 한편으로는 의장님과 같이 경륜이 있는 분들이 입장을 내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만들어가는 것도 중요하지 않나, 이런 생각도 듭니다.
이부영 > 글쎄요. 저는 지금 여야, 그리고 정치권에 있는 분들이 저희 같은 사람들 얘기한다고 귀담아 들을까요? 얘기해야 탁류에 돌 하나 던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말을 아끼게 됩니다.
정운갑 > 오랜 경륜을 갖고 계신데요. 사실 인사가 중요하지 않습니까. 새 정부에서도 검찰 출신 인사들에 대한 중용을 두고서 이런저런 논란이 있습니다. 인사 문제는 어떻게 봐야 합니까?
이부영 > 글쎄요, 저는 인사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자세히 다 들여다보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다만, 외교 안보 분야나 사정 부분에 어떤 한쪽으로 쏠린 생각을 하는 분들이 그냥 너무 많이 배치돼서, 그 안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서로 검토되고 그것이 정책이나 이런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그건 조금 의심스럽게 생각합니다. 옛날이야기를 좀 이렇게 꺼냈으면 싶어요. 2012년엔가 이명박 정부 때 그때 상당히 국민의 관심이 쏠려 있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이라는 것이 밀실에서 논의됐어요. 그러다 그게 밀실에서 논의되고 있다는 것이 어떻게 밖으로 알려지면서 국민 여론이 굉장히 안 좋아졌었죠. 그러니까 그때 이명박 대통령이 별안간 뜬금없이 독도를 방문했어요. 일본에서는 엄청난 큰 반대, 반향이 일어났죠. 그런 어처구니없는 결정 같은 것을 그 대통령 주변의 참모들이 깊이 생각했다면 독도 방문 같은 걸 대통령이 가는 일은 없었을 거라고 봅니다. 지금 그때 그것을 건의하거나 실천했던 안보 담당, 외교 안보 담당자들이 다 윤석열 대통령 옆에 있습니다. 그래서 그걸 보고 걱정해요. 저는 또 그런 판단이 있으면 어떻게 하나... 또 한 가지는 박근혜 정부 때 2015년이었어요. 그때 해방 70주년이었죠. 중일전쟁도 그때 끝난 거고. 그래서 천안문 사열대에서 시진핑 푸틴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인민해방군 사열을 받았어요. 그 저는 그때 보고 깜짝 놀랐어요. 대통령 주변에 저러길 가서 사열해야 한다고 권한 사람이 도대체 누구일까? 이 일 때문에 미국과 일본에서 발칵 했습니다. 사실 중공군한테 미군이 쫓겨 내려왔잖아요. 일본군도 모택동 군한테 당해서 중국에서 쫓겨나다시피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 군대를 대한민국 대통령이 가서 사열을 받은 거예요. 푸틴과 시진핑과 함께... 그때 아마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강한 항의를 받았을 겁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군사정보보호협정 그런 것도 그냥 급히 맺어졌고, 특히 위안부 문제에 대한 불가역적 협상을 굴욕적으로 받아들였어요. 저는 촛불시민혁명이 물론 그 뒤에 최순실 사건이나 이런 걸 이루어졌다고 그러지만 이미 이 군사정보보호협정이나 위안부 불가역적 합의라든지, 이런 게 되면서 국민들로부터 박근혜 대통령이 입맛이 가버렸어요. 그때 이미 촛불혁명의 씨가 뿌려졌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이것을 윤석열 정부에서는 타산지석으로 잘 생각해야 할 겁니다.
정운갑 > 최근 정치권을 보면 당권 경쟁을 둘러싸고 여야가 시끌벅적한데요. 여권은 이준석 대표와 이른바 윤핵관과의 갈등이 있습니다. 무엇이 문제라고 보세요.
이부영 > 저는 솔직히 그런 문제에 대해서 입을 열고 싶지 않습니다. 정말 어린애들 말싸움하는 것 같아서 거기에 말을 섞고 싶지 않아요.
정운갑 > 민주당 상황도 만만치는 않거든요.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 패배를 놓고 책임론이 불거졌고, 8월 당 대표 경선을 놓고도 역시 충돌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잘 아시잖아요. 시급한 해결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세요?
