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6·25 납북 피해자 가족들 "현재 진행형 고통"
입력 2022-06-25 19:00  | 수정 2022-06-25 19:50
【 앵커멘트 】
오늘은 6·25 전쟁 발발 72주년입니다.
매년 6월 25일이 되면 남몰래 끙끙 앓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납북 피해자 가족인데요.
가족들은 명예 회복과 보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북한은 묵묵부답인데다 진실 규명을 위한 정부와 대화도 험난하기만 합니다.
김문영 기자가 납북 피해자 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 기자 】
할아버지를 사진과 나침판, 기사만으로 추억하는 1950년생 홍순길 씨.

대한민국 1호 변호사로서 도산 안창호 선생도 무료 변론한 홍 씨의 할아버지, 홍 씨가 태어난 해에 '기획 납북'돼 총살된 걸로 추정됩니다.


▶ 인터뷰 : 홍순길 / 납북 피해자 가족
- "북한군이 정읍 집으로 쫓아와서 연행하러 왔는데…. 할아버님은 그때 78세이기 때문에 나이 많은 당신을 북한군이 어떻게 하랴 하고…."

남한과 북한에서 자동차 공장을 경영하던 김기용 씨의 아버지도 지프차를 탄 인원이 이름을 불러 데려간 뒤 영영 사라졌습니다.

자산가란 이유로 납북된 것인데, 김 씨가 고등학생 때 홧병 탓인지 어머니까지 숨졌습니다.

▶ 인터뷰 : 김기용 / 납북 피해자 가족
- "어느 땅 어느 하늘 아래에…. 그래서 명절이면 내가 (또) 써요. '난 오늘이 왠지 우리 아버지가 보고 싶다. 얼굴은 못 봤어도'…."

이정자 씨의 아버지는 20살에 결혼하자마자 납북됐고, 손녀를 돌보며 10년을 문 열고 기다리던 할아버지는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 인터뷰 : 이정자 / 납북 피해자 가족
- "현재도 '진행형'이에요. 왜냐면 자손들이 지금도 다 고통받고 있잖아요. 정말로 그 당시에 연좌제법에 걸렸던 사람들은 (외국 취업도 못하고) 아무것도 못했어요. 그런데 거기에 대해 단 한 마디 우리 정부는 언급하지 않잖아요."

이들은 납북을 인정하거나 '생사 확인'조차 해주지 않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을 벌여 최근 승소했습니다.

다만, 직접 배상받을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 인터뷰(☎) : 구충서 / 납북 피해자 가족 측 변호인
- "이분들의 한을 풀어드려야 하고 북한과 김정은을 우리 법정에서 피고로 세워서 재판권을 행사했다는 의미가 있고, (집행을 위해 대북 단체에) 추심금 소송을 제기해서 진행중에 있다."

한 가지 진척된 건 납북 피해 가족들이 바라는 대로 진상규명 등을 요구할 수 있는 유엔 강제실종방지협약 가입안이 최근 국무회의를 통과했단 건데,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발효됩니다.

▶ 스탠딩 : 김문영 / 기자
- "한국전쟁 기간 납북자는 10만 명 내외이고, 전후 납북자도 3,800여 명 중 516명이 아직 북한에 남은 것으로 추정되지만, 북한은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도 전쟁기간 납북자는 명부만 결정하고, 보상은 나몰라라 하면서 가족들만 애태우고 있습니다. MBN뉴스 김문영입니다."

영상취재 : 정재성 기자, 안석준 기자
영상편집 : 이우주
그래픽 : 최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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