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편의점으로 온 장난감 택배, 대마초였다…인천세관, 위장잠복 끝에 ‘덜미’
입력 2022-06-24 10:44  | 수정 2022-06-24 11:20
인천본부세관이 압수한 대마초. [사진 제공 = 인천본부세관]

5월초 경기도 고양시 A편의점.
트레이닝복을 위 아래로 입은 20대 남성이 들어오자 편의점 안에 있던 우편물 집배원이 기다렸다는 듯이 그에게 한 국제우편물을 건넸다.
그 순간 편의점 손님 등으로 잠복중이던 인천본부세관 수사관이 그를 덮쳤다. 이 남성에게 물건을 건네 준 집배원도 합세했다. 집배원으로 위장한 인천본부세관 수사관이다.
예기치 않은 기습을 당한 이 남성은 깜짝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 남성이 든 박스를 압수해 뜯자 장난감외 책 1권을 넣을 수 있는 크기의 박스 2개가 나왔다.
인천본부세관이 압수한 대마초. [사진 제공 = 인천본부세관]
그 안에는 잘게 부순 건초 덩어리 2개가 비닐봉지에 싸여 있었다. 대마초였다. 대마초는 시중에서 은밀히 1g당 10만 원선에서 거래되는 마약류다.
동네에서 자주 이용하는 편의점이 대마초 수령지로 악용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인천본부세관이 장난감 우편물에서 압수한 대마초. [사진 제공 = 인천본부세관]
인천본부세관은 미국에서 대마초 829.73g(싯가 약 8300만원)을 장난감으로 위장해 밀수입한 20대 남성 A씨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구속송치했다고 24일 밝혔다.
A씨는 지난달 초 국제우편물을 이용해 대마초를 밀수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집 인근 편의점을 이용해 범행했다.
세관에 따르면 A씨는 자신의 신원이 노출되지 않도록 국제우편물 수령지를 자신의 집과 가까운 편의점으로 선택하고 가상의 이름을 수령자로 내세웠다.
대마초 밀수에 이용한 장난감 국제우편물 [사진 제공 = 인천본부세관]
그러나 그의 범행은 세관에 덜미가 잡혔다. 인천공항국제우편세관은 A씨 우편물이 엑스레이를 통과할 때 수상한 점을 느꼈다. 별도로 분류해 정밀 확인한 결과 대마초로 확인됐다.
세관은 A씨를 검거하기 위해 해당 우편물이 애초 수령지로 잘 배달될 수 있도록 조치했다.
A씨는 우편물 배송일에 맞춰 편의점 직원에게 대리 수령을 부탁했다. 그러나 직원이 거절하면서 수령은 무산됐다.
결국 A씨는 우편물을 받기 위해 직접 집배원에게 전화를 걸어 수령 시간을 정했다. 이때 인천본부세관은 수사관 5명을 집배원으로, 편의점 손님 등으로 위장시켜 A씨 검거에 성공했다.
인천본부세관이 압수한 대마초와 장난감 [사진 제공 = 인천본부세관]
음악가를 꿈꾸던 A씨는 세관에 우울증, 공황장애 증세가 있다고 진술했지만 대마초 밀수입 이유 등에 대해서는 묵비권을 행사했다.
인천본부세관은 "편의점 등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곳에서 고객의 우편물을 대리 수령하는 행위는 매우 위험하다"면서 "본인 것이 아닌 우편물은 받지 않아야 하고, 부득이 대리 수령할 경우에는 수사기관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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