이부영 > 지금 그 문제에도 앞서서 여당 안의 문제나 마찬가지로 별로 이렇게 말하고 싶지는 않은데, 이 얘기는 좀 꼭 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네요. 책임져야 할 사람은 다 떠나버렸어요. 문재인 대통령이 사실상 처리해야 될 일을 처리 잘 하지 않고 미뤄뒀다가, 그리고 미뤄두고서 자기 지지자들을 관리하는 데에만 온 신경을 썼잖아요. 그리고 떠났어요. 그리고 정권은 넘어갔습니다. 정권이 넘어간 다음에 지지층이 유지됩니까, 팬덤이? 그거 다 헛것이거든요. 헛것에 매달려 있다가 정작 해야 할 일을 안 하고 뒤에 남은 사람들대로 책임지라고 하고 있어요. 이건 앞뒤가 안 맞는 일이고 그런 점을 현재 민주당 지도부도 아마 깊이 생각해야 할 겁니다.
정운갑 > 선거 패배의 책임이 그러면 문 전 대통령이 많이 갖고 있다, 이렇게 보시는 건지요?
이부영 > 저는 전적으로 가지고 있다고 봐요. 윤석열 대통령을 만든 사람도 저는 문 대통령이라고 보고 있고요. 그런 점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은 문 대통령한테 아마 감사해야 할 줄 압니다.
정운갑 > 지금 민주당 안팎에서 세대교체론 얘기가 나오는데요. 이른바 86그룹 용퇴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봐야 합니까?
이부영 > 글쎄요, 저는 또 다른 얘기를 해야 할 텐데, 1987년 6월 항쟁 후에 대통령 선거가 진행될 때 저는 감옥에서 나오지 못하고 감옥 안에 갇혀 있었어요. 그때 제가 김천교도소에 있는데 그 김천교도소에 한 50여 명 되는 노동운동, 학생운동 지도급 젊은이들이 저하고 함께 있었어요. 저는 그때 30대 아주 후반이었고 그 친구들은 그때 20대 초중반 뭐 이런 연배였는데, 그때 밖에서 대통령 선거가 진행되는데 김영삼, 김대중 두 분이 분열해서 노태우 대통령이 어부지리를 볼 게 분명해 보였잖아요. 그런데도 그렇게 분열돼서 싸우고 있는데, 거기 갇혀 있던 젊은이들이 양 김 분열에 대해서 엄청나게 화를 내고 그랬어요. 어떤 젊은이는 분을 이기지 못해서 주먹으로 시멘트벽을 쳐서 주먹이 전부 다 피투성이가 되고 이런 일이 벌어져 있고 그랬는데... 그 당시에는 민주화 내지 대통령 선거가 진행될 때니까 감옥살이하기가 참 좋았어요. 감옥 문을 다 열어놓고 밥도 같이 먹고 운동도 같이 하고 자유스럽게 활동할 때죠. 그런데 그때도 이 젊은이들이 NL·PD로 갈려서 그 말도 안 하고 밥도 같이 안 먹고 운동도 같이 안 하고 그런단 말이에요. 제가 젊은이들더러 그랬어요, 아니 자네들이 그 양 김 씨 분열이라는 것에 대해서 그렇게 분노하고 그러는데, 자네들이 양 김하고 뭐가 다른가, 그렇게 분열하는 모습을 보니까 똑같다고 생각이 든다”, 그래도 말을 안 해요. 저는 이런 걸 보고 저들이 이다음에 결국 한국의 지도자들로 성장할 사람들인데, 저들이 이다음에 책임지는 자리에 있었을 때 지금 여기서 보였던 그 모습을 다시 보이면 어떻게 하나 그걸 걱정했어요. 저는 지금 86세대들이 이제 나이도 먹고 마치 노후 세대처럼 물러나라는 요구도 받고 그러는데 그렇게 해야 되겠습니까. 다만 그 86세대들도 자기들이 한 세대로서 책임 있는 세대로서 역할을 하고 가야 하겠다, 이런 생각을 해야 할 것 같아요. 김지하 시인처럼 넓고 크게 생각하는 그런 태도들을 좀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정운갑 >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맡고 계시잖아요. 지금 언론의 자유 두말할 필요 없이 중요한데 동시에 언론의 책임과 역할을 강조합니다. 그런데 많은 국민들은 언론이 과연 책임과 역할을 다하고 있느냐, 이 부분에 대해서 질문을 던지거든요.
