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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팅 논란에 ‘아사리판’ 난 뮤지컬계, 꼭 그래야만 했나[MK이슈]
입력 2022-06-24 10:00 
옥주현-김호영. 사진ㅣ스타투데이DB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왔을까. 한 무대에 올라 땀흘리며 우정을 쌓았던 동료 뮤지컬 배우 간에 고소전이 벌어졌다. 여기에 1세대 뮤지컬 배우들까지 참전하며 뮤지컬계가 ‘인맥 캐스팅 논란으로 ‘아사리판이 됐다.
시작은 SNS였다. 배우 김호영은 1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아사리판은 옛말이다. 지금은 옥장판"이라며 옥장판 사진을 게재했다.
‘옥장판이 옥주현을 언급한다는 추측이 이어졌고, 김호영이 전날 공개된 ‘엘리자벳의 캐스팅과 관련해 ‘인맥 캐스팅을 꼬집은 것이라는 해석이 더해졌다. 옥주현의 제자이자 절친한 동료인 이지혜가 엘리자벳 역할로 처음 캐스팅된 것과, 두 번의 시즌에 엘리자벳 역으로 출연한 김소현이 10주년 기념 공연임에도 함께하지 않은 것을 지적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곧바로 다음날인 15일 옥주현이 등판해 캐스팅은 제작사의 고유한 권한”이라며 무례한 억측 추측을 난무하게 한 원인 제공자들, 그 이후의 기사들에 대해 고소를 준비하고 있다. 사실 관계 없이 주둥이와 손가락을 놀린 자. 혼나야죠”라고 거친 언사를 통해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그리고 거친 언사보다 더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옥주현은 실제로 지난 20일 서울 성동경찰서에 김호영과 네티즌 2명 등 3명에 대한 명예훼손 고소장을 제출했다. 사상 초유의 동료 배우 고소전이 벌어진 것이다.
남경주-최정원-박칼린. 사진ㅣ스타투데이DB
험악한 분위기가 이어진 와중에 뮤지컬계에서 ‘1세대로 불리는 배우 남경주, 최정원, 박칼린은 22일 ‘모든 뮤지컬인들께 드리는 호소의 말씀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냈다. 업계 내 불공정을 자정하자는 호소문이었다.
이들은 "우리 모두 각자 자기 위치와 업무에서 지켜야 할 정도(正道)가 있다"며 배우, 스태프, 제작사가 지켜야 할 정도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사태는 정도(正道)가 깨졌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책임을 통감했다.
인맥 캐스팅의 피해자로 지목된 김소현을 비롯해 배우 최재림, 정선아, 최유하, 차지연, 정성화, 박혜나, 신영숙, 임진아, 이상현, 유연, 민활란 감독 등은 자신의 SNS에 성명문을 올리고 '동참합니다'라는 해시태그를 적었다.
손승연, 이상준, 소냐, 이건명, 김지우, 김연지, 손준호, 알리, 민경아, 윤형렬, 러블리즈 케이 등이 이들의 글에 '좋아요'를 누르며 지지를 표명했다. 일부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있는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앞서 ‘엘리자벳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는 "뮤지컬 '엘리자벳' 10주년 기념 공연은 2022 EMK 프로덕션 오디션(2021년 12월8일 공고)을 통해 엄홍현 프로듀서, 로버트 요한슨 연출, 김문정 음악감독을 포함하여 국내 최고의 스태프와 함께 치뤄진 강도높은 단계별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새로운 배우들과 지난 시즌 출연자를 포함하여 VBW 원작사의 최종승인을 통해 선발된 배우들로 캐스팅되었다"고 캐스팅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김소현-옥주현. 사진ㅣEMK뮤지컬컴퍼니
하지만 터질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뮤지컬계에 인맥 캐스팅은 공공연히 일어나던 일이었고, 고소전이 트리거가 돼 자정작용을 촉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게 됐다는 거다. 옥주현과 EMK뮤지컬컴퍼니의 해명에도 뒷맛이 씁쓸한 이유다.
1세대 뮤지컬 배우의 호소문에 이어 뮤지컬 배우 이상현이 SNS에 글을 올리며 ‘인맥 캐스팅과 관련한 업계의 잘못된 관행이 실제 존재하고 있었음을 애둘러 확인시켜줬다. 이상현은 자신의 SNS에 "이런게 싫어 무대를 떠났지만 그래도 힘을 보탭니다. 선배님들 감사합니다"라는 글을 올리며 1세대 뮤지컬 배우들의 호소에 동참했다. 이상현은 뮤지컬 '베르테르', '레베카', '몬테크리스토', '엘리자벳' 등에 출연했지만 2020년 이후 어떤 작품에도 출연하지 않고 있다.
연기라는 본연의 업무에 집중해야 할 뿐 캐스팅 등 제작사 고유 권한을 침범하는 배우, 몇몇 배우의 편의를 위해 작품이 흘러가지 않는 중심을 잡지 않은 스태프, 함께 일하는 스태프와 배우에게 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지킬 수 없는 약속을 남발한 제작사는 누구일까.
남경주는 지난 23일 유튜브 채널 '비디오머그'와의 통화에서 옥주현과 김호영의 법적 분쟁 관련해 "호영이가 그런 표현을 한 건 기사를 보고 알았다. 걔가 그걸 겨냥한 건지 안 한 건지 나는 알 수 없다. 왜 그렇게 과잉반응을 했을까 의아스러웠고, 전화 통화해서 '어떻게 된 일이냐'고 서로 이야기했으면 그만"이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진실이 무엇이든지 간에 이번 사건은 안타까울 뿐이다. 십수년간 뮤지컬계에서 동고동락해온 이들이 칼날같은 말로 서로를 상처입히고 소송까지 벌일 정도의 일이었을까. 곯을 대로 곯은 상처가 터진거라면, 과연 그 상처를 봉합해서 상처가 깨끗하게 아물 수 있을지,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다.
[신영은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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