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폭탄 대처하는 일은 그렇게 어렵지 않아"
"정중하게 답변 보내면 10명중 8~9명은 예의 차려서 응대해"
"팬덤정치 참여하는 사람보다 부추기는 동료 정치인에 더 분노"
제19대 대선 경선 당시 문재인 후보 에피소드 공개하기도
윤석열 대통령에 '당부'하는 메시지 남겨
"정중하게 답변 보내면 10명중 8~9명은 예의 차려서 응대해"
"팬덤정치 참여하는 사람보다 부추기는 동료 정치인에 더 분노"
제19대 대선 경선 당시 문재인 후보 에피소드 공개하기도
윤석열 대통령에 '당부'하는 메시지 남겨
더불어민주당 의원 시절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비판했다가 문자·전화 폭탄 등 후폭풍에 시달렸던 금태섭 전 의원이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자에 대한 에피소드를 공개했습니다.
오늘 24일 금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월간 중앙'으로부터 팬덤정치와 관련한 글을 써 달라는 요청을 받고 기고문을 보냈다면서 그 내용을 소개했습니다.
지난 16일 공개된 그의 기고문에서 그는 "정치하면서 문자폭탄 꽤나 받아봤다. 한 번에 2만 통이 넘는 문자가 쏟아진 적도 있다"며 말문을 열었습니다.
문자폭탄 대처, 그리 어렵지 않아
금 전 의원은 "문자폭탄에 대처하는 일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유권자들이 보낸 메시지인데 읽기라도 하는 것이 정치인으로서 도리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읽지 않고 차단해버린다는 사람도 많은데, 나는 가급적 다 읽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인터넷 커뮤니티 같은 곳에서 공유된 내용을 베껴서 보내는지 천편일률적인 내용이 대부분이었지만, 가끔 매우 창의적인 작품들도 있었다"면서 '계속 공수처(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를 반대하거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비판하면 신체 특정 부위의 크기가 줄어들 것'이라는 저주를 받았고, 그 문자를 보고서 웃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그는 심심할 때 자신에게 오는 문자 폭탄에 답장을 하기도 했다고 밝혔습니다.
금 전 의원은 "정중하게 예의를 갖춰서 '말씀하신 내용을 알겠지만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하고 문자를 보내면 놀랍게도 10명중 8~9명은 예의를 차려서 응대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욕설로 가득한 문자를 보낸 사람들도 태도를 180도 내가 하는 말에 귀를 귀울이고 때로는 '답변을 해줘서 고맙다고도 한다"며 "그럼 나도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고 하고 서로 인사하며 문자나 통화를 끝내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인터넷상에서 의기투합해 집단적으로 문자폭탄을 보낼 때는 상대방을 사람으로 인식하지 못하다가, 막상 답장을 받거나 통화를 하게 되면 상대방도 자신과 같은 사람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떠올렸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팬덤정치 참여하는 사람보다 부추기는 정치인에 분노 느껴
금 전 의원는 '팬덤정치'에 참여하는 분들에게 악감정이 있지 않고, 정작 섭섭함을 넘어서 분노가 느껴지는 것은 그런 과격한 행태를 부추기고 이용하는 동료 정치인들의 모습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소위 '18원 후원금 보내기'를 독려한 것도 정치인들이었다며 아무리 생각이 다르다고 해도 어떻게 그런 행동을 부추기고 독려할 수가 있냐"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우리 사회의 리더나 정치인이 팬덤정치를 만들고 부추기는 현상과 관련해 빼놓을 수 없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18원 후원금과 문자폭탄, 조직적인 비방댓글'에 대해서 "경쟁을 더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양념 같은 것"이라고 말한 일화를 언급했습니다.
금 전 의원은 "다음 날 국회에서 문 후보의 해명을 기대했는데, 문 후보는 '제 책임이든 아니든, 이 자리를 빌려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며 "사실상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긋는 발언을 들으면서 느꼈던 절망감이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난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그 때부터 손혜원 전 의원을 비록한 민주당 정치인들은 문자폭탄을 '문자행동'이라고 부르면서 찬양하고 부추기기 시작했다"면서 "아슬아슬하게 지탱해 오던 자제력이 끊어졌고 둑이 터진 것처럼 시시때때로 문자폭탄이 쏟아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 사진 = 연합뉴스
기고문엔 윤 대통령에 전하는 당부도 포함됐습니다.
금 전 의원은 "윤 대통령도 폭력에 가까운 시위를 하는 사람들에게 자제를 호소하고, 대통령 자신은 그런 시위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 동력이 떨어질 것이다"면서 "리더가 앞장서서 한 걸음 한 걸음 팬덤정치의 구렁에서 빠져나오라"고 전했습니다.
[최유나 디지털뉴스 기자 chldbskcjstk@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