이부영 > 그런데요. 지금 언론이 어디라 할 것도 없이 거의 개인 기업 아니에요, 일부 빼놓고는... 그러니까 언론 사주들이 너무 막강한 역량을 행사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기자들도 보면 취재보다는 아마 다른 데 것 베끼는 일들이 많은 것 같아요. 이 언론이 뭡니까 우리 사회를 비추는 창 아니에요. 그 창을 통해서 국민들은 언론을 아주 세상을 보게 되는 건데, 이렇게 언론이 제 역할을 못 하고 국민들의 불신을 사고 할 경우에 깜깜하단 말이에요, 바깥세상이. 그러면 어느 시점에 가면 아마 국민들이 창을 깨버려야 된다고 생각할 것 같아요.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정운갑 > 지금 대한민국 정치 사회 발전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당면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이부영 > 글쎄요, 저도 아직 정치권에 있을 때 그런 문제를 가지고 고민도 해보고 그랬는데 현재로서는 이 선거 주기가 대통령제 5년 국회의원 선거 4년 지방자치 4년, 그러니까 선거 주기가 계속 엇바뀌고 있습니다. 그런데 뭐 다 아시겠지만, 정치라는 건 선거가 있으면 그리로 모든 게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가잖아요. 그런데 이게 주기가 일정치 않아요. 그래서 중간평가 같은 걸 받도록 대통령 임기도 6년이 됐든 4년이 됐든 이렇게 좀 바뀌었으면 좋겠고요. 또 한 가지는 자꾸 되다 말다 되다 말다 자꾸 그러는데, 정당이 너무 지금 국힘당이나 민주당이나 별로 큰 차이가 없어요. 그리고 상당히 오래 기득권화가 되고 그러면서 정치인들의 기득권층화되는 일이 여야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복수정당제 같은 것에서 4~5개 정도가 경쟁하고 또 연합 연정도 하고, 이런 정치로 발전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운갑 > 이부영 이사장이 지나온 행보에는 한국 현대사의 기복이 고스란히 스며 있습니다. 정치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지금이야말로 정치 사회 발전을 위해 큰 걸음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부영 > 네, 고맙습니다.
#MBN #시사스페셜 #정운갑앵커 #집중분석
선거 패배 책임, 전적으로 문 전 대통령에 있어”
윤석열 대통령 만든 사람도 문 대통령”
여권 내 갈등, 어린애 말싸움하는 거 같아”
정치권 여야 할 것 없이 기득권화, 4~5개 당 경쟁해야”
외교안보, 사정 분야에 한쪽으로 쏠린 분들이 너무 많아”
언론 제 역할 못하면 바깥세상이 깜깜해져”
정치? 탁류에 돌 하나 던지는 것 같아 말 아껴”
김지하, 10 중에 9 정도는 큰 공로”
말년에 일부 말실수, 전체로 다 봐서는 옳지 않아”
■ 프로그램: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 (시사스페셜)
■ 방송일 : 2022년 6월 26일 (일요일) 오전 10시
■ 진 행 : 정운갑 앵커 (논설실장)
■ 출연자 : 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기사 인용 시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시사스페셜) 출처를 반드시 밝혀주시길 바랍니다.
정운갑 > 25년 굴곡진 정치 여정을 마치고 은퇴 후 더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부영 전 의장과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의원님 안녕하십니까.
이부영 > 안녕하셨어요.
정운갑 > 오랜만에 이렇게 자리에 모셨습니다. 어제 김지하 시인 추모문화제가 열렸는데요, 추모문화제 상임 이사장 맡고 계시죠?
이부영 > 네, 추진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정운갑 > 평소 김지하는 공이 9고, 과가 1이다” 이 점을 강조해 오셨는데요. 어제 추모제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요.
이부영 > 사실 김지하 시인의 말년에 몇 가지 말에 따른 이렇게 오해 같은 것이 커서, 김지하 시인이 올바르게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고 봤어요. 지난 5월 8일 세상을 떠났을 때 원주 빈소에도 그렇게 많은 문상객이 오지 못하고 그랬습니다. 그래서 아직도 시인이 받고 있던 오해가 풀리지 않았구나... 그래서 49재 때 되는 어제 추모문화제를 열어서 그리워하거나 안타까움이 있거나 응어리를 진 그런 분들이 같이 모여서 시인을 추모하고 하늘나라로 잘 보내주는 그런 행사를 치른 것이죠.
정운갑 > 이사장님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실망감을 느끼는 진보 인사들이 여전히 적지 않은데요. 김지하를 위한 변명이랄까요. 한마디해 주신다면요.
