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워터밤’ 필요했던 21볼넷 불쇼->2만2천 관중은 탄식했다
입력 2022-06-26 04:32  | 수정 2022-06-27 13:42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선발투수들의 볼넷 자멸로 시작된 25일 프로야구 잠실 정규시즌 경기는 도합 21개의 볼넷을 남기며 늘어졌다. 관객들에겐 시원한 물폭탄이 필요했을 것 같다. 사진(잠실 서울)=김재현 기자
화가 난다 화가 나.”
워터밤-물폭탄은 종합경기장 뿐만 아니라 잠실야구장에도 필요했다. 두산과 KIA의 21개 볼넷 불쇼가 이어지면서 양 팀 팬들을 탄식케 했다. 팬들은 연신 부채질을 했지만 늘어지는 경기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KIA는 25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정규시즌 경기에서 8-6으로 승리, 이틀 연속 두산을 제압했다. 3연승을 달린 KIA는 38승 1무 31패가 됐고, 2연패를 당한 두산은 31승 1무 37패를 기록했다.
승리한 KIA 입장에선 6회까지 5-5로 팽팽했던 경기 7회 3점을 뽑아 결국 연승을 달성했으니 해피엔딩이었다. 하지만 상대 선발 난조로 쉽게 갈 수 있었던 경기를 선발 투수 로니 윌리엄스의 불쇼로 어렵게 풀어야 했다. 이후에도 4사구를 남발하며 힘든 경기를 펼쳤다.
우선 KIA는 1회 초에만 무려 7개의 4사구로 4점을 뽑아 상대 선발 아리엘 미란다를 0.2이닝만에 강판시켜 손쉽게 경기를 가져올 수 있었다.
하지만 이어진 1회 말 KIA 선발 로니 윌리엄스가 1사 후 안타-볼넷에 이어 김재환과 양석환에게 적시타, 박세혁에게 좌익수 희생플라이를 허용하고 3실점, 불안한 리드로 진행됐다. 결국 로니는 3회 말 1실점을 더 한 이후 4회 1사에서 볼넷을 내주고 김정빈과 교체됐다.
최종 기록은 3.1이닝 5피안타 4사사구 4실점. 선발투수가 5회는커녕 4회도 채우지 못하고 5안타와 4볼넷을 허용했기에 KIA 벤치도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KIA 타이거즈 선발투수 로니 윌리엄스는 든든한 타선 지원에도 다시 5회도 채우지 못하고 무너졌다. 사진(잠실 서울)=김재현 기자
로니가 공격적인 투구를 했으면 한다”는 김종국 KIA 감독의 바람은 결국 전혀 이뤄지지 못했다. 로니는 최근 2연패로, 2경기 연속 5실점 이상으로 부진했다.
비단 이 2경기만이 아니다. 올 시즌 로니는 9경기(선발 8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가 단 한 차례 밖에 없다. 지난 4월 16일 7이닝 무실점 투구가 올해 유일한 QS투구이며 호투 경기의 전부다.
부상으로 2차례 1군에서 말소돼 약 40일 가까이를 결장했는데 재복귀 한 2경기에서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1회 4점을 뽑으며 환호했던 3루 방면 KIA 원정 관중들도 로니가 안타와 볼넷을 내주며 내내 끌려가자 짜증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이날 두산 관중의 고통이 더 컸다. 지난해 정규시즌 MVP 미란다는 지난 4월 23일 이후 약 2개월여만에 선발 등판 했다. 그러나 어깨 부상 여파로 구속은 뚝 떨어졌고 무엇보다 제구가 전혀 되지 않았다.

미란다는 1회부터 등판해 0.2이닝을 소화하며 1회 만에 6개의 볼넷과 1개의 사구, 도합 7개의 4사구를 허용한 끝에 박신지와 교체됐다. 이날 미란다가 1회 허용한 7개의 4사구는 개인이 한 이닝 만에 내준 최다 4사구 신기록이었다.
미란다가 1회 46구를 던지는 동안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난 공은 셀 수 없을 정도였다. 46구 가운데 단 17구만 스트라이크였고 나머지 29구가 볼이었다.
원바운드가 될 정도로 전혀 제구가 되지 않는 공이나 목표했던 코스를 완전히 빠져나가는 볼을 던지며 미란다가 헤맸다. 그 모습을 보는 1루 방면 두산 관중석은 이따금 나오는 탄식과 함께 깊은 침묵에 빠졌다. 지난해 그 미란다와 지금의 미란다는 완전히 다른 투수라는 걸 누구나 알 수 있을 정도로, 두산 팬들에겐 가슴이 답답한 1회였다.
두산 외국인 선발 투수 아리엘 미란다는 충격의 0.2이닝 7사사구 4실점 투구 끝에 강판됐다. 미란다의 선발 복귀전을 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사진(잠실 서울)=김재현 기자
KIA와 두산은 1회 외에도 3회, 5회, 7회 점수를 뽑으며 주거니 받거니 경기 내내 끈질긴 승부를 펼쳤다. 반면에 투수 측면에서 볼 땐 선발 조기 강판으로 강제 불펜데이가 열렸고, 구원진마저 볼넷을 남발하는 늘어지는 경기가 펼쳐졌다.
KIA는 선발투수 로니(4볼넷)부터 이후 나온 김정빈(2볼넷)-이준영(1볼넷)-박준표(1볼넷)-장현식(2볼넷)까지 도합 10볼넷을 기록했다. 두산은 선발투수 미란다(6볼넷)부터 이후 등판한 박신지(2볼넷)-최승용(1볼넷)-박치국(1볼넷)-김명신(1볼넷)이 도합 11개의 볼넷을 내줬다.
이날 심판 S존이 비교적 좁았다고 할지라도 선발 조기 강판에 이은 구원진의 계속된 볼넷은 경기 집중력을 떨어뜨리기에 충분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잠실야구장 옆 잠실종합운동장 및 인근에는 ‘워터밤 서울 2022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었다. 해당 행사는 EDM-힙합 등의 아티스트 공연과 함께 다양한 워터쇼가 펼쳐지는 페스티벌이다.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펼쳐지는 행사엔 최소 하루 평균 수 만 명 이상의 관중이 몰리고 있다.
하지만 잠실구장의 열기도 그에 못지않았다. 24일 1만 4,470명에 이어 25일에는 2만 2093명의 구름 관중이 운집했다. 이처럼 팬들이 뜨겁게 응답했는데 경기력은 그에 미치지 못했던 것.
무더위와 습기가 많은 날씨에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 입장에선 경기장 안에 물폭탄을 뿌려서라도 볼넷을 남발하는 어긋난 불쇼를 멈추고 싶지 않았을까. 양 팀 투수들은 이날 5개 구장 경기 최장 경기를 펼쳤다. 양 팀 도합 19안타가 나왔고 4사구는 22개였다.
[잠실(서울)=김원익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