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박순애 교육부장관, 김승희 보건복지부장관, 김승겸 합참의장 후보자 임명에 무게를 두고 '국회 원 구성'을 압박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후보자 임명이 더 늦어지면 부담이 될 것으로 보고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 후 임명을 강행할 전망이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여야는 원 구성 지연과 관련 '네 탓 공방'만 펼치고 있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24일 매경닷컴과의 통화에서 "아시다시피 행정부에서 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다"며 "보건복지부에서도 할 일이 많은데, 윤 대통령으로선 후보자들 임명이 지연되는 데 부담을 느끼실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일각에서 윤 대통령이 국회 원 구성에 압박을 가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그렇게 볼 수도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여당에서 대통령 '눈치'를 보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 중진 의원들도 '당 소신대로 밀고 나가자'는 분위기"라며 "대통령과 여당을 같은 선상에 있다고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박순애 교육부장관, 김승희 보건복지부장관, 김승겸 합참의장 후보자 등 임명에 대해 "나토에 다녀와서 판단해 보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보통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를 3일 하지 않나"며 "(저는) 한 5일인가 일주일인가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국회에 조속히 원 구성 협상을 진행하라는 '시그널'을 보낸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6·25전쟁 72주년을 하루 앞둔 24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국군 및 유엔군 참전유공자 초청 오찬에서 격려의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앞서 윤 대통령은 전날(23일) 세 후보자에 대한 보고서를 오는 29일까지 재송부해달라고 국회에 요청한 바 있다. 인사청문회법상 기한 내에 보고서가 오지 않으면 다음 날부터 임명을 강행할 수 있게 돼 윤 대통령은 오는 30일부터 세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다.윤 대통령은 오는 29~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 후 이르면 내달 초쯤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아직도 여야의 국회 원 구성 협상은 공전 상태다. 여야는 원 구성 지연을 두고 서로 '네탓내탓' 공방만 벌이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원 구성 지연 책임은 민주당이 여야 원내대표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한 데에 있다"며 "지난해 민주당은 법사위원장을 1년 뒤 내놓는 조건으로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국회법 개정을 요구했고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믿고 약속을 지켰지만, 민주당은 어음 만기일에 부도를 냈다, 외상값을 못 갚겠다고 배짱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같은 날 정책조정회의에서 권 원내대표를 향해 "함께 마라톤 뛰자더니 제자리뛰기 하다가 혼자 차에 올라타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며 직격했다. 박 원내대표는 "권 원내대표는 어제(22일) 급기야 민주당이 이재명을 살리기 위해 소(訴) 취하를 협상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다는 새빨간 거짓말을 했다"며 "저를 비롯한 원내대표단 누구도 그렇게 제안하거나 언급하지 않았다"고 받아쳤다.
일각에선 국회 원 구성 협상이 계속 늦어지게 되면 다음 달 17일까지도 지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이날 매경닷컴에 "윤 대통령이 임명된 지 40일이나 넘었는데 아직도 정부 인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윤 대통령은 후보자들에 결정적인 하자가 없거나 여론의 엄청난 반발이 없다면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윤 대통령은 국회 동의 없이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는 것에 대해 난감함을 느끼겠지만, 한편으론 더 이상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선 국회에서 인사 검증을 위한 전문가 그룹을 만들어야 한다"며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항목을 만들어 인선에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덕호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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