이부영 > 특히 김지하 시인 같은 사람은 이렇게 상당히 우리 현대사회에서 큰 인물입니다. 그런 사람을 말년에 한두 가지 그런 일 때문에 평가를 그것에만 맞춰서 한다는 것은 전체를 못 보는 흠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김지하 시인에 대해서는 좀 우리가 새로 평가를 해야 한다고 보는데, 김 시인은 다 기억하시겠지만, <오적>이라든지 <비어>라든지 타는 <목마름으로> 같은, 그 시를 발표하면 뻔히 어떤 일을 겪을 줄은 예상할 수 있는 거예요. 그때도 재판에 넘겨져 사형 선고도 받고, 6년 이상을 그냥 엄청난 유폐 생활이나 다름없는 그런 감옥살이를 하면서 필연적이지만 정신적 장애가 생긴 거예요. 그런 것 때문에 말년에는 말실수나 이런 걸 해서 실망감을 주고 그랬는데, 그 생애를 전체적으로 본다면 10중에 9 정도는 큰 공로를 세웠고, 한두 가지 정도는 바람직하지 않은 그런 언행도 있었다고 보여집니다. 그걸 김지하 시인 전체로 다 봐서는 옳지 않은 것이다, 이렇게 보는 거죠.
정운갑 > 정계 은퇴 이후에도 정치 사회 발전을 위해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신데요. 현 정치 상황에 대한 평가가 궁금합니다. 먼저 지난 3월 9일 대선, 또 6·1 지방선거 어떻게 보셨습니까?
이부영 > 저는 정계 은퇴 후에는 될 수 있으면 현실 정치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안 했으면 하고 바랐어요. 저도 정 국장한테 김지하 추모문화제를 하니까 좀 도와달라고 그랬는데 공짜가 없는 것 같아요(웃음). 요새 현실 정치에 대해서 이러고저러고 얘기하는 게 싫어요. 우선 이해해 주십시오.
정운갑 > 네(웃음)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지 두 달째를 맞고 있는데요. 정치계 원로로서 윤 정부의 50여 일을 보면서 이런저런 느낌이 있으실 것 같아요.
이부영 > 위에 얘기하고도 연결되는 건데요, 정치라는 것은 그야말로 공짜가 없습니다. 씨 뿌리는 대로 거두는 거예요. 지난번 문재인 정부가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패배했잖아요. 씨 뿌린 대로 거둔 거예요. 저는 이 얘기를 윤석열 정부에게도 되돌려주고 싶어요. 요새 하루 종일 말이죠, 종편이나 주요 언론에서는 정치 얘기만 하고 있는데, 과연 그 정치 얘기를 그렇게 많이 하면서도 내실이 있는 얘기들이 있는가... 그래서 저는 좀 언급하고 싶지 않은 심경입니다.
정운갑 > 그런데 한편으로는 의장님과 같이 경륜이 있는 분들이 입장을 내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만들어가는 것도 중요하지 않나, 이런 생각도 듭니다.
이부영 > 글쎄요. 저는 지금 여야, 그리고 정치권에 있는 분들이 저희 같은 사람들 얘기한다고 귀담아 들을까요? 얘기해야 탁류에 돌 하나 던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말을 아끼게 됩니다.
정운갑 > 오랜 경륜을 갖고 계신데요. 사실 인사가 중요하지 않습니까. 새 정부에서도 검찰 출신 인사들에 대한 중용을 두고서 이런저런 논란이 있습니다. 인사 문제는 어떻게 봐야 합니까?
