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추위와 배고픔에 그만'…지하철서 불 피고 생필품 훔친 노숙자 징역
입력 2022-06-24 08:24  | 수정 2022-06-24 08:33
법원 이미지 / 사진=연합뉴스
재판부 "춥고 배고파 범행했다 해도 상습적 전과 죄책 무겁다"


길거리 생활을 하며 음식을 훔치거나 택시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노숙자에게 1심 재판부가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는 일반물건 방화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지난 21일 징역 8개월을 선고했습니다.

노숙 생활을 해온 A씨는 지난 2020년 12월 14일 새벽쯤 1호선 양주역 역사 내에서 불을 쬘 목적으로 쓰레기 등을 태워 위험을 발생시킨 혐의를 받습니다. A씨가 당시 지하철역 쓰레기통 안의 전단지와 휴지에 라이터를 이용해 불을 붙이면서 쓰레기통이 전소했고, 불길이 솟아올랐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밖에 A씨는 여러 차례에 걸쳐 편의점과 마트 상품을 몰래 가져가거나 이를 시도한 절도 절도 미수 혐의로도 기소됐습니다. 평소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리던 A씨는 빵과 아이스크림부터 일회용 라이터까지 판매자의 눈을 피해 상습적으로 절취를 시도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코로나19가 유행하던 지난해 10월에는 매장 진열대에 있던 크리넥스 마스크 1장과 가죽 자켓을 몰래 가져가려다 실패했던 것으로도 파악됐습니다.

A씨는 대금을 지불하지 않고 모텔에 들어가려 시도했던 것으로도 전해졌습니다. 이외에도 A씨는 수중에 돈이 없는 채로 택시에 승차한 뒤 6만원 상당의 거리를 이동하고도 비용을 지불하지 않은 사기 혐의로도 기소됐습니다.

재판부는 "A씨는 여러 차례 상점에 진열된 물건들을 절취하고, 요금을 지불할 의사 없이 택시를 이용했으며, 공공장소인 역사 내에서 쓰레기에 불을 붙여 공공의 위험을 발생하게 하고 숙박업소 객실에 침입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A씨의 범행 내용과 횟수 등에 비춰 죄책이 가볍지 않다"면서 "여러 차례의 동종 전과가 있음에도 이 사건 각 범행을 저질렀고, 일부 피해가 회복되지 않아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도 "일부 범행은 A씨가 일정한 주거 없이 노숙 생활을 하던 중 춥고 배가 고파서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며 "A씨가 각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점과 범행으로 인한 피해가 경미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습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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