이부영 > 글쎄요, 저는 인사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자세히 다 들여다보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다만, 외교 안보 분야나 사정 부분에 어떤 한쪽으로 쏠린 생각을 하는 분들이 그냥 너무 많이 배치돼서, 그 안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서로 검토되고 그것이 정책이나 이런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그건 조금 의심스럽게 생각합니다. 옛날이야기를 좀 이렇게 꺼냈으면 싶어요. 2012년엔가 이명박 정부 때 그때 상당히 국민의 관심이 쏠려 있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이라는 것이 밀실에서 논의됐어요. 그러다 그게 밀실에서 논의되고 있다는 것이 어떻게 밖으로 알려지면서 국민 여론이 굉장히 안 좋아졌었죠. 그러니까 그때 이명박 대통령이 별안간 뜬금없이 독도를 방문했어요. 일본에서는 엄청난 큰 반대, 반향이 일어났죠. 그런 어처구니없는 결정 같은 것을 그 대통령 주변의 참모들이 깊이 생각했다면 독도 방문 같은 걸 대통령이 가는 일은 없었을 거라고 봅니다. 지금 그때 그것을 건의하거나 실천했던 안보 담당, 외교 안보 담당자들이 다 윤석열 대통령 옆에 있습니다. 그래서 그걸 보고 걱정해요. 저는 또 그런 판단이 있으면 어떻게 하나... 또 한 가지는 박근혜 정부 때 2015년이었어요. 그때 해방 70주년이었죠. 중일전쟁도 그때 끝난 거고. 그래서 천안문 사열대에서 시진핑 푸틴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인민해방군 사열을 받았어요. 그 저는 그때 보고 깜짝 놀랐어요. 대통령 주변에 저러길 가서 사열해야 한다고 권한 사람이 도대체 누구일까? 이 일 때문에 미국과 일본에서 발칵 했습니다. 사실 중공군한테 미군이 쫓겨 내려왔잖아요. 일본군도 모택동 군한테 당해서 중국에서 쫓겨나다시피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 군대를 대한민국 대통령이 가서 사열을 받은 거예요. 푸틴과 시진핑과 함께... 그때 아마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강한 항의를 받았을 겁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군사정보보호협정 그런 것도 그냥 급히 맺어졌고, 특히 위안부 문제에 대한 불가역적 협상을 굴욕적으로 받아들였어요. 저는 촛불시민혁명이 물론 그 뒤에 최순실 사건이나 이런 걸 이루어졌다고 그러지만 이미 이 군사정보보호협정이나 위안부 불가역적 합의라든지, 이런 게 되면서 국민들로부터 박근혜 대통령이 입맛이 가버렸어요. 그때 이미 촛불혁명의 씨가 뿌려졌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이것을 윤석열 정부에서는 타산지석으로 잘 생각해야 할 겁니다.
정운갑 > 최근 정치권을 보면 당권 경쟁을 둘러싸고 여야가 시끌벅적한데요. 여권은 이준석 대표와 이른바 윤핵관과의 갈등이 있습니다. 무엇이 문제라고 보세요.
이부영 > 저는 솔직히 그런 문제에 대해서 입을 열고 싶지 않습니다. 정말 어린애들 말싸움하는 것 같아서 거기에 말을 섞고 싶지 않아요.
정운갑 > 민주당 상황도 만만치는 않거든요.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 패배를 놓고 책임론이 불거졌고, 8월 당 대표 경선을 놓고도 역시 충돌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잘 아시잖아요. 시급한 해결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세요?
이부영 > 지금 그 문제에도 앞서서 여당 안의 문제나 마찬가지로 별로 이렇게 말하고 싶지는 않은데, 이 얘기는 좀 꼭 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네요. 책임져야 할 사람은 다 떠나버렸어요. 문재인 대통령이 사실상 처리해야 될 일을 처리 잘 하지 않고 미뤄뒀다가, 그리고 미뤄두고서 자기 지지자들을 관리하는 데에만 온 신경을 썼잖아요. 그리고 떠났어요. 그리고 정권은 넘어갔습니다. 정권이 넘어간 다음에 지지층이 유지됩니까, 팬덤이? 그거 다 헛것이거든요. 헛것에 매달려 있다가 정작 해야 할 일을 안 하고 뒤에 남은 사람들대로 책임지라고 하고 있어요. 이건 앞뒤가 안 맞는 일이고 그런 점을 현재 민주당 지도부도 아마 깊이 생각해야 할 겁니다.
정운갑 > 선거 패배의 책임이 그러면 문 전 대통령이 많이 갖고 있다, 이렇게 보시는 건지요?
이부영 > 저는 전적으로 가지고 있다고 봐요. 윤석열 대통령을 만든 사람도 저는 문 대통령이라고 보고 있고요. 그런 점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은 문 대통령한테 아마 감사해야 할 줄 압니다.
정운갑 > 지금 민주당 안팎에서 세대교체론 얘기가 나오는데요. 이른바 86그룹 용퇴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봐야 합니까?
이부영 > 글쎄요, 저는 또 다른 얘기를 해야 할 텐데, 1987년 6월 항쟁 후에 대통령 선거가 진행될 때 저는 감옥에서 나오지 못하고 감옥 안에 갇혀 있었어요. 그때 제가 김천교도소에 있는데 그 김천교도소에 한 50여 명 되는 노동운동, 학생운동 지도급 젊은이들이 저하고 함께 있었어요. 저는 그때 30대 아주 후반이었고 그 친구들은 그때 20대 초중반 뭐 이런 연배였는데, 그때 밖에서 대통령 선거가 진행되는데 김영삼, 김대중 두 분이 분열해서 노태우 대통령이 어부지리를 볼 게 분명해 보였잖아요. 그런데도 그렇게 분열돼서 싸우고 있는데, 거기 갇혀 있던 젊은이들이 양 김 분열에 대해서 엄청나게 화를 내고 그랬어요. 어떤 젊은이는 분을 이기지 못해서 주먹으로 시멘트벽을 쳐서 주먹이 전부 다 피투성이가 되고 이런 일이 벌어져 있고 그랬는데... 그 당시에는 민주화 내지 대통령 선거가 진행될 때니까 감옥살이하기가 참 좋았어요. 감옥 문을 다 열어놓고 밥도 같이 먹고 운동도 같이 하고 자유스럽게 활동할 때죠. 그런데 그때도 이 젊은이들이 NL·PD로 갈려서 그 말도 안 하고 밥도 같이 안 먹고 운동도 같이 안 하고 그런단 말이에요. 제가 젊은이들더러 그랬어요, 아니 자네들이 그 양 김 씨 분열이라는 것에 대해서 그렇게 분노하고 그러는데, 자네들이 양 김하고 뭐가 다른가, 그렇게 분열하는 모습을 보니까 똑같다고 생각이 든다”, 그래도 말을 안 해요. 저는 이런 걸 보고 저들이 이다음에 결국 한국의 지도자들로 성장할 사람들인데, 저들이 이다음에 책임지는 자리에 있었을 때 지금 여기서 보였던 그 모습을 다시 보이면 어떻게 하나 그걸 걱정했어요. 저는 지금 86세대들이 이제 나이도 먹고 마치 노후 세대처럼 물러나라는 요구도 받고 그러는데 그렇게 해야 되겠습니까. 다만 그 86세대들도 자기들이 한 세대로서 책임 있는 세대로서 역할을 하고 가야 하겠다, 이런 생각을 해야 할 것 같아요. 김지하 시인처럼 넓고 크게 생각하는 그런 태도들을 좀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정운갑 >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맡고 계시잖아요. 지금 언론의 자유 두말할 필요 없이 중요한데 동시에 언론의 책임과 역할을 강조합니다. 그런데 많은 국민들은 언론이 과연 책임과 역할을 다하고 있느냐, 이 부분에 대해서 질문을 던지거든요.
이부영 > 그런데요. 지금 언론이 어디라 할 것도 없이 거의 개인 기업 아니에요, 일부 빼놓고는... 그러니까 언론 사주들이 너무 막강한 역량을 행사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기자들도 보면 취재보다는 아마 다른 데 것 베끼는 일들이 많은 것 같아요. 이 언론이 뭡니까 우리 사회를 비추는 창 아니에요. 그 창을 통해서 국민들은 언론을 아주 세상을 보게 되는 건데, 이렇게 언론이 제 역할을 못 하고 국민들의 불신을 사고 할 경우에 깜깜하단 말이에요, 바깥세상이. 그러면 어느 시점에 가면 아마 국민들이 창을 깨버려야 된다고 생각할 것 같아요.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정운갑 > 지금 대한민국 정치 사회 발전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당면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이부영 > 글쎄요, 저도 아직 정치권에 있을 때 그런 문제를 가지고 고민도 해보고 그랬는데 현재로서는 이 선거 주기가 대통령제 5년 국회의원 선거 4년 지방자치 4년, 그러니까 선거 주기가 계속 엇바뀌고 있습니다. 그런데 뭐 다 아시겠지만, 정치라는 건 선거가 있으면 그리로 모든 게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가잖아요. 그런데 이게 주기가 일정치 않아요. 그래서 중간평가 같은 걸 받도록 대통령 임기도 6년이 됐든 4년이 됐든 이렇게 좀 바뀌었으면 좋겠고요. 또 한 가지는 자꾸 되다 말다 되다 말다 자꾸 그러는데, 정당이 너무 지금 국힘당이나 민주당이나 별로 큰 차이가 없어요. 그리고 상당히 오래 기득권화가 되고 그러면서 정치인들의 기득권층화되는 일이 여야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복수정당제 같은 것에서 4~5개 정도가 경쟁하고 또 연합 연정도 하고, 이런 정치로 발전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운갑 > 이부영 이사장이 지나온 행보에는 한국 현대사의 기복이 고스란히 스며 있습니다. 정치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지금이야말로 정치 사회 발전을 위해 큰 걸음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부영